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경쟁은 당사자들에게는 피곤하겠지만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 많은 학자들이 경쟁에 대해 연구해 왔고,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법과 정책도 마련되어 왔다. 그러나 경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고,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할 때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경쟁의 기준은 완전경쟁이다. 즉, 수많은 기업들이 동일한 재화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경쟁 상태인 것이다. 완전경쟁 개념은 기업들이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관점을 형성시켰고, 경제학자들은 수리적 모형을 통해 기업 수가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하여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 이러한 관점에 논리적 엄밀함을 제공했다. 더욱이 이 결과는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많아져도 성립한다. 따라서 경제학 연구에서 기업의 수로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여 분석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기업의 수는 경쟁의 정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 기업 또는 소수의 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경쟁이 덜한 상태로 보는 것은 물론이고, 비효율적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의 퇴출을 막는 것이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Brown Shoe 판결(1962)에서 반독점법이 보호하려는 것은 경쟁이지 경쟁자가 아니라고 천명했지만, 정작 결론은 소상인들을 보호함으로써 경쟁 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비효율적 기업이라도 시장에 남아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할까? 앞서 언급한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재화를 생산한다는 다소 강한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현실의 경쟁 상황을 좀 더 반영하여 기업들이 생산하는 재화가 서로 조금씩 다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최근 필자는 기업들이 차별화된 재화를 생산하는 경우, 비효율성이 큰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 총생산량이 감소하여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이는 경쟁에 의한 비효율적 기업의 퇴출은 (기업 수를 감소시키지만)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단순히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경쟁이 치열해져 항상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경쟁의 정도를 기업의 수로 평가하는 것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쟁을 어떻게 이해하여 그 정도를 평가할 수 있을까?
올해로 탄생 300주년을 맞는 애덤 스미스와 같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경쟁자보다 싸게 판매하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경쟁의 본질로 생각했다. 또한 하이에크와 같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경쟁을 소비자들이 무엇을 얼마나 선호하고, 어떤 생산방식이 효율적인지 등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즉, 경쟁은 특정 시장구조나 상태가 아니라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행동과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경쟁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경쟁의 정도는 기업의 수보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이윤을 창출하는 활동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느냐와 더 관련이 깊다. 어떤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하고자 할 때 소수의 큰 기업이 아닌 기업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부터 문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회상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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