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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제도 폐지해야

박정수 / 2021-07-08 / 조회: 1,071

최근 우리 사회는 전례가 없는 공무원 되기 열풍을 경험하고 있다. 공무원 공채시험의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선호됨을 의미한다.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고, 제공된다 하더라도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에는 퇴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보수를 조금 덜 받더라도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이 상대적으로 후하며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것이다. 결국 혁신과 성장은 민간부문의 몫이라는 점에서 공공부문 쏠림현상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시민, 의료계, 그리고 보건당국이 혼연일체가 되어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백신접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위기대처 능력은 양호했다.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금모으기 등과 함께 정부가 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제대로 보완해 V자 반등을 이루었으며 2015년 이래 3만달러 1인당 국민소득의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그 동인(driver)은 교육열과 함께 유능한 인적자원 운용을 꼽는다.

 

발전연대를 지나오면서 시민사회가 성숙하고 민간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역량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산업을 이끌고 조정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적자원에 의존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4차산업혁명 등 환경의 변화는 정부주도가 아니라 시장의 창의력과 혁신역량에 의존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의 틀 자체가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기능이 바뀌고 정책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정부와 공공부문에 충원되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키우는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고려 말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지배이념에 충실한 정부의 인재선발방식이 고시제도를 통해 발전해 왔다. 특히 일제 강점기 고등문관 시험제도가 다양한 인재에게 관직에 진출할 기회를 평등하게 주고, 이를 통해 중앙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일제시대에 이어 해방 이후 1949년 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고등고시라는 이름으로 현행 고시제도로 이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시는 연령, 학력 등에 대한 자격제한이 없다시피 한 반면 합격만 하면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신분상승의 기회처럼 여겨져 왔다.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고시 합격을 위해 노력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무원채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공부문 고용의 탄력성 제고를 위해 고시제도가 거듭나야 한다.

 

고시제도의 한계

 

지금까지 정부와 공공기관은 사회적 선호도가 매우 강해 적극적으로 모집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고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몰려들다보니 오히려 기득권형성과 권력독점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과거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분상승의 사다리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산업화되고 전문성을 잃어가는 고시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절이나 고시원에 들어가 두문불출하던 고시생의 모습은 학원수강을 통한 수험준비가 일반적 양상이 되면서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수강하면서 1년에 한두 번 치러지는 시험을 기다리는게 수험생의 일상이 되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다보니 외우기 방식 시험의 타당성과 신뢰도 역시 낮아 문제해결을 필요로 하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시험에 통과한 합격자들의 이너서클 문제도 작지 않다. 기수문화로 묶이고 카르텔을 형성해나가 직무능력보다 기수가 더 중요한 조직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삼성그룹만 해도 전 그룹사 공채형식에서 각 단위 회사별 모집으로 진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07년 사법고시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2013년 외무고시가 폐지돼 현재 국립외교원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고시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세기는 국민국가 시대로서 국가가 절대화되어 국가의 가치 척도나 판단 기준이 절대적으로 수용된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이런 국가중심주의는 경제의 세계화와 시민사회의 보편화에 의해 무력화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민사회의 발전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민 참여 사회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다양화시키면서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다양화된 시민 사회로의 발전은 공무원채용방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고시제도는 20세기의 국가중심주의에 의한 '국가 단일 시험제도였다. 고위공무원단, 민간경력직 채용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각 부처의 기본 공무원 채용방식이 국가의 단일 시스템에 의해 정해져 있고, 각 부처는 국가에 의해 선발된 인재를 배치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국가 중심주의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가장 핵심적인 한계는 순환보직을 통한 일반행정 중심의 전문성으로는 21세기 행정 현장에서 적절한 문제해결이 어렵게 되었다.

 

점진적인 개편방안

 

현행 고시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수긍할 만큼 기회의 균등과 시험의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것이고, 가장 큰 단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부처 맞춤형 창의성 있는 융합형 인재를 채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반면 직위분류제형 경력직 채용의 가장 큰 장점은 해당 영역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즉시 채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가장 큰 단점은 국민이나 수험생이 채용 과정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 두 제도는 당분간 양자택일하는 관계라기보다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채용 경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느 한 경로의 독점을 방지하고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고시와 경력직채용이 채용 인원 측면에서 동등한 비율(55)로 구성되어 서로 공존하면서 상생하여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고시와 경력직채용 모두 공직가치, 공직윤리, 공무원의 책임성 등을 입직 전 교육 이수 혹은 수업 수강 등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시제도 폐지방안

 

기회의 균등을 강화하고 채용경로를 다각화한, 시대요구에 적합한 공직 가치를 가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채용제도는 더 이상 고시제도가 담당할 수 없다. 공직 전반에 직위분류제를 완전히 실시하여 부처 자율에 의한 채용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1963년에 계급제 대신 직위분류제를 실시하기 위해 직위분류법을 제정하여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실패한 후, 1973년 국가공무원법에 직위분류제 원칙을 천명하여 그 요소들을 도입해 오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공직시스템은 계급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물론 2006년에는 직위분류제에 의한 고위공무원단을 설치하기도 하였지만, 1963년 제정된 계급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국가공무원법 체제가 미래 각 부처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적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 전면적인 경력직 채용을 통해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미래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하여야 시대 변화에 맞는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이나 공직 지망생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노량진 학원가를 중심으로 고시에만 매달리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력경쟁채용제도를 통해 자신의 경력과 스펙에 맞는 공직 일자리에 대한 기회의 균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공직선발시스템은 인사혁명을 필요로 한다.

 

 

<참고문헌>

 

이수영, “우리나라 공무원 채용제도에 대한 진단과 개편방안 제언”, 한국인사행정학회보,16-1, 2017. 25-49.

이창길, “대한민국 인사혁명”, 나무와 숲, 2020. 11

 

박정수 /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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