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정책, 올바르게 바꾸자

장성수 / 2011-12-01 / 조회: 3,834
1.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정책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반값에 주택을 공급하여 최초 자가구입 계층의 주류를 이루는 30∼40대의 조기 주거안정을 통해 출산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입주자격 기준에 적합한 결혼 5년차 이내의 신혼부부에게 기존 주택가격의 60%수준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을 마련하였다.


이후 대대적인 홍보작업이 진행되면서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의 브랜드로 부각되었고, 이에 발맞추어 건설공급 규모와 대상 및 지역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보금자리 주택정책이 추진된 지 3년이 경과하였으나 정책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갖가지 부작용 특히, 주택시장의 왜곡을 초래하여 전세가격 앙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한편 개발제한구역의 훼손 및 보상가를 둘러싼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 그리고 보금자리 주택단지가 입지하는 지자체 및 주민의 반대 등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여 공급물량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택건설을 담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영난이 겹쳐지면서 보금자리 주택건설정책은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2. 전세값 주범은 보금자리주택정책


보금자리주택정책 발표초기 주택분야 전문가들은 시장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의 신규주택을 공급할 경우 소위 로또아파트가 되어 주택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정부정책의 신뢰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 우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발표 초기 국민적 기대는 부풀어 올랐고, 범정부차원에서의 건설독려정책이 이어졌다.


2008년 당초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은 2009년부터 연간 건설되는 50만호의 주택가운데 12만 가구를 할애하여 재임기간 중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의 본령을 보금자리로 설정하고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을 확대하여 모두 150만호를 공급하되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으로 구분하여 10년 동안 각각 70만호, 80만호를 공급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 수도권에서 향후 10년간 공급될 주택 총 300만호 중 일부를 할애하여 보금자리주택으로 돌리고 ‘기존 도시 내’에 광역 재정비, 재개발ㆍ재건축,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전체 공급량의 60%를 그리고 개발제한구역훼손지, 신도시개발, 산지․구릉지 활용 등을 병행하여 ‘도시 근교 및 외곽’에 40%를 건설한다는 공급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본격화된 보금자리주택건설정책과 거의 비슷한 시기부터 전세가격이 급등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전세가격상승의 요인을 분석하고 있으나 정책적 요인으로는 보금자리주택건설을 첫 번째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즉, 작금의 전세가격앙등은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상징인 ‘반값 아파트라는 보금자리주택의 신기루’가 낳은 재앙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주고, LH공사는 기존 분양가의 절반 값에 질 좋은 아파트를 공급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은 주변시세 보다 크게 낮은 분양가에 따라 분양만 받으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이 따라오니 청약 열풍은 당연했고 민간 아파트 가격은 거품으로 인식돼 주변 집값이 떨어졌다. 집값이 내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주택가구 750만에 비하면 보금자리 분양주택 70만호는 수요충족에 9%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한 공급물량을 감안한다면 보금자리 분양주택을 분양받는다는 것은 결국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았다. 문제가 불거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시범지구에서 아파트가 시세의 70%선에서 분양되자 온통 보금자리주택만 쳐다보면서 아무도 집을 사려 하지 않고 전세만 찾게 됐다. 재고주택거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 결과가 매매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전세값만 치솟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벌어졌다.


뒤이어 시장왜곡의 재앙이 밀려왔다. 정부가 개발을 독점한 개발제한구역내 요지의 값싼 보금자리주택에 밀려 민간주택 건설회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수요의 감소로 주택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신규 주택공급은 급속히 감소했다. 이어질 재앙도 분명하다. 건설회사가 일감이 없으니 택지를 확보하지도 못하고 건설자금도 바닥이 났다. 땅이 없고 돈도 없이 도깨비처럼 뚝딱 집을 지어낼 수 없으니 앞으로 공급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이고 몇 년 더 전세대란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당초부터 보금자리주택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무리한 정책이었다. 공공이 앞장서서 30여 년간 어렵게 보존해온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반값아파트 몇 채를 공급했으나 정작 혜택은 운 좋은 일부 당첨자들에게 지나친 시세 차익을 한꺼번에 안기는 형평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로또 논쟁이 일어나면서 분양가를 주변시세의 80~85% 선으로 높이고 나자 이번에는 진짜 돈이 없는 30∼40대가 감당할 수 없는 벅찬 집값이 됐다. 로또를 기대하며 한껏 꿈에 부풀었던 30∼40대는 허탈감에 뒤이은 분노를 씹고 있다.


서울 인근의 개발제한구역의 대대적인 훼손으로 값싼 택지공급여력도 소진되었다. 이제 값싼 아파트를 더 지을 만한 땅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개발제한구역내 토지소유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억울함에 뒤이어 낮은 보상가로 땅만 빼앗긴다고 아우성이고, 보금자리주택건설 지역 인근 주민들은 저소득층에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의 입지로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에 견디지 못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이 당초의 9600여 가구에서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반값을 내세워 로또 개념에서 비롯된 보금자리주택정책은 전세난을 극도로 심화시키고,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한편 민간의 주택건설 역량을 크게 훼손하였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정책은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 CEO출신인 이명박 정부 최대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3. 보금자리주택에 민간이 참여해야


전세값은 오르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민간건설산업이 위축되어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전세값의 연속적인 상승을 초래하여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에서 신규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신규주택이 지어지지 않는 것은 결국 매매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집값 폭등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살아나야 신규 주택이 공급되고 경색된 주택시장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시장의 작동메커니즘이자 원칙이다. 시장을 왜곡시켜 민간 주택공급 체계를 무너뜨린 보금자리주택의 치명적인 약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4. 현실적 대안 몇 가지


첫째, 민간자본주도 공공사업제(PFI)활용으로 민간참여 유도
 
1990년대 이후 영국과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는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공공사업 및 공공시설건설제도(PFI: Private Finance Initiative)를 보금자리주택건설에 활용한다. 이제까지 소외되었던 민간의 주택건설역량을 보금자리 주택사업에 참여시켜 그 활력을 이용하여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보금자리주택건설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활용한다. 공공주택 건설에 민자사업이 가능토록 규정을 바꾼다면 민간과 공공의 상생효과뿐 아니라 정부가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 확보도 이뤄지는 것이다.


빚이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도맡아 함으로써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사업에 민간이 건설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에 참여할 겨우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여 준다면 LH 공사의 보금자리주택건설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공사업에 민간참여를 허용하여 공공의 역할을 축소한다는 소아병적인 시각을 버리고 공공의 모자라는 부분을 민간이 채워주는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임대형 민자사업(BTL: Build Transfer Lease)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따른 초기 자금 부담을 덜고, 민간은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바꿔야 한다. 택지개발지구의 민간사업자 공모 방식, 토지보상 제도, 원형지 공급 방식 등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임대주택도 공공에서 땅을 제공하고 준공 후 일정한 가격에 매입해 활용한다는 조건만 존재한다면 민간주택 건설회사들은 자금을 조달하여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것이다.


둘째, 보금자리 주택건설정책의 로또적 요소 불식 
 
반값분양과 같은 로또식 정책 추진의 문제점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대도시지역에서는 분양가격을 인근단지가격의 일정수준으로 설정하여 당첨에 따른 과도한 수익을 배제하는 한편 5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분양조건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한다.


반값분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활에서 이를 강조할 경우 주택시장의 왜곡과 정책적 신뢰의 저하를 계속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반값 분양과 관련된 분양주택건설 및 공급 양을 대폭 손질, 감축하여 분양조건부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현실적일 것이다.


셋째,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지구 건설 지양


앞으로 더 이상 개발제한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지구를 지정하는 3000가구 이상의 대단위 보금자리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자체 등이 추진하다가 중지된 택지개발촉진법상의 택지개발지구 및 도시개발사업 등 기존 추진 중, 중단된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한다. 이들 사업장을 보금자리지구로 재활용한다면 보금자리지구의 자족성을 높이고 토지 보상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보금자리주택건설에 민간 참여 유도라는 전제에서 아파트 1000~2000가구 내외의 1개 단지급 규모로 대폭 축소시켜 지정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0만㎡ 이하 소규모 보금자리지구를 허용하는 한편, 사업절차 간소화, 공원ㆍ녹지 확보 비율 등의 규제를 완화한다. 
넷째, 지방정부의 역할 제고


보금자리 주택건설과 같은 대규모 주택건설정책을 중앙정부가 계획의 수립부터 건설, 공급, 분양, 관리까지 모두 담당한다는 것은 커다란 정책적 무리함을 안고 있다. 현 보금자리주택건설공급 프로그램 상 보금자리주택건설과 관련하여 해당 지방정부는 계획 및 건설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있고, 이로 인해 지방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다하기 보다는 지역주민의 민원을 대변하는 소극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끝없이 상승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주도하의 주택건설정책은 크게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보금자리 주택건설과 관련된 물량을 지역별 주택시장여건에 따라 할당하고 소요 건설자금을 지방정부에 지원하여 지방정부 주도하의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토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역량이 불충분하다는 것도 감안하여야 하나 언제까지나 이를 빙자해서 중앙정부 주도하에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지방정부의 출현이 진정한 지방화의 출발점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장성수 /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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