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과 한국의 대북 정책

전봉근 / 2002-09-26 / 조회: 5,806
No.027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평화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능력을 최우선 국가안보과제의 하나로서 다루고 있다. 90년대 전반기에 북핵 위기의 홍역을 극심하게 치렀던 한국 정부는 후반기 들어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교류협력 사안을 우선시 하고 대량살상 능력문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이 세계적 차원의 대테러전을 공언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능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으며, 경수로 완공 목표시한과 북한의 미사일시험발사 유예시한이 다가오면서 한반도 ‘2003년 위기설’ 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아래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능력을 분석한 후, 이에 대한 한국의 대북 정책의 방향에 관해 고찰하기로 한다.

1. 북한의 대량살상능력

미국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서「2002년 NPR」에서는 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5개국을 미국과 적대관계, 대량살상무기 능력 보유, 테러지원, 예측 불가성 등으로 언제라도 미국과 적대행위에 돌입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하고,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상황으로 ① 재래식 공격으로 대상목표를 파괴할 수 없을 때, ② 핵·생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보복, ③ 긴급 군사상황 발생 등을 예시하였다. 그리고, ‘2002년 대통령 연두교서’에서는 북한, 이란, 이라크 3개국을 가장 큰 위협인 대량살상능력을 갖춘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하여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이렇게 북한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강력한 재래식 무기는 한국, 일본 등 핵심동맹과 현지 주둔 미군을 사정권내에 두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국제안보정책에서 주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 능력은 다음과 같은 수준이다.

① 핵능력

1950년대부터 구소련의 기술적 지원아래 핵개발을 모색해 온 북한은 1960년대 영변에 대규모 핵단지를 조성한 후 핵 관련 전문가의 양성과 더불어 관련 기술을 축적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에는 일련의 핵연료 순환주기를 집중 연구하여 자체기술로 소련에서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의 출력확장에 성공하였으며, 1980년대에는 원자력의 실용화, 핵개발 체계의 완성 등에 주력하였다. 나아가, 1990년대에 들어서는 핵연료 확보에서 재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핵연료 주기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핵능력은 위성사진 촬영,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등을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즉, 1989년 후반 프랑스 상업위성 SPOT의 영변 핵시설 사진촬영에 의해 1987년 이후 가동중인 자체 설계의 5MWe 연구용 원자로 외에 50MWe, 200MWe급 원자로 및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1992년 IAEA의 사찰 시에는 북한측 직접 ‘실험적 재처리를 실시하여 소량의 플루토늄(Pu)을 추출하는데 성공했음’을 시인했다. 다시 말해서, IAEA의 사찰을 통하여 북한이 Pu 추출에 필요한 일체의 시설(흑연감속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 및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1983년부터 고폭장치 조립 이전단계에서의 ‘고폭장약 자체의 성능시험’을 70여회 실시하였고, 나아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핵실험의 전단계인 완제품 고폭장치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고찰해 볼 때, 북한의 핵기술 수준은 고폭장치 완제품 제작 초기단계에서 고폭실험을 실시하기 시작한 단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기술 수준은 핵개발 초기단계로서 핵장치의 정밀·소형화 능력이 의문시되므로, 운반수단을 제조했다하더라도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 여부는 불확실한 수준이고, 1998년 중반이후 핵 관련 지하시설이 존재할 것으로 의심받던 금창리 지역은 1999년 5월과 2000년 5월에 실시한 미국의 현장사찰 결과 일단 핵 관련시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국방백서 2000』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원료인 플루토늄의 추출능력을 고려하여 북한이 한 두 개의 초보적인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1, 2기 보유에 좀 더 단정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1994년 10월 제네바 미북 합의에 따라 봉인된 채 저장되어 있는 폐연료봉은 수 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내장하고 있어 추가적인 핵확산의 잠재성을 지닌 우려 대상이다.

요컨대, 북한의 핵능력은 조잡한 핵폭발 장치의 제조는 가능하지만, 그 기술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에 있으므로, 제조했다하더라도 신뢰성이 낮아 무기화에는 최소한 수 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표> 참조).

<표> 북한의 핵능력

핵물질
10-20Kg(1-2개 분량) 확보 주장
핵기술
고폭장치 완제품 초기 수준에서 고폭실험 실시단계
운반수단
제조했다하더라도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 여부는 불확실
핵무기
플루토늄의 추출능력을 고려하여 핵무기 1, 2기 보유 추정
핵실험
미실시 추정


② 미사일 능력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중국, 소련 등으로부터 미사일 완제품을 수입하여 분해·조립하는 역설계 과정을 거쳐 스커드미사일의 자체 개발에 성공하였고, 1980년대 초부터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하여 로동미사일을 개발하였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미사일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즉, 북한은 1976년 중국의 사거리 600Km의 전술 탄도미사일(DF-61)계획에 참여하여 기술도입을 시도하였고, 1980년 이집트와의 ‘탄도미사일 공동개발 협정’의 체결과 더불어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이집트로부터 도입하여 이를 역설계하여 복제하였으며, 이를 발전시켜 1000Kg의 탄두무게에 약 300Km의 사정거리를 지닌 스커드-A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데 성공하였다. 북한은 스커드-A 미사일을 실전배치 시키지 않았지만, 1985년 스커드-A 미사일을 한 단계 발전시켜 사정거리 320-340Km의 스커드-B를 개발하였고, 1989년에는 700Kg의 탄두무게에 사정거리 500Km의 스커드-C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1990년대에 접어들어 중국, 구소련의 미사일 관련 전문가의 기술지원을 받아 1993년 5월 비거리 500Km의 로동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였다. 로동미사일은 탄두중량이 350Kg일 경우, 최대 사정거리가 1,3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은 1997년부터 로동미사일을 작전 배치하였다.
현재 북한은 로동미사일과 스커드-C를 결합한 다단계 방식을 활용하여 대포동 1호, 2호를 개발하고 있는데, 대포동 1호는 1998년 8월에 시험발사 되었다. 시험발사된 대포동 1호는 소형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하였으나, 1단계 추진체는 300Km를 비행하였고, 2단계 추진체는 일본 상공을 넘어 약 1,320Km을 비행하였다. 대포동 1호의 엔진 연소와 탄체의 다단계 분리 등 제반 기능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포동 2호는 중국의 DF-3 로켓과 로동 1호를 연결한 것으로, 1,000Kg의 탄두중량에 사정거리가 4,000-6,0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역을 사정거리권 이내로 하고 있다.

③ 생화학무기 능력

북한은 1961년 김일성의 ‘화학화 선언’에 따라 화학무기의 개발을 시작하였고, 1980년대부터는 ‘독가스 및 세균무기를 생산하여 전투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생화학무기의 개발에 주력하였다.
『국방백서 2000』에 따르면, 북한은 8개의 화학공장에서 생산한 신경성, 수포성, 혈액성, 구토 및 최루성 등 유독 작용제를 6개의 시설에 분산 중인데, 보유량은 약 2,500-5,000톤이다. 아울러 탄저균 등 생물무기를 배양 및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반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러한 생화학무기 능력과 더불어 다양한 투발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즉, 북한은 전방지역에는 100밀리 이상 박격포, 야포 및 방사포, FROG 등의 투발수단 이용하고, 후방지역에는 탄도 미사일인 SCUD 및 로동미사일, 전투기, 폭격기, AN-2기 등의 투발수단을 이용하여 전·후방 동시 화학탄 공격이 가능하며, 아울러 특수부대를 이용한 생물무기의 살포도 가능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생화학무기는 생산비용이 저렴하여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나고 증거인멸이 용이하므로, 세계적인 금지 추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생화학무기의 능력을 보유·증강하려 하고 있다.

2. 한국의 대응 방향

국제적인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레짐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는 동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은 한미연합군에 대한 억지전력이 될 것이며,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이고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된다. 특히 북한과 같이 경제력의 쇠퇴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질 경우에는 미국의 강력한 재래식 무기에 대항하기 위하여 대량살상무기 즉, ‘비대칭 전력’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갖출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깨어지거나 불안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 경우 그 직접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한다면 한국정부는 이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4가지 대응방안을 제기한다.
첫째, 한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문제의 2 중적 성격, 즉 국제적, 한반도적 성격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당사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초기에 북한 핵개발의 국제적 속성을 무시한 채 한반도 당사자 원칙만을 지나치게 내세웠다면, 김대중 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미북간의 문제로만 간주하여 스스로 발언권을 포기한 측면이 있다. 이럴 경우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주요 당사자가 되고 한국은 경제문제만 전담하는 위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결국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하여 이에 대한 발언권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기존합의문의 이행을 중심으로 대량살상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비확산 관련 기존 합의문의 이행과 검증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북한은 남북기본합의문(1992),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1992), 제네바 합의문(1994), 핵비확산조약 등의 당사국으로서 국제평화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하여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중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 그 외에도 각종 UN차원의 군축회의를 이용하여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당면 과제로서 미북 제네바합의에 따라 대북 핵사찰을 조기에 실시하여 핵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핵사찰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 미북간, 북-IAEA간 4각 정치대화를 모색한다.
셋째, 한미공조를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에 대하여 미국과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고, 현실적으로도 미국이 가장 강력한 대북 협상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남북대화와 한미공조라는 2가지 채널을 동시에 확보하여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북 협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교조적인 햇볕정책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노력을 무력화하고 국내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을 염두에 둔 정책을 검토해 나가야 한다. 보통 반확산 정책이란 비확산 노력이 실패하였을 경우 대량살상무기의 실질적 위협을 감소?제거시키거나 상대방의 사용 의지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말한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중국의 반발을 감안할 때 반확산 조치의 효과가 의문시되기도 하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유인을 억제시킨다는 차원에서 대안으로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이미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반확산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 수단의 하나로 미사일방어망을 개발 중에 있다. 한국도 보복능력에 입각한 억지력뿐만 아니라 방어능력에 입각한 억지력도 동시에 갖추는 방안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배정호(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봉근(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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