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의료기관을 민영화해야

전용덕 / 2010-05-27 / 조회: 4,687
정책배경: 보건보지부는 민간병원에게도 공공보건의료 역할을 부여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을 국공립 병원에 한정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함으로써 현행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함


보건복지부는 현행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은 공공보건의료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국공립병원(현재 181개)의 활동으로 한정해 전체 2500여개의 민간병원을 공공보건의료 활동에서 배제함으로써 지역별 의료 취약지 등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인식함


보건복지부는 민간병원도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국가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필수 보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가짐


보건복지부는 또한 공공의료에 참여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는 민간병원의 공적 의무도 강화할 예정임. 특히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공공보건의료 사업 계획을 수립․평가해야 하고, 회계 공개를 해야 하며, 신종플루와 같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예상되는 경우에 위해 감소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예정임


요컨대,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의료취약지역을 해소하고, 의료취약계층의 의료를 보장하고, 필수로 여겨지는 보건의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분야를 해소하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한 질병의 예방과 건강을 증진하고자 함


정책내용: 보건복지부는 민간병원에게도 공공보건의료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방향’ 참조)


첫째, 보건복지부는 정기적으로 일반, 분만 등의 의료취약지역을 고시하고 거점 의료기관을 지정․육성함 둘째, 어린이 병원, 고위험 분만 센터 등, 수익성이 낮은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지정함.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지역별 의료공급 차이와 중요성 등을 고려해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규모 등을 결정 셋째, 보건복지부는 또한 공공의료에 참여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는 민간병원의 공적 의무도 강화할 예정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방향 >

구분

현행

개정안

법률의 목적

국공립 의료기관이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행하는 일체의 활동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편적인 의료접근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활동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

국공립 의료기관

국공립 의료기관 뿐 아니라 민간의료기관도 포함

공공보건의료 대상 범위

명확한 구분이 없음

- 의료취약지역 해소


- 의료취약 계층의 의료보장


- 필수보건의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분야의 해소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한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에 관한 사업

출처: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방향”에서 인용


정책평가: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병원을 민영화해야


공공보건의료를 국공립병원에서 민간병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정부의 민간 시장에 대한 규제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공공보건의료의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민간 의료에 대한 보조의 영역을 확대하고 보조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보건과 의료와 같은 영역은 교육과 함께 외부경제(external economies)의 대표적인 예로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 아님을 설명한다.


주류경제학은 보건과 의료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대가를 모두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로 규정하고 그런 시장실패를 정부 규제의 근거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의 외부경제에 대한 설명은 틀린 것이다.


외부경제의 경우에 두 가지 길 또는 대안이 있다. 첫째, 행위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큰 경우를 보자. 자기 집 앞에 꽃밭을 만드는 경우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꽃밭을 만드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대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염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만을 고려하여 꽃밭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주류경제학의 설명처럼 외부경제가 있는 경우에 해당 재화를 과소 생산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과 보건을 누구보다 염려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해만을 고려하여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자원을 얼마나 쓸 것인가를 결정한다. 비록 전염병을 치료하는 경우에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말이다. 즉 자신만의 이해를 고려하여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건강의 경우에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과잉투자를 염려해야 한다.


둘째, 어떤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비용이 너무 큰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혼자서 또는 소수의 사람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사람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C사업을 외부경제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과소 생산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라고 하자. 만약 C사업이 수요가 많고 이윤이 날 것이 예상되면 민간이 그 사업을 실행할 것이다. 이윤 기회를 놓칠 리 없는 기업가가가 그런 사업을 실행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가 C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이윤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정부가 세금을 징수하여 C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은 소비자로부터 더 큰 만족을 빼앗고 더 작은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금의 징수로 민간이 잃게 되는 사업 기회가 C사업보다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C사업 시행으로 소비자는 더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더 적게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가 교육이지만 의료, 철도, 교량 건설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형 병원 또는 전문병원의 설립은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는 인구가 아주 적은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병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요의 부족으로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정부가 의료취약지역 해소 등의 이유로 그 지역에 국공립 병원을 설립하거나 민간병원을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C사업’을 실행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결과 소비자는 더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더 적게 가지게 된다.


앞에서 보건의료가 외부경제가 존재하는 사안이지만 정부가 규제를 해야 할 것이라는 주류경제학의 시장실패 주장은 틀렸음을 보았다. 이제부터 민간병원으로 하여금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비록 부분적이지만 민간병원을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첫째,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의 과잉진료를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과잉진료는 모든 병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의료 서비스와 약의 가격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병원이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면 의료 서비스와 약의 가격은 더 통제된다. 그 결과 병원 쪽에서 과잉진료를 할 유인이 더 증가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순수 민간병원보다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의 더 낮아진 비용 때문에 불필요한 경우에도 병원을 찾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잉진료는 환자의 건강을 오히려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둘째, 민간병원이 순수 민간 영역에서 충분한 이윤이 나지 않으면 자신이 맡은 공공보건의료 부문에서 그런 차이를 보충하고자 한다. 현재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나 도시라도 병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상당수 병원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병원이 정부 감독기관을 속이고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감독 대상이 되는 병원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병원의 부도덕한 행위를 방지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의 과잉진료나 부도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법률은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의 의무를 법률로 규정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규정이나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간병원을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감독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를 민간병원이 수행하면 정부는 그런 민간병원을 감독해야 한다. 감독비용은 국공립병원의 경우에도 감독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민간병원이 공공보건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지정되면 감독비용이 체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민간병원의 공공화로 정부의 감독 대상 병원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가 감독하는 병원의 수가 증가하고 감독 대상 영역이 넓어지면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도 그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도 의약 분야에서 ‘뒷거래’가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런 뒷거래의 아주 작은 부분이 우연히 밝혀져서 세상에 알려질 뿐이다. 즉 실제로 존재하는 뒷거래의 규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부 민간병원에 의한 공공보건의료의 수행은 보건 관련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를 촉진하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다섯째,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의 수가 증가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환자 쪽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인 공공보건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규제도 누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증가는 앞에서 지적한 문제를 누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공공보건의료는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공공보건의료의 주요 수혜자는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이다. 그러므로 공공보건의료는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낮은 계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한다. 민간병원을 국공립병원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공공보건의료의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서 소득재분배를 더 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재분배는 더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했듯이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의 수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주류경제학자가 주장하는 시장의 실패라는 그 상태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인간이 신이 되지 않는 이상, 시장의 실패를 개선하려는 어떤 노력도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보건과 그에 따르는 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보건의료 수행 기관을 국공립병원에서 민간병원으로 확대하여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국공립병원을 민영화하여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 의료․ 제약 분야의 사회주의화를 되돌려 자본주의 제도로 재탄생하게 하는 것이다. 1)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가장 잘 돌보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전 용 덕 / 대구대 교수


1)김대중 정부 시대에 시작된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보건․ 의료․ 제약 분야의 사회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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