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제 전반의 평가

김재원 / 2010-03-11 / 조회: 6,414
정책배경


어떤 정책이든 그 정책을 채택한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정책내용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도 쉬운 법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정부가 왜 이 시점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 자동 경보 시스템을 문제시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할 것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면 정부는 노동정책을 별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노동의 수요란 생산물 수요의 파생수요에 불과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은 거기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창출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효울적인 측면만 보면 노동정책은 생산물 시장의 변화에 순응하도록 하는 것이 최상이다.


즉 요즘과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노동수요의 가격 즉 높은 임금보다는 낮은 고용문제를 풀고자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고, 반대로 호경기에는 낮은 임금문제 보다는 부족한 노동 공급을 어떻게 충당하여 인력부족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정책적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이 생산물 시장의 수요변화에 탄력적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의 대상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의 생계가 걸린 노동의 가격인 임금이 변동하게 되면 가계의 소득이 불안하다는 문제점을 안게 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임금 소득을 안정시킬 방도가 있다는 전제하에 노동시장은 탄력적일 수록 좋은 것이다.


사실상 많은 선진국의 경우 두 가지 유형을 보인다. 하나는 자본주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탄력적인 노동정책을 추구하는 미국의 경우이다. 미국은 정규, 비정규직의 구분이 없고, 사실상 해고는 경영상의 필요가 최우선시 된다. 두 번째 경우는 대부분 유럽 등 복지국가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정부가 고용안정을 보장하면서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생산물 시장에 순응하는 노동시장이 가장 이상적이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방경제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앞에서 본바와 같이 임금 소득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한 노동이 생산에 탄력적으로 순응하는 노동시장이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유를 보면 근로자의 1/3이 1년 내에 직장을 옮길 정도로 노동시장이 매우 탄력적이다. 즉 탄력적이란 의미에는 근로자의 이동이 자유롭고 사용자의 채용과 해고가 자유롭다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덴마크가 이렇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복지국가를 추구하면서 실업급여를 통해 소득보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실업기간 중 4년간 저소득그룹에 임금의 90%를 보장해주는 실업급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의해 고용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득보장(실업급여에 의한)과 고용안정성(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추구로)을 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보호(즉 해고와 채용이 용이함)와 높은 근로자 이동 이라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이 덴마크 유연안정성의 황금삼각형 모형이라고 불린다. 황금 삼각형이란 실업급여(소득보장)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고용안정)의 바탕 위에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동시에 근로자보호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이다.


복지국가의 예에서 보듯이 고용안정과 소득보장이 이루어지면 강도 높은 탄력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복지국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지나친 소득보장에 따라 근로자의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나아가 도덕적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많은 복지국가에서 고민해온 점이다. 근로자들의 도덕적해이 또는 무임승차(free rid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덴마크의 예를 들어 보면 이는 인적자본의 확충에 입각한 적극화 전략으로 불린다. 즉 구직, 임금보조 일자리창업, 직업훈련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확대, 참여의 의무화, 이에 연동한 실업급여 수급기간의 단축을 들 수 있다. 실업급여 기간은 1994-2007년 기간 중 9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였다. 또한 개인행동계획을 도입하여 향후 취업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의 위반시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도록 하였다.


덴마크는 이런 일련의 조치를 통해 복지국가에서 나타날 개연성이 있는 도덕적해이를 막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급여는 국가가 시혜적으로 주는 것으로 착각하여 실업급여의 지급시 도덕적 해이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실업급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정책내용: 노동시장정책의 효울성면에서 볼 때 실업급여의 부정수급은 근절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실업급여에는 구직급여(구직급여, 상병급여)와 취업촉진수당(조기재취업수당, 직업능력개발수당, 광역구직활동비, 이주비)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상황 악화로 실업급여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고용보험의 재정건전성이 심각히 악화되고 있다. 2009년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대비 43.7% 증가하여 4조 1164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여건을 반영하여 고용보험의 지출은 2009년에 6조 7,245억원으로 전년대비 32.5% 증가하여, 지출이 수입을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립금의 고갈에 따른 재정악화가 우려된다.


실업급여 사업은 구직급여의 허술한 관리가 이루어져 생계보장과 수급자의 구직활동을 촉진하고자 하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수급 문제는 2007년 정부의 부정수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크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부족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 담당 창구 직원들이 연로한 실업급여 신청자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어려워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아래에서 보듯이 수급기간 중 제재를 받은 수급자의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는 021%로 그 비율이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제재 비울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급액이 적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에서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점차 중요시 될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도덕적 해이를 낮출 수 있는 정책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부가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방향이라고 보아진다.

< 표 1 > 수급기간 중 제재를 받은 수급자 비율(%)

전체

노동시장 참여요건 관련

행정규정 위반

소계

일자리
제의 거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거부

구직활동
불성실

호주

1997.7-11

14.71

3.30

0.33

1.82

1.15

11.41

벨기에

1997

4.20

0.78

0.02

0.76

3.42

캐나다

1995

6.07

6.07

2.74

3.33

체코

1997

14.70

덴마크

1997 1분기

4.30

2.12

0.57

1.55

2.18

핀란드

1997

10.19

10.19

2.69

7.50

독일

1997

1.14

1.14

0.64

0.50

일본

1998

0.02

0.02

0.00

0.02

0.00

스위스

1996

40.29

13.23

25.26

뉴질랜드

1997-98

0.37

0.37

0.01

0.36

노르웨이

1998

10.84

7.32

5.01

2.31

3.52

영국

1997-98

10.30

5.52

1.23

2.21

2.08

4.78

미국

1998

56.97

35.35

1.90

33.46

21.62

한국

2007

0.21

0.03

0.03

0.18


자료 : 「2008년 고용보험사업 심층평가 1부」, 노동부(2008)

정책평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위해서라도 고용보험을 이용한 선심성 정책보다는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둔 올바른 정책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구직급여 수급자들의 ‘구직활동 여부’에 대한 조사・관리 강화해야 한다.


또한 민간취업기관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성 제고하는 등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재취업지원 기능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부정수급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금의 추세를 보면 사회보장기능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고용보험을 통한 사회보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01년에 산전산후급여를 고용보험을 통하여 모성보호제도의 지원을 개시한 바 있다.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강화한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일반회계에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상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고용보험의 재정적 건전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김재원 /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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