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시기상조

남성일 / 2002-10-14 / 조회: 6,700
No.036

1. 문제의 제기

최근 정부는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입법예고안은 2003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이에 따라 휴일, 휴가 등을 정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업계와 노동계가 각각 반대하고 있고 학자들도 조금씩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100여 차례에 이르는 회합을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하였다. 근본적으로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을 언제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는 것은 그간의 협의가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국회로 넘기기로 한 이상 이 문제는 국민적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할 시점에 있다. 중요한 것은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을 언제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기본적 질문에 대한 합리적 해답을 얻는 것이다. 언제와 어떻게에 대한 합리적 답을 얻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경제(근로자, 기업 및 국민경제)에 미칠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즉 비용과 편익을 냉정하게 계산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지금이 적기인가, 아니면 좀 기다려야 할 것인가, 만일 부작용이 있다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경제적 효과

근로시간 단축은 실 근로시간, 임금, 노동비용, 고용 등 노동시장 지표 뿐 아니라 소비, 물가, 경제성장 등 거시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표준근로시간이 실근로시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외국의 연구들은 대체로 실근로시간을 감축시키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유럽에서 표준근로시간 1시간 감소는 실근로시간을 0.85-1시간 감소시킨다고 분석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법정근로시간 감소는 실근로시간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고 분석되었다.
표준근로시간의 단축은 실근로시간 감소를 가져오는데 반하여 시간당 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외국연구들은 밝히고 있다. 한편 표준근로시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일자리 나누기(work-sharing)를 통해 고용을 증대시킨다는 노동조합의 주장과 달리 외국학자들의 연구는 고용을 감소시키거나 최소한 고용증대 효과는 없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OECD(1994)는 1972-92년 기간 중 유럽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 금로시간 단축은 생산비용 상승 및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기는 하지만 그 크기는 외국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연구결과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이 가져오는 실근로시간 감소 효과가 작은 이유는 실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을 상당히 초과하는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초과근로의 증가를 야기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임금효과에 대해서 국내연구들은 임금상승 효과를 인정하되 그 크기에 대하여는 연구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임금상승효과를 대략 3%내외로 추정하는 반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10%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근로시간의 고용효과에 대해서도 노동연구원은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연구들은 고용창출효과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은 그 자체로 임금 및 고용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소비, 물가 등에 영향을 주어 GDP, 수출,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시 고용에 영향을 주게된다. 따라서 종합적인 효과 분석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모형을 추정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임금을 상승시키며 기업에게는 비용상승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본다 한편 근로자 임금 상승은 민간소비를 증가시켜 관련부문(예컨대 관광산업)의 생산을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임금상승에 따른 전반적 생산비 상승으로 생산자 물가 및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며 비용인상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고 국민경제의 투자가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소비증가에 따른 GDP 증가보다 투자 및 수출의 감소에 따른 GDP감소가 더 커서 이는 잠재성장율을 낮추게 할 것이다. 결국 주40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자들 중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임금, 소비 및 여가를 즐기겠지만 국민경제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낮은 저축율, 성장율의 감소 및 실업의 증가를 겪게 될 것이다.

3.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언제 해야 하는가?

가. 일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기업계에서는 주40시간 근무제 도입이 대략 일인당 소득이 2-3만불일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는 넓게 보아 일인당 국민소득이 국민경제 생산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기준이 된다. 각국의 법정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아프가니스탄, 콩고 등 저소득국가도 40시간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어 일인당 국민소득이 유일한 기준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이 주40시간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인당 소득이 만불 수준인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나. 근로자의 지불의도(willingness to pay)를 기준으로 할 때

이 기준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하여 근로자들이 얼마나 임금을 희생할 각오가 있느냐의 기준이다. 즉 근로자의 임금 희생 용의가 인건비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커버할 수 있을 때 근로시간 단축은 보다 현실성을 가진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willingness to pay는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연구원 조사는 현재의 근로시간이 적당한지에 대한 근로자의 응답비율을 보여주는데 전체의 61.9%가 적당하다고 답한 반면 35.8%가 너무 길다고 응답함으로써 다수가 적당하다고 답하고 있어서 근로시간간 단축에 대해 근로자들이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끼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너무 길다고 느끼는 근로자에게 “소득이 줄더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습니까”하고 질문한 결과 76.9%가 줄이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줄이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겨우 22.5%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근로자 중 소득이 줄더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근로자는 8.7%에 불과하여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근로자들의 지불의도(willingness to pay)가 아주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 법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과의 간극 기준

근로시간 단축을 언제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를 검토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실 근로시간과 법정근로시간과의 간극을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실 근로시간이 법정근로시간보다 현저히 작다면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비용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겠지만 만일 현저히 길다면 비용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실 근로시간이 40시간 이내로 들어온 이후 40시간제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현재 실 근로시간이 47-50시간에 이르러 40시간은커녕 현 법정근로시간인 44시간보다도 훨씬 길다. 따라서 40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그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갖게 한다. 경제 전체에 주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충격을 줄이는 방법의 한 가지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점진적 실시는 확실히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업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행시기를 달리하는 방식은 자칫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를 확대할 소지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시행시기에 있어 오랫동안 격차가 발생한다면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행시기의 시차가 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지금 당장 대기업부터 실시하고 오랜 기간 이후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식보다는, 전체적으로 도입시기를 상당기간 늦추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시행시기 시차는 좁히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대기업은 2006-7년에 도입하고 중소기업은 2010년까지 도입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4.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가?

가. 소득 보전의 문제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은 명백하게 생산비용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자 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비용의 상승을 어떻게 당사자들이 분담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즉 당사자들이 비용을 나눌 각오가 되어있어야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발생을 정확하게 추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계가 밝힌대로 40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른 ‘4시간 단축분‘ 및 주휴를 무급으로 전환함에 따른 ’일요일 유급분‘을 수당으로 보전할 경우, 현재 주당 초과근로시간이 0-6시간인 근로자의 노동비용은 12-14%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일부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의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이 흡수할 것이다. 그러나 12% 이상 일시에 오르는 비용증가분을 기업이 모두 흡수할 수는 없으므로 근로자도 당연히 일부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 형태는 불필요한 유급휴가를 줄이거나, 초과근로 할증율을 인하하는 것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줄어드는 유급휴가나 초과근로 할증율 인하에 대하여 소득보전이라는 명목으로 동등한 금액의 보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국 비용상승분을 근로자는 전혀 부담하지 않으며 늘어나는 여가만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경제원리와 맞지않는 발상이며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상승을 당사자들이 분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임금보전이란 당초부터 맞지 않는 주장이다. 굳이 ‘임금보전’을 한다면 기업계가 받아들인 바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는 수준의 임금보전이 있을 수 있고 이것도 실은 노사협상 대상이지 당연한 것은 아니다. 이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 휴일 및 휴가의 정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휴일 수는 91-101일며 여성근로자의 경우 여기에 유급생리휴가를 합치면 103-113일이다. 이제 주 40시간제을 실시할 경우 휴일수는 남성의 경우 143-153일, 여성의 경우 155- 168일로늘어나게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최장의 휴일인 바 앞에서 논의한 비용분담 차원에서 조정이 요청된다. 현재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월차를 없애는 대신 연차를 늘려 15-25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월차 12일에서 7일을 줄이고 나머지 5일을 연차로 통합한 것이다. 그리고 여성근로자의 유급생리휴가는 무급화하였다.
이러한 휴가 및 휴일의 정비는 약 2.1% 임금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입법예고 안대로라면 총 휴일 수는 136-146일이며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12-14%의 비용상승분 중 휴가 감축으로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은 2.1% 정도이다. 그리고 총 휴일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여전히 가장 많은 수준에 속한다. 따라서 휴가일수가 좀 더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개정법안은 연차휴가를 여전히 근속연수에 따라 증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근속자를 우대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는바 얼마나 오래 근무했느냐 보다 얼마만큼 생산성이 있느냐는 성과 중심의 시대적 추세와 맞지 않는 발상이다. 따라서 근속기간에 따라 증가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동등하게 1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생리휴가는 무급화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초과근로의 할증율 및 상한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장, 휴일, 야간근로에 대한 할증율이 50%로 되어 있다. 이는 ILO기준인 25%보다 높은 실정이다. 주40시간제 도입과 함께 정부 입법예고안은 시행일로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율을 최초 4시간에 대하여 25%로 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의 한도를 현행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연장하였다.
이와 같은 할증율의 일시적 인하는 당해 기간동안 임금비용 상승률을 2.3% 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비용 상승률이 12-14%인 점에 비추어 할증율의 인하는 월차휴가의 폐지와 함께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은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입법예고안 대로라면 연월차휴가 조정과 할증율 인하가 가져오는 효과는 3년간 4.4% 정도의 임금비용 인하이며 그 이후는 2.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주40시간제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우므로 입법예고안 중 3년간 한시적으로라는 꼬리표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남성일(2002),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거시경제 효과 분석」, 노동경제논집 제25권 2호.

한국노동연구원(2001), 『한국노동패널 기초분석보고서(III)』.
Brunello, Giorgio.(1989). "The Employment Effects of Shorter Working Hours: An Application to Japanese Data." Economica pp. 473-86.
Hunt(1999), "Has Work-Sharing Worked in German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Feb. 1999.

남성일 (서강대학교 경제학과,sina@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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