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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바우처, 효율성이 고려되어야

정기화 / 2009-11-19 / 조회: 4,430

정책배경: 복지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일정 대상자에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이용권을 지급하고, 사후에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자에게 사용대가를 지불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바우처 제도는 선진국에서 공공기관에 의해 주로 공급되는 복지서비스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교육 바우처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공교육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하여 학부모들에게 교육 바우처를 지급하고 학생들이 선택한 학교에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경쟁이 이루어져 공교육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바우처 제도도 기본적으로는 복지지출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여러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서비스 공급자간의 경쟁을 통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여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사회서비스의 경우 고용이 어려운 계층으로 하여금 이들 서비스를 공급하게 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고용기회도 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분으로 도입된 바우처 제도는 2005년 문화 바우처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 계층에게 영화 공연 전시 등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일정한 액수 내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였다. 이것은 바우처라고 하지만 공급업자간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개선을 꾀한다는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이 강하였다.


바우처 제도가 크게 늘어난 것은 고용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2007년에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이다. 저소득층의 노인이나 장애인 은 가사 간병 등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이에 대한 서비스는 일부 사회단체의 자발적 봉사를 제외하고는 체계적으로 공급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상자들이 바우처 제도를 통하여 이들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취업 취약계층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 후 다양한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정책내용: 사회적 서비스, 보육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


현재 명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우처 제도는 <표1>과 같다.

<표 1> 바우처의 종류 및 내용

바우처 종류

사업내용

대상자

도입 시기

문화 바우처

공연, 영화, 전시 등의 관람비용 지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 상위계층(최저생계비120% 이하 가구)

2005년

교육 바우처

방과 후 학교 수강료 지원

기초생활 수급자

2006년
10월

사회적 서비스 바우처

노인 돌보미

가사 및 활동 지원

전국가구 평균소득 150% 이하

2007년
2월

장애인 활동 보조지원

일상생활 및 활동지원

1급 중증장애인

2007년
5월

지역사회 서비스

지역맞춤형 서비스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

2007년
8월

산모신생아 도우미

산후 조리 및 건강관리

전국가구 평균소득 50% 이하

2008년
2월

가사간병 방문서비스

가사 및 간병 지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차 상위 계층

2008년
9월

장애아동 재활 치료 바우처

재활 치료비 제공

전국 가수 평균소득 50% 이하(18세미만)

2009년
2월

스포츠 바우처

스포츠 시설이용료 및 용품구입비 지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의 7-19세

2009년
3월

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

임신 출산 진료비

소득 무관

2009년
9월

보육 바우처

보육시설 이용료

지원액에 따라 대상 상이

2009년
9월

주택 바우처  

주택 임차료 지원

저소득 가구

도입 논란 중

이러한 바우처 제도는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가 부족하다고 여겨 저소득 계층에 대해 이들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해 바우처를 지급하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 바우처 또는 스포츠 바우처이다. 문화생활이나 여가활동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자신이 원하는 문화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바우처 제도는 공급자의 경쟁을 제고시키거나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효과는 없다. 기존의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현금 형태의 지급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지출형태의 결정에 미치는 청소년의 영향력이 적어서 필요한 소비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문화활동에만 사용이 가능한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둘째, 정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급하는 바우처이다. 이것은 출산율 제고를 위하여 임신출산에 따른 진료비의 일부를 보조하는 바우처(고운맘 카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우처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공급자의 경쟁을 제고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 명시적으로 바우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고용정책과 관련하여 계획하고 있는 능력개발 카드제(또는 계좌제)도 유사한 것이다.


셋째, 사회적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바우처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 서비스 바우처이다. 이것은 사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이들 바우처에 의하여 창출된 일자리는 2009년 42,42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나타낸 것이 <표 2>이다.

<표2> 사회 서비스 수혜 인원 및 일자리

사업명

지원수준

본인부담(천원)

예산(억원)

수혜인원(명)

일자리(명)

노인돌보미

월27시간, 36시간

월 18-58

199

10,140

2,897

산모신생아
도우미

2주

월 46-92

258

59,000

2,258

장애인활동
보조지원

월40-100시간
(독거자180시간)

월 20-50

1,124

25,000

17,925

지역사회
서비스

사업별 상이

월 5-50

700

40,000

10,270

가사간병
방문서비스

월27시간, 36시간

월 46-92

536

36,000

9,000

합계

 

 

2,817

170,140

42,420

이들 바우처에 의해 제공되는 사회 서비스는 민간에 의해서도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 의하여 공급되는 서비스는 가격이 높아서 저소득 계층은 이를 이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나 개인들에게 이를 공급하게 함으로써 사회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을 위한 서비스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과 분리된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공급능력의 부족 등으로 경쟁이 부족할 수 있으며 서비스의 품질이 민간시장보다 떨어질 수 있다.


넷째, 기존의 지원정책을 명시적 바우처 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육 전자 바우처(아이 사랑카드)를 들 수 있다. 이전에도 저소득계층에 보육비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져 왔다. 그 때에는 저소득계층의 영유아가 시설을 이용하면 보육시설이 정부에 신청하여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이제는 보호자에게 바우처를 발급하고, 이들이 시설을 이용하면 그 실적에 따라 보육시설에 이용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바우처 제도는 복지지출을 늘이지 않고서 기존의 지원정책이 가지고 있는 행정비용이나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급자의 경쟁을 제고시키거나 대상자의 선택권을 향상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



정책평가: 복지비 증대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바우처 제도는 사회복지제도의 효율성을 위하여 필요하다. 공공조직을 통해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것보다 민간을 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사회복지 대상자의 선택을 높여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공급자의 경쟁을 통하여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한다는 의미의 바우처 제도는 명시적으로 바우처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을 뿐 여러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었다. 예전에 저소득층이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그 비용을 정부가 직접 보육시설에 지급하였다. 보호자에게 보육시설의 선택권이 주어져있고 다수의 보육시설이 경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묵시적 바우처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명시적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관리나 행정비용을 절약하는 장점이 있지만, 바우처 제도 본래의 이익은 없다.


사실 정부보조를 받는 공공조직에 의해 서비스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성 개선의 효과가 가장 크다. 공공조직은 정부보조를 받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고 따라서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더라도 민간조직과 경쟁할 수 있다. 대상자들도 낮은 가격에 유인되어 공공조직의 서비스를 소비할 것이다.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면 대상자가 선택하여야만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공조직은 민간조직과 서비스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공공조직의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바우처 제도는 공공부문에서 공급되는 복지서비스의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다. 새로 도입되는 명시적인 바우처 제도의 대부분은 기존 민간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효율성의 개선보다 새로운 복지 지출을 위하여 도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복지지출을 위해 바우처 제도가 선호되는 이유는 대상자들이 복지비 지출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액을 이용할 수 있는 전자카드를 받으면 수혜자는 혜택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적은 비용으로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서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것이다.


물론 사회서비스 바우처처럼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서 바람직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민간부문과 경쟁이 제한되고 공급능력이 제한되어 있어 그 효과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지금의 바우처 제도는 복지 제도의 효율성을 개선하기보다 복지지출을 늘이는 방법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크다. 그래서 복지비의 중복지출에 따른 비효율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바우처 제도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려면 기존의 정부복지제도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복지비 증대를 위한 바우처 제도 도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기화 /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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