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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의 폐지

최광 / 2002-05-13 / 조회: 5,711

No.006

1. 논의의 배경

우리의 경제 및 사회는 속도 면에서나 그 내용에 있어서 대 내'외적으로 전대미문의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나라 조세제도에 있어서도 적극적 대응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경제체제의 기본틀로서 효율적인 세제와 세정의 구축이 요청된다.

자본과 고급 두뇌 또는 고급기술의 확보가 오늘날의 국제경쟁의 관건이다. 자본의 나라간 이동성은 이제 거의 완전한 상태이고 고급인력의 이동성도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평성의 명분이나 국내 정치에 사로잡혀 엉뚱한 효과가 나타날 조세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만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2개의 세금이 있다. 이들 세목 중 형평성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세금이 법인세이다. 조세정책 자체의 관점이나 현실의 대'내외적 여건에 대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심각히 검토될 수 있는 정책과제 중의 하나가 법인세의 폐지이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온라인상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고 참여한 3백 79명 중 법인세 폐지찬성 50%, 세율인하 30%, 폐지반대 16%, 관심없다 4%로 나타났다. 압도적 다수인 80%가 어떤 형태로든 법인세제가 바뀌어야 함을 요청하고 있다.

2. 법인세의 성격과 부담


법인세의 성격 또는 과세근거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법인은 독자적으로 조세를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법인세는 소득세의 선납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법인자체의 담세력에 착안하여 법인세를 소득세와는 별개'독립의 조세라고 주장하는 견해가 그것이다. 법인세의 성격 또는 과세근거에 관한 논의는 법인이 가득한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고 다시 당해 소득이 주주에게 배당되었을 때에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동일한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와 관련한 논의와 표리관계에 있다.

법인세의 성격 또는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는 외형적 법적 관점에서 보다 경제적 실체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과세 문제는 법인이 가득한 소득에 대하여 법인과 주주의 두 단계에 걸쳐 이중적으로 과세함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와 과세의 공평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조세정책적 측면에서 접근'검토되지 않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법인세의 전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체 이중과세 여부를 검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법인세는 과연 누가 부담하는가? 법인소득세는 법인기업의 자기자본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법인이 납세의무자가 된다. 그러나 자연인만이 실질적인 조세부담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법인소득세가 개인소득세와 병존해야 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

어떤 조세의 귀착(부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납세(legal incidence)와 담세(economic incidence)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납세는 정부의 입법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에 담세는 경제행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궁극적으로 자연인만이 조세를 부담하며 법인 자체는 어떠한 세금도 부담하지 않는다. 법인은 오히려 어떤 다른 집단에 조세를 이전시키는 도관(conduit)과 같은 역할만 한다.

법인세의 담세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실증적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가 종합적으로 검토한바가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단기에 있어 법인세의 부담은 주주에게 귀착된다. 장기에 있어 법인세는 주주만에 의해 부담되지는 않는다. 폐쇄경제(closed economy)를 전제로 할 때 법인세의 부담은 법인부문의 자본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자본에 의해서 부담된다. 자원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open economy)하에서 법인세는 이동이 자유스럽지 못하거나 이동성이 낮은 노동이나 토지가 부담한다. 특히 법인세가 자본축적을 저해할 경우 노동이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3. 법인세의 부작용과 폐지의 논거


현행 법인세제에 규정되어 있는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특별상각제도, 차입금 이자의 손금처리, 광고비'접대비'기부금의 일정 범위내 손금처리, 신용협동조합 등에 대한 우대조치 등등 각종 조치는 다양한 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기업의 자본구조, 투자, 생산기술 선택, 투자자의 자산 선택, 저축 및 소비행위, 국제교역 등 거의 모든 경제행위에 걸쳐 초래된다.
법인세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킴으로써 경제활성화를 저해하고 외부차입을 유발시킴으로써 기업의 부채비율을 증가시킨다. 장기적으로 법인세는 개인의 저축의욕 감퇴와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를 동시에 야기 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경제성장 원천을 고갈시킨다. 법인세는 국내자본의 해외이동을 촉진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통합되어 가는 세계경제 내에서 우리 경제의 낙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법인세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경제정책의 두 가지 기본목표인 효율성(efficiency)과 형평성(equity) 모두의 달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의 존재는 자원배분에 비효율을 초래하는 동시에 세부담의 불공평을 확대시킨다. 법인세 폐지론을 주장하는 논거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될 수 있다.

(1) 법인은 대외적 관계에는 그 구성원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을 갖고 별개의 법적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된 사회적 실체로 보아야 할 것이나 법인과 구성원과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반드시 구성원과 별개'독립의 존재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2) 법인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의 독립과세는 세부담에 있어서 개인간의 수평적 공평 및 수직적 공평을 침해한다. 같은 소득을 얻는 사람은 같은 세금을 내어야 한다는 수평적 공평원칙과 소득을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수직적 공평원칙 모두를 법인소득세제는 파괴한다.
(3) 법인세는 법인과 비법인 기업의 자본에 대해 세제상 차별을 초래하여 법인과 비법인 사이의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며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4) 법인세는 주식 발행에 의한 재원조달보다 타인자본에 의한 재원조달을 우대하는 결과로 되어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누가 실질적인 납세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 과세행정상 편리하고 조세저항이 적다는 단순한 논리만을 유일의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법인세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인원천소득은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발생한 것으로 하고 주주의 소득에 상응하는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세제의 효율성과 공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4. 법인세 폐지 반대관련 잘못된 주장

법인세 폐지의 문제가 제기될 때 반대하는 반론 또한 적지 않다. 그중 가장 크게 지적된 사항은 두가지인데 첫째로 고소득자에의 세부담 완화라는 인식하에 법인세 폐지가 과연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로 법인세 폐지에 따른 세수결함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법인세 폐지의 정치적 수용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인세의 담세를 누가 하느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만 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 구호인 “기업이 응분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구호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마치 법인세를 강화하면 법인이 세금을 부담하고 법인은 돈이 많으므로 법인세는 돈이 많은 계층에 대한 과세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법인세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 첫째는 법인세의 부담을 주주, 근로자, 소비자 중 주주만이 하고, 둘째는 모든 법인의 주주가 모두 고소득자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법인세가 소비자에게로 전전(前轉)되거나 근로자에게로 후전(後轉)되면 법인세는 고소득자에 대한 중과 방법이 아니며, 동시에 법인세를 주주만이 부담하더라도 주식이 분산되어 중산층 이하 소득계층이 주주인 경우에는 법인세의 부과는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방법이 아니게 된다.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부담을 지게 하려는 정책의도가 있다면 이는 그 부담이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인 개인소득세를 통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수 결함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다. 법인세가 없어지는 만큼 배당의 증대와 사내유보의 증대가 이루어진다. 배당을 하게 되면 소득세가 그 만큼 더 징수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당을 하지 않고 유보시켜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경우 기업가치가 증대되며 이는 주가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가치의 상승이 반영된 주식에 대해 ‘주식양도차익과세’의 형태로 세금을 도입하면 상당한 세금이 징수되게 된다. 또한 다국적 기업이 더 진출하고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대하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어 여타의 세수가 추가적으로 확보된다. 따라서 법인세의 폐지로 초래되는 세수결함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그래도 세수가 모자라면 현재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는 세출을 삭감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5. 법인세 폐지 관련 정책과제

법인세 폐지는 그 자체로서 문제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제도의 완벽한 정비를 필요로 한다. 법인세의 폐지를 계기로 우리나라 세제의 대대적인 정비가 요청된다. 사실 이 대대적 정비도 자세히 살펴보면 법인세의 폐지와 관련없이 요청되는 사항이다.

법인원천소득이 주주에게 배당될 때 과세되는 배당소득세제가 매우 복잡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바 배당소득에 대해 완벽한 종합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유보소득에 대한 간접적 과세방법인 주식양도차익과세가 현재의 증권거래세를 대체하여 도입되어야 하며 현재 불완전한 자본이득과세도 완벽한 종합과세체계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법인세의 폐지를 한 시점에서 급격히 할 필요는 없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의 도입, 배당소득에 대한 완벽한 종합과세의 실시 등 보완조치를 강구하면서 현재의 법인세를 5년에 걸쳐 점차로 인하해가다가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법인세 폐지와 더불어 작은 정부에로 지향하려는 대대적인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예산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여 정부 스스로가 예산낭비의 적폐를 타파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낮은 세금, 작으나 효율적인 정부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국가적 번영을 보장하는 필요조건이다.

최 광(崔 洸)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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