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출발 -마크롱, `일자리 창출` 극과 극

곽은경 / 2020-03-15 / 조회: 12,651       시장경제신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인 2017년 5월 높은 지지율 속에 취임했으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정책목표는 같았지만 두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방향이 크게 달랐고, 성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마크롱의 해법은 명쾌하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철학 하에 기업에 대한 규제부터 풀었다.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고용과 해고를 쉽게 만들어주고, 노동조합의 권한을 축소했다. 유로존 최고 수준이었던 법인세도 대폭 인하했으며, 부유세도 폐지했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만큼 노조의 목소리가 강한 국가였다. 적게 일하고, 다른 나라보다 높은 임금은 받다보니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문제가 만연했다. 마크롱은 ‘프랑스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친기업, 노동유연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부자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의 반발에 타협하지 않고 “기업을 돕는 것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한 것이고, 기업을 지키는 것이 바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길이다”라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마크롱의 선택은 옳았다. 해고가 쉬워졌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일자리는 늘어났다. 해고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금 부담이 낮아지자 규제를 피해 해외로 떠났던 투자자와 기업들이 프랑스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새로운 투자처에서 일자리들이 생겨났다. 특히 청년층에 대한 고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마크롱 취임 이후 36만 7천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23%에 달하던 청년실업률은 집권 2년 만에 19.2%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노동의 질을 높이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기업의 쉬운 해고를 허용하되, 노동자들이 변해가는 시장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35만 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주는 직업교육용 앱을 만든 것도 이러한 취지다. 퍼주는 복지 대신 국민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일하는 프랑스’를 위해 복지정책과 연금제도 개편도 시도하고 있다. 국가의 보조금에 기대는 대신 근로를 통해 소득을 늘리는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실업수당 수급을 위한 필수 근로시간을 늘렸고, 은퇴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부터 마크롱과 큰 차이를 보인다. 친 노동정책을 통해 직접적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시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24.2%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7.5%로 높였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시도도 하고 있다. 한해 50조 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집행하고, 공무원 채용을 늘렸으며, 단발성 노인 일자리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25.0%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라는 슬로건 하에 각종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은 낮추되, 보장성을 강화하고 실업급여의 지원 수준과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각종 수당을 신설했다. 국민의 생산성을 높여 국가재정에 기대지 않고 더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고 있는 마크롱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은 대내외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프랑스의 성과를 한국의 것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다만 저성장, 고령화 상황에 직면한 경제상황을 놓고 볼 때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재정지출 기반의 경제성장, 친노동정책, 복지정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저성장, 높은 실업률로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프랑스가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높여 ‘더 일하는 국가’로 만들었는지 마크롱의 비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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