대기업집단의 효율성 이야기

도서명 대기업집단의 효율성 이야기
저 자 타런 칸나, 크리슈나 팔레푸 / 최승노 역
페이지수 21
가격 -
수량 -

도서 소개

이야기 시리즈 28


상세 내용


대기업집단의 효율성 이야기.pdf


서구 시장에서는 덩치만 큰 쓸모없는 형태로 여겨지는 대기업집단이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에서는 그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왜 기업의 전문화 전략보다는 다각화전략이 신흥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인지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전문화 전략은 서구시장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신흥시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는 많은 무리를 빚어 막심한 손실을 입힌다. 서양의 기업들은 그들의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자신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는데 반해, 신흥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제도 자체가 아예 부재한 상태이다. 전문화된 기업을 위한 자금조달은 효과적인 금융기관의 뒷받침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 기관 없이는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기가 힘들다. 더 나아가 각 지방의 탄탄한 산업 기반이 없이는 고객과의 의사 소통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의 예측 불가능에 가까운 정부 정책의 방향은 더더욱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의 기업은 한정된 기업 활동 이외의 광범위한 사회적 기능을, 다각화를 통해 책임짐으로써 기업활동을 효과적으로 배가시킬 수 있다.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그 국가의 생산, 자본, 노동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적응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적응한 형태가 한국, 인도, 남미의 대기업집단이다.


선진국 경제에서 기업은 시장에서 실패할만한 요소를 최소화해주는 외부적 제도장치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일차적으로 아주 좁은 범위의 일련의 활동에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와는 아주 반대로,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경제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제도조차 없는 관계로 시장 경제가 실패와 다름없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기까지 한다.


신흥시장은 최소한 상업을 부흥시킬 필수적인 제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그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러나, 여전히 만연한 제도적 문제점이 시장 경제의 실패를 야기하곤 한다. 결국 신흥시장에서의 기업들은 제도가 행해야 마땅할 기본적 기능들을 기업 자체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만능 역할을 해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선진국 경제와 신흥시장이 보여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발달된 자본시장을 원활하게 만드는 모든 제도적 장치 측면에서의 신흥시장 상황은 거의 황무지 상태이다. 정보의 기근현상과 더불어 불투명한 보장성이 투자가들의 새로운 기업에의 무관심과 투자를 꺼리는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역부족 상태의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그룹은 기업활동의 대가인 이윤을 투자가들에게 돌릴 수 있는 충분한 이유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우월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탄탄하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자본 시장에서 비교가 필요 없는 유리함을 확보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은 현존하는 사업과 새로운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이런 외부 자본 조달의 유리함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형성된 자본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그들의 자본조달의 탁월한 능력은 새로운 사업의 일차적 자본출처가 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소규모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존 우위에 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집단은 외국인 투자가들로 하여금 이러한 고도 성장을 보이는 시장에 투자하고 싶게 자극한다. 외국인 투자가들을 효과적으로 인도해 줄 수 있는 분석가나 투자 신탁 회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 투자가들은 대기업집단을 통해 비교적 안정성이 확보된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가들이 대기업집단의 새로운 사업기회 평가와 회계 감사 및 관리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러한 연유로 대기업집단은 자본기근현상을 보이는 국가에서 그야말로 거대한 액수의 투자를 위한 도량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화 전략을 선호하는 외부의 투자가들은 다각화 그 자체보다는 그룹 내 경영의 폐쇄성을 더 우려한다. 현재의 대기업집단의 구조로는 투자 분석가들이 그 대기업집단 내에서 어떤 사업 분야가 실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한 기업에서 또 다른 기업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기업집단의 경영자들은 그룹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이러한 자금의 이동을 투자가들에게 설명하고 정보가 항상 개방되어 있다는 신뢰감을 쌓아가야 한다.


만약 그룹 형태의 운영이 어떠한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한다면, 한 분야로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경쟁 상대가 선진국 경제의 외국기업이기 때문이라면 이런 전문화 방식의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양의 기업들은 선진 기술, 저렴한 융자, 정교한 경영 기법에 접해 있다. 반면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기능과 함께 여러 가지 선진국적 요소를 신흥시장에 도입하려 한다면 다각화야말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