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의 경제학

도서명 주주대표소송의 경제학
저 자 김정호
페이지수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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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소액주주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주주대표소송(derivative litigation)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이란 회사의 경영자인 이사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일부의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서 문제가 되는 이사를 상대로 개인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인 손해 배상 소송과는 달리 대표소송에서의 배상금은 원고에게 직접 귀속하지 않고 회사의 금고로 들어간다. 따라서 당사자인 원고 주주는 주가의 상승을 통해서만 이득을 볼 수 있다.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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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문화되어 있던 회사법 상의 주주대표소송 관련 조항이 이제 생명을 얻었다. 5% 이상의 주식 보유자에게만 허용되던 대표소송이 상장회사의 경우 0.01 %로까지 낮아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대개의 지식인들은 대표소송의 활성화를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동안 무시되어 오던 주주의 정당한 재산권이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대표소송 청구권이 주주에게 주어진 재산권의 일부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함정이 놓여있다.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와 그러기를 원하지 않는 주주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재산권 충돌 가능성이다. 주식회사의 재산에 대한 최종적인 청구권자는 주주이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자는 주주이어야 한다. 문제는 현대적 상장 기업에 있어 그 주주의 숫자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다. 의결권주를 가진 주주도 있고, 의결권주를 가진 주주도 있다. 의결권을 가진 주주라 하더라도 저마다 소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다르다. 의결권주를 가진 주주, 그 중에서도 지분율이 높은 주주의 의사를 좇아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 일이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잘못된 결정을 내림에 따른 비용이 크기 때문에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반면 지분율이 낮아질수록 결정에 있어 신중함이 떨어지고, 그 기회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소액주주들에 의해 제기되는 대표소송을 다룸에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같은 관점에서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주주 대표소송제도를 평가해 보았다. 제2장에서는 경영자의 행동을 규율함에 있어 시장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에 대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종류의 시장이 그런 가능성을 줄여주고 있다. 상품시장, 경영자의 인력 시장, 경영권 시장, 자금 시장 등이 그것이다.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져버릴 경우 그런 회사의 제품은 질이 낮고 비싸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할 것이다. 자금시장에서 새로운 자금을 끌어 쓰기 어려워지거나 비싼 이자를 내야 할 것이다. 또 주가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적대적인 인수합병에 의해 자리를 뺏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영자가 경영자로서 성공하려면 회사의 이익을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경영자로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시장에서의 압력으로 인해 주주에 의한 직접적인 감시가 없더라도 경영자와 주주간의 이해갈등은 상당히 줄어든다.


물론 시장의 규율이 완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경영자가 좋은 경영자로 남기를 포기할 수도 있고 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시장은 불완전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불완전함이 자동적으로 제3자인 (대표소송을 통한)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제3장에서는 사법판단의 불완전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는 투자는 경영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이다. 즉, 경영자들은 설령 사후적으로 실패를 하더라도 사전적으로 기대 이익이 가장 높은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사후적 실패의 원인을 경영자의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려는 성향을 나타낸다. 법원도 여기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경영자들은 기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아니라 실패 확률의 극소화를 추구할 것이고, 그 결과 경제 전체의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다. 법원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한 것은 실패한 경영판단이 아니라 사기나 횡령 등 경영자가 명백하게 회사의 재산을 축낸 경우이다. 이 같은 행동을 적발하고 교정함에 있어 법원은 시장 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경영판단이 옳은 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장이 법원 보다 우위에 있다.


제4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소송 제도를 개관한 후, 제5장에서는 그것에 대한 평가를 시도해 보았다. 가장 먼저 다룬 것은 충실의무 조항이다. 첫 번째로 용어의 혼란이 지적되었다. 충실의무의 도입이 미국의 회사법을 계수(繼受)한 것이라 보았을 때, 우리 상법상의 충실의무가 Fiduciary duty와 Duty of Loyalty 중 어느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어느 쪽이더라도 우리 회사법 상의 충실의무 조항은 의미가 없다. 우리 회사법은 이미 duty of care와 duty of loyalty로 구성되는 fiduciary duty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주식의 유동성과 대표소송 요건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회사는 비상장회사에 비해 시장의 규율을 심하게 받는다. 게다가 상장회사의 소액주주들은 대체적으로 지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상장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권의 행사는 상대적으로 억제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회사법과 증권거래법은 오히려 반대의 구조로 되어 있다.


기회주의적 소송을 막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도 다루어졌다. 대표소송의 본래 목적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는 소송권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쓸 수 있다. 사전에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소수주주가 원하는 한 자동적으로 소송이 성립되는 현재의 제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별소송위원회제도 같은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