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 산업, 시장경제 속에서 피운 꽃

김다영 / 2020-12-08 / 조회: 886

‘시장경제 원리’. 이 단어만 들으면 어려운 경제학의 개념이라 생각된다. 복잡한 이해관계들과 경제 공식들이 얽혀있을 것만 같은 단어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일상 속 시장경제 원리는 다양한 상황에 깃들어있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 식당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먹는 것,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는 것 등등 의식하고 행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행동에 시장경제의 원리가 반영되어있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 더 깊숙이 시장경제 원리가 파고 들어있을 수 있다. 우리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생산, 소비되는 과정에도 시장경제 원리가 담겨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흔히 문화라고 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부터 영화, 음악, 패션 등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산업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흔히 우리의 정서나 예술과 창의성 등을 기반으로 발전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속에서도 경제성을 충족시키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건이고, 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영화는 시장 지배 논리에 따라, ‘박스오피스’ 순위에 들기 위해 흥행을 보증하는 공식을 포함하는 내러티브들을 넣고 영화에서 수익성과 예술성 그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논제로 여겨진다. 패션계에서는 하나의 트렌디한 유행이 시작되면, 비슷한 유형의 아이템들이 저렴한 가격, 좋은 소재 등 시장에 다양한 강점을 내세워 쏟아진다. 음악 산업에서도 대중의 선호를 얻기 위한 일련의 형식이 갖추어지고,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경쟁하며 ‘사재기’까지 등장하여 시장경제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를 이루는 산업들에서조차 끊임없이 시장경제 원리가 작용하고 이로써 생산, 소비되는 것이다.


문화 산업에서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이렇게 결과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화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작자(창작자)가 창작한 저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에도 시장경제 원리가 담겨있다. 저작권법은 문화적 창작물을 창작한 자의 권리 및 이에 인접한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물(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입법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입법 목적 속에 시장경제 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출판, 음원, 영상 등 창작물을 창작한 작가를 보호하는 차원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시장에 창작물들을 내놓아 권리를 보호받으면서도 수익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보호되고 이러한 보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위해 작가들은 창작물을 생산한다. 그들이 창작한 정신적 산물을 시장에서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문화 산업이 건전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이렇게 시장경제의 원리는 재화, 서비스를 넘어 정신적 산물인 창작물에서도 작용하고 시장경제의 논리 덕분에 더욱더 많은 창작물이 생산되고 문화 발전이 이루어지게 한다. 문화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경제와 사회문화는 범주가 다른 사회 속의 현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원리 아래 문화는 수익을 창출하고 성장하며 또, 그렇게 성장한 문화 산업들로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 치열했던 아이돌 시장, 음원 시장 속에서 K-pop은 성장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현재 세계는 한국의 아이돌을 주목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드라마에 열광하며 무수한 드라마가 쏟아져나왔고 다양한 소재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드라마 시장은 성장하였고 해외에서는 한류 드라마에 주목하였다. 이처럼, 음원 시장과 드라마, 영화시장은 치열한 경쟁시스템의 시장경제 아래 발전했고, 한국이 문화 강국이 되도록 이끌었다.


미래에는 재화, 서비스를 넘어 문화가 경제가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는 경제였고, 저작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문화가 시장경제 아래 기능하도록 보장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한국의 문화 성장 사례를 통해 시장은 산업의 발전을 이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날 수 있었던 것, BTS의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넷플릭스 콘텐츠 TOP10에 한국드라마가 랭크될 수 있었던 것은 시장경제 속에서 우리의 문화 산업이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이 집중하였던, 시장에서 치열하였던 산업일수록 빠르게 성장하였고 그러한 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즉, 현재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치열했던 한국의 문화 산업 시장을 거쳐 피우게 된 결과물이며, 앞으로도 시장경제 원리 아래에서 우리의 문화 산업은 더 좋은 퀄리티를 향해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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