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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와 시민의 갈림길에서: <노예의 길>

박아름 / 2022-02-25 / 조회: 627

“자생적 질서를 인공적 질서로 전환시키려는 모든 정치적 기도 즉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결국 노예의 길로 가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주의 경제철학자 하이에크가 저서 '노예의 길’에서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다. 경제적 양극화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큰 정부론이 힘을 얻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특히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정책을 통해 정부가 사회 구석구석에 손을 뻗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한 달콤한 구호에 흔들리는 순간 시민들이 노예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임을 하이에크가 78년 전 출간된 책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경제적 궁핍을 비롯한 각종 사회 문제를 중앙에서 해결하겠다는 속삭임은 매력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와 권리의 박탈이라는 값비싼 대가가 도사리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정부가 임금과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고용과 생산이 급변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한다. 사회주의는 곧 전체주의로 이어져 국민을 노예로 삼는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들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유혹에 빠져 종국에는 사람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길로 나가게 된다고 설파하며 사회주의 정책의 확대가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명령과 금지가 가격 체계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구절은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노동시간의 제한 등 각종 규제 정책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그는 생산에 대한 통제가 소비에 대한 통제이며, 이는 결국 각자가 꾸릴 삶에 대한 통제라 비판한다.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고 삶이 통제당하는 것은 노예의 삶을 연상시킨다. 사회주의는 때로는 더 큰 평등이라는 이상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그런 이상의 달성을 위한 수단, 즉 사기업제도와 사적 소유를 철폐하고 기업가 대신 중앙계획 당국이 계획경제를 실천하는 체제를 의미한다는 하이에크의 진단은 사회주의의 허상을 지적하고 있다.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전체를 위해 이용당하고 통제받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이에크는 문명의 복잡성 증대와 기술적 이유 등으로 중앙계획 당국의 계획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집단주의 계획은 경제 전체를 하나의 조직으로 만든 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강력한 권력을 탄생시키는데 이때 개인은 계획 수행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에서 설정한 계획의 수월한 이행을 위해 당국이 계획의 기초가 되는 요소를 개인에게 어떻게 강요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집단주의적 계획 시스템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 노예로 만드는 과정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하이에크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한 노예제를 돌아보게 한다.  


하이에크가 주창한 것은 중앙의 통제 대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다. 자유주의를 채택한 사회에서는 큰 부가 자신에게만 달려 있을 뿐 권력자의 선처에 달려 있지 않다는 그의 통찰은 불공정과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 어떤 시스템이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지 묻고 있다. “경쟁시스템은 아무도 누군가가 큰 부를 이루려는 시도를 금지할 수 없는 유일한 시스템”이라는 구절은 권력자의 선처를 받은 대상이 경제적 이권을 독점하는 체제와 자유주의 체제를 극명히 대비시킨다. 


케인즈가 득세하던 상황에 출간된 이 책은 초반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으나 1974년 하이에크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그의 제안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이어져 경제 부활을 이끌었다. 케인즈주의에 맞서 신자유주의를 주창한 하이에크의 이론이 정당성과 현실적합성을 획득한 것이다. 


억압받는 노예가 될지, 자유를 누리는 시민이 될지 갈림길에 선 우리다. 전체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짓밟고 시민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드러낸 '노예의길’이 출간된 지 78년이 지나도록 전체주의의 허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맴돌며 시민들을 현혹한다. 개인이 자각하지 못할 만큼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전체주의를 경계하고 자유를 옹호하는 것이 노예의 길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하이에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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