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법안 보완해야

박양균 / 2010-01-21 / 조회: 8,282
정책배경


현재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의 대학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낮다. 얼마 전 ‘더 타임스’에 발표된 세계 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47위에 머물러 도쿄 대학과 싱가포르 대학보다 훨씬 낮았다. 그리고 현재 박사급 인력은 지속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재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대학경쟁력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처럼 낮은 대학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학 법인화 논의는 20여 년 전 부터 있어왔다. 1987년 교육개혁위원회가 국립대학을 장기적으로 법인화할 것을 권장했지만, 그 후 대학 법인화에 대한 논의만 있어 왔다. 2007년 6월 국립대학 법인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서울대도 2004년에 법인화 TF팀을 발족해 법인화를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2008년 9월 또 다시 서울대법인화 위원회가 출범하고 2009년 3월 ‘법인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화를 추진했다. 2009년 12월 8일에 이르러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돼 입법 예고되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서울대는 이르면 2011년 3월부터 국립대학법인으로 새 출발하게 된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향상시켜 효율적인 대학운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하여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책내용: 재정·조직·운영 등 자율성 확보와 계속된 재정지원

< 서울대 법인화 추진일지 >

- 1987년 교육개혁심의회 국립대학교 법인화 권장
- 1988년 법인화를 논의를 위한 공청회 개최
- 1995년 정부 ‘5.31 교육개혁안’ 국립대 법인화 방안 발표
- 2004년 서울대 법인화 TF팀 발족
- 2006년 이장무 서울대 총장, 법인화 공약 발표
- 2007년 6월 교육인적자원부 ‘국립대법인화법률안’ 제출
- 2008년 5월17대 국회 임기만료, ‘국립대법인화법률안’ 폐기
- 2008년 9월 서울대법인화위원회 출범
- 2009년 3월 서울대법인화위원회, ‘법인화 방안 연구보고서’ 초안 발표
- 2009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 ‘서울대법인화 법안’ 입법예고
- 2009년12월 8일 서울대 법인화 법안 국무회의 통과

‘서울대 법인화 법안’의 핵심은 서울대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정부의 지원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울대학교의 법적 지위가 정부 부속기관에서 독립된 대학법인으로 바뀐다. 현재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들도 법인 소속 직원으로 바뀐다.


 

서울대 법인화 전·후의 비교

법인화 전
법인화 후
성 격

· 정부기관

· 독립법인

지배구조

· 최고의결기구 - 평의원회
· 총장선임 - 직선제

· 최고의결기구 - 이사회
· 총장선임 - 이사회, 간선제

교직원신분

· 공무원

· 법인 직원

학사·행정 조직

· 학사·연구조직 설치와 폐지를 위해서는
정부 승인

· 이사회 심의 의결로 설치 폐지 가능

재정운영

· 세목별 예산편성과 특별교부금 성격의 예산지원


· 재산 활용이 국유재산법 등에 의해 제한


· 대학 스스로 재정확보 수단 거의 없음

· 자율적 예산편성과 성과평가에 따른 재정지원


· 재산의 소유권 확보로 재산활용 용이 (수익사업 가능)


· 장기차입, 학교채 발행을 통한 재정조달 가능

 


지배구조 또한 크게 바뀐다. 현재 서울대의 최고의결기구는 서울대 평의원회인데, 법인화가 되면 이사회가 최고의결기구가 된다. 이사회는 7인 이상 15인 이하로 구성 되며, 이사로는 교과부차관과 기획재정부차관이 포함되며 외부인사가 2분의 1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총장 선임은 종전에 교수·교직원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했으나, 법인에서는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하고 교과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는 간선제로 바뀐다.


종전의 서울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은 무상으로 서울대에 양도하고 향후 서울대 운영에 필요할 경우 무상으로 양도·대부·사용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유재산도 무상으로 서울대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서울대 운영에 필요할 경우 무상으로 대부·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서울대는 대학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장기차입을 하거나 학교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아울러 법인의 재산을 이용하여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서울대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는 매년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 확충비 및 교육·연구발전을 위한 지원금을 출연하고, 종전의 서울대 예산, 고등교육 예산 규모 및 그 증가율을 고려하여 산정하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도 서울대에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4년 단위의 대학운영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연도별 대학운영계획을 수립 공표하며, 교과부장관은 그 실적을 매년 평가 공표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 교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 법인직원이 되며, 공무원에서 퇴직해야 한다. 만약 법인 직원으로 임용될 것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소속, 신분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교원의 경우 직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5년간 공무원 신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교직원으로 임용된 사람의 정년은 그 교직원의 퇴직 당시의 직급에 적용하던 ‘국가공무원법’ 또는 ‘교육공무원법’상의 정년에 따른다.


정책평가: 한시적 재정지원과 이사회에 정부 개입여지 없애야


서울대 법인화가 반드시 경쟁력 제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위해서 필요하다. 현행 법령 하에서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학생 선발, 등록금, 재정, 신규 조직이나 학과 설·폐 등 모든 것이 정부의 규제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주고 변화하는 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먼저, 서울대의 지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꾼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변화다. 종전 서울대의 최고의결기구는 평의원회로 공급자 위주에서 주요 안건들을 의결했다. 그러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이사회로 바뀜에 따라 이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사회에 기획재정부차관과 교과부차관이 이사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어 여전히 정부의 개입여지를 남겨놓았으며, 이사 구성원 중 2분의 1 이상을 외부인사로 임명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대학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사 임명에서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외부인사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총장 선임을 교수와 교직원이 선출하는 직선제에서 이사회가 선임하는 간선제로 바뀐 것은 바람직스러운 변화다. 사실 서울대는 교육과 연구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조직이다. 그런 목적을 가진 조직의 총장을 조직 구성원들의 선거로 선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학교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사람이 총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낮으며, 자칫 표를 얻기 위해 조직의 목적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총장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서울대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지원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아울러 서울대를 계속해서 재정 지원하는 것은 서울대의 법적 지위만 정부기관에서 법인으로 바뀔 뿐 법인화 이전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계속된 재정지원은 특혜이자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다. 물론 당장 정부가 재정지원을 끊는다면 서울대가 재정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정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되 그 기간 동안 경쟁력을 갖춰 자립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교직원의 고용승계와 정년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정년보장은 교직원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고용은 승계하되 교직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수에 대한 퇴출제도를 마련해 정착시켜야 한다. 대학 경쟁력의 원천은 교수의 교육과 연구능력에 있다. 교수퇴출제도의 도입은 교수 간에 경쟁을 유도하여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것이다.


결국 서울대 법인화는 대학경쟁력 향상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필요하다. 다만, 법안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 먼저, 이사회 구성원 중 정부 관료를 제외시켜야 한다. 정부 관료가 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정부의 입김이 서울대에 작용할 수 있어 자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한시적이어야 하며 그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정부가 계속해서 지원한다면 이는 법인화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직원의 고용은 승계하되 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수 간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교수 퇴출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서울대 뿐만 아니라 다른 국립대학들도 법인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다른 지방 국립대학 법인화의 모델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국회에 제출된 서울대 법인화 법안은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양균 / 자유기업원 시장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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