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길

김정호 / 2002-11-26 / 조회: 5,026
No.044

1. 들어가는 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시장에 의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공급된다. 그것은 주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환경도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면 사인들간의 거래를 통해서 적절한 수준이 공급될 것이다. 건물내의 공기, 집에서 마시고 쓰는 물의 질, 건물 내의 소음 같은 것은 그렇게 시장에 의해서 공급된다. 그러나 우리가 환경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 예를 들어 강물, 집 밖의 대기, 거리의 소음 같은 것은 주인이 분명치 않기 때문에 시장에 그 공급을 맡길 수 없다. 어느 정도의 환경이 좋은 것인지도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수요는 소득수준과 궤를 같이 한다.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환경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특정 사회가 어느 정도나 깨끗한 환경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는 그 사회의 소득수준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어느 정도의 환경의 질이 우리 국민의 평균적 소득수준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없다. 따라서 개략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대기환경이나 녹지의 총량은 합리적 수준보다 그리 낮지 않으나 수질 및 도시 내 녹지의 양은 적합한 수준보다 상당히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2. 수질 환경

우리의 강물은 지나치게 더럽다. 하수구 냄새가 나는 한강물은 1만불의 소득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한강물을 설악산의 계곡수처럼 만드는 것은 지나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강물이 너무 더럽다는 데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강물로 더러운 물을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 두가지의 방법이 있다. 아예 더러운 물을 만들어내지 않거나 또는 더러운 물이 만들어지더라도 강물에 유입되는 단계에서 깨끗하게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다. 첫 번째의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풍요로운 생활 그 자체가 더러운 물을 만들어낸다. 물건을 만들고 음식을 조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과정이 모두 물을 더럽힌다. 우리의 생활수준을 원시 상태로 돌리지 않는 한 더러운 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남은 방법은 오수가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 오수가 공공수역에 흘러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공공수역이란 주인이 분명치 않은 물들을 말한다. 강물, 강물의 지천, 바닷물 등을 말한다. 오수의 생성은 허용하되 그것이 공공수역으로 흘러들지는 못하게 하려면 그 전단계에서 오수를 정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내보내는 하수이든 공장이 내보내는 폐수이든 축산이나 농가 내보내는 폐수이든 깨끗하게 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공공수역에 흘러든다면 강물이든 바닷물이든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강물에 주인이 있다면 강은 더러워지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강물을 더럽히도록 놔둘리는 없기 때문이다. 강물이 더러워지는 것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이 있다면 남들이 자기 강물을 더럽히는 것을 그냥 두고 볼리 없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지나친 오염이라는 소위 공유의 비극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재로서는 강물에 주인을 찾아주기는 어려우니, 정부가 대신해서 물오염 행위를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도 정부는 막강한 오염행위 규제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물이 이토록 더러워졌다면, 그 규제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200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의 하루 평균 오폐수 배출량은 2,000만톤. 그중 생활하수는 1,600만톤으로 80%, 산업폐수는 400만톤으로 20% 정도를 차지한다. 축산폐수의 경우 12만톤 정도로서 양으로 따지면 매우 작다. 이것말고도 비료'농약 등 때문에 농지로부터 흘러드는 오염물질의 양도 막대할 것이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숫자조차 분명치 않다.

단순히 오염물질이 가정이나 공장으로부터 배출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강물의 오염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절히 처리되는가의 여부이다. 그리고 오폐수가 적절히 처리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강물로 흘러 들어가는 오폐수의 수질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어기는 자에 대한 벌칙이 가해져야 한다. 벌칙이 없다면 기준은 있으나 마나다. 우리의 환경당국은 수질오염에 대한 원인별 기여율보다는 정치적으로 규제가 쉬운 오염원을 주된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따라서 규제의 성과는 별로 없으면서 규제받는 사람만 지나친 규제에 시달리는 문제를 노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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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나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벌칙이 엄히 집행된다. 적발이 어려워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의 공장들 얘기이고, 중규모 이상의 공장이나 사업자들은 규제기준 위반에 대해 벌칙이 부과되고, 그렇기 때문에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공장이나 공단들이 폐수종말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벌칙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다른 오염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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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폐수 발생량의 80%를 점하는 생활하수를 생각해 보자. 대규모 공장이나 공단으로부터 배출되는 폐수는 폐수종말처리시설을 통해서, 그리고 생활하수는 하수종말처리시설을 통해서 처리되게 되어 있다. 공장 폐수의 처리책임은 발생자 자신에게 있지만, 생활하수의 처리는 오염자인 각 가정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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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하수도를 설치하고, 그것을 모아 정화하는 종말처리시설이 필요한데, 그 책임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나 공단의 경우 방류수의 수질 기준을 어기면 형사처벌도 받고 배출부과금도 내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하수도를 설치하지 않아도, 하수종말처리시설은 기준을 어겨서 방류하더라도 특별한 벌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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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처리를 하면 그만이다. 하수 유입량이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 처리를 못하고 그대로 강물로 흘려 보내 버린다. 또 예산이 없으면 하수처리장을 건설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하수도 설치 그 자체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환경당국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기업은 예산이 허용하든 않든 반드시 폐수를 처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로 대표되는 일반 국민들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진정으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면 생활하수 배출을 통한 일반국민들의 오염행위도 규제되어야 한다. 물론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일반 가정들은 조밀하게 밀집해 있고, 또 하수도에 연결되는 부분에서 오염도를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가정의 오수 배출은 직접 규제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가정별로 배출수의 농도는 측정할 수 없더라도 배출되는 하수의 양은 상수도 사용량에 비례할 것이다. 따라서 이것에 비례해서 오염세나 부담금을 부과하면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할 경우 강물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보인다면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활하수의 경우 그것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공유수역인 강물이나 지천과 만나는 지점에서의 규제이다. 대도시의 경우 대개는 일반가정의 하수가 종말처리시설을 통해서 강이나 지천으로 나가게 마련이다. 강의 관리 주체(대개는 중앙정부일 것이다)는 종말처리시설에서 나오는 배출수의 수질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서 높은 부과금이나 벌금을 매겨야 할 것이다. 부담금이나 벌금은 형식적인 수준이어서는 안되고 벌금을 내느니 기준을 맞추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이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당해 종말처리시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그 관할내의 주민들에게 오염배출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부과 기준 및 방법에 대한 재량권도 지방정부에 주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그렇게 거두어진 재원으로 종말처리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종말처리시설이 없는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더 높은 벌과금을 매김으로서 종말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이 더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도시 농촌을 가리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든 오염은 오염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상류지역에 위치할수록 더 심하게 규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한편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의 종말처리시설 설치 및 운영에 대하여 직접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 중앙정부가 종말처리시설의 건설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 결국 그것의 운영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고, 그 결과 배출수의 기준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벌금을 매기는 데에 소홀하게 된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벌주는 것과 다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종말처리시설에 지원되는 지방양여금은 일반지원, 즉 지방교부세 같은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돈을 환경 시설에 투입할지는 벌금의 액수를 고려해서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중앙정부는 배출수의 수질 기준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벌금을 매기는 일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시골의 생활하수나 비료'농약 등을 강물로 흘려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그것 역시 명백한 오염 행위인데도 오염자 자신들은 오염물질을 처리해서 내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벌이 없는 것은 재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처럼 수질 오염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하수나 비료 농약등이 녹아 있는 물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강물로 흘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강물의 오염이 심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싶다면 오염물질 처리의 책임자를 분명히 한 후 그것이 누구이든지 정해진 기준보다 더러운 물을 흘려보내는 자에 대해서는 엄한 벌을 가해야 한다. 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일반 국민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산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경우가 많다. 하수종말처리시설의 방류수 기준을 어겼을 경우, 수백억원의 벌금을,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어떤 자치단체가 감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하수처리를 게을리 하겠는가. 다른 곳에 쓰일 예산을 줄이거나 또는 상하수도요금을 올려서라도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 또 그래야 한다.

3. 대기 환경

대기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기 수준이 지나치게 오염되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 연탄이나 벙커C유를 때서 난방을 하던 것을 지역난방이나 천연가스로 대체하면서 공기가 많이 깨끗해 졌다. 또 도로 포장도 많이 진척된 결과 날리는 먼지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있다. 가장 중요한 대기오염의 원천은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그 중에서도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대기오염이 더 심할 뿐 아니라 소음도 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금구조는 경유차를 쓰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되어 있다. 경유자동차의 숫자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경유는 산업용이라는 이유에서 그런 구조를 갖게 되었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산업용이든 가정용이든 사람이 필요로 해서 쓴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세금을 통해서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산업에 대해서 형평의 논리를 내세울 이유도 없다. 세금을 매겨야 한다면 그것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타인에게 많은 해를 가하는 것일수록 세금은 높아야 한다. 경유차 사용자는 휘발유차 사용자에 비해서 오염을 통해서 타인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준다. 왜곡된 유류 세금 체계를 고쳐야 한다. 휘발유의 세금은 내리고 경유에 대한 세금은 휘발유보다 높여야 한다.

4. 도시내의 녹지

우리나라 전체의 녹지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도시 내의 녹지는 줄어들고 있다. 근원적인 문제는 도시내의 토지가 너무 비싸서 공원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현재의 토지이용규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도시내의 녹지만을 늘린다면 결국 택지를 줄이는 셈이고, 그 결과 주택이나 업무용지 등의 가격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도시 내의 녹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이용규제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린벨트 등을 풀고 그 중의 일정량을 도시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연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재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하다. 더 좋은 환경을 누리고 싶다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김정호(자유기업원 부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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