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의 소유구조, 편집권 독립, 그리고 언론인의 도덕성

전용덕 / 2002-10-02 / 조회: 7,056
No.032

1. 문제제기

언론사, 특히 신문사의 소유지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이와 함께 편집권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러한 주장은 언론시장을 왜곡하여 언론의 보도와 비판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언론 종사자의 도덕성도 오래 전부터 언론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 글에서는 언론산업의 해묵은 주제들을 시장경제 원리에 의거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타 요인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2. 신문사의 소유구조와 편집권 독립

주요 중앙일간지는 주로 개인이나 가계의 소유로 되어 있다. 여기에 속하는 신문사로는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이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단체의 소유라고 하겠다. 대한매일은 정부 소유이고, 경향신문은 우리사주조합에 의한 소유로 신문사 종사자의 공동 소유이다. 한겨레신문은 주식이 많은 국민에게 분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상태나 마찬가지가 되어 있는 형편이다. 신문사 소유구조에서 가장 쉽게 관찰되는 현상은 개인이나 가계의 소유로 되어 있는 신문사가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산업과 다른 신문산업의 한 특성이라고 하겠다.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신문, 즉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신문은 소수 가계중심의 언론기업이 만들고 있다. 우리사주 형태의 신문은 최근 실험되기 시작한 것이나 아직은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결과는 소수 가계중심의 언론기업이 소비자의 정보 욕구를 가장 잘 만족시켜 왔다는 점이다. 소수 가계중심 언론기업의 감추어진 어떤 특성이 그러한 시장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특성은 외부 관찰자뿐만 아니라 기업가 자신도 모르거나 정확히 규명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다른 신문기업은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형편이다. 시장에서 나온 결과는 그것이 타인에게 명백하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한 존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소비자의 이익을 가장 잘 돌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은 자산의 사적소유를 보장하는 자본주의와 잘 합치된다. 언론이 잘 발달된 미국에서는 소유지분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명한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터Washington Post는 가장 대표적인 소수 가계중심의 신문기업이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낮추어 지배주주의 통제력을 약화시킴으로써 편집권 독립을 저해하는 본질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설정하자는 측의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저에는 지배주주의 통제력을 무력화시켜 언론기업의 비판 기능을 억제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편집권의 귀속에 관하여는, 언론사가 개인소유인 경우에는 사주에게 귀속되고 법인인 경우에는 이사회에 귀속된다. 자본주의란 재산의 획득, 사용, 처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 점에서 편집권은 마땅히 사주나 이사회에 귀속되어야 한다. 이것이 편집권의 자본주의적 의미이다. 편집권을 국민들로부터 편집을 위임받은 기자들의 몫이라는 주장이나, 언론사 종사자 또는 언론사 소속 언론인 모두에게 공유되는 권리라는 주장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언론산업의 사회주의화를 초래할 것이다. 언론사 사주나 이사회로부터 편집권의 독립을 요구하는 어떠한 주장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자유란 경제적 자유를 의미한다. 대형 윤전기를 살 수 없다면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간지를 발행하는 자유 즉, 언론의 자유는 없는 것이다. 그 점에서 현행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에서 일정한 시설을 등록 요건으로 정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법으로 폐지되어 마땅하다. 그러한 요건이 제거된다면 작은 인쇄시설로 신문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 설립이 지금보다 쉬워질 것이고 그것은 언론의 자유를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편집권은 자산의 소유권에서 나온다. 그런데 소유와 편집이 동일인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소유와 편집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도 자산의 소유자나 집단에 편집권이 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는 소유주 또는 발행인에게 있는 것이다. 직무 수행상 편집업무의 자율성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편집권이 자산의 소유권에서 나온다는 점을 무시한 주장으로 틀렸다고 하겠다. 언론사 사주가 자신의 이해를 교묘히 편집에 반영하는 경우에 독자들은 그러한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는 없다. 심지어 독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 인센티브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보도의 이러한 질적인 문제는 언론사간의 경쟁을 통해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에 정부가 통제하거나 간섭한다면 그것으로 생겨날 폐해가 이득보다 더 클 것이다.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여 궁극에는 언론을 정부의 시녀로 만들 수도 있다.

3. 언론인의 도덕성

언론인의 뇌물 수수 행위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하겠다. 한국언론연구원이 작성한 ‘언론인의 책임과 윤리-전국기자 직업의식 조사’(1993, 1995, 1997년판)에 나타난 언론인의 윤리의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 대상자의 약 반이 현금 위주의 뇌물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을 제외하고도 언론인은 선물, 향응 접대, 무료 티켓, 취재성 여행, 비취재 여행, 기념품, 상품권 등, 다양한 뇌물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직업의식 조사는 이러한 금품 수수가 보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셋째, 금품을 수수한 언론인이 그러한 행위를 문제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뇌물의 수수가 아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인 자신도 모르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국민은 왜곡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과거보다 언론인의 뇌물 수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있고, 금품 수수의 폐해는 명백히 존재한다. 이러한 언론인의 부도덕성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보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언론인의 뇌물 수수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언론인의 뇌물 수수는 다른 직종의 뇌물 수수보다 폐해가 훨씬 크다. 그 점에서 언론인은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개인이나 단체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와 처리는 정부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언론의 감시 대상인 정부가 언론과 맞서 법을 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뇌물을 제공하여 자신의 비리를 숨기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그러나 여론을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은 언론뿐이다. 언론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인 자신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언론인의 뇌물 수수는 정부의 엄격한 법 집행에 의해 근절되어야 한다. 언론과 정부가 상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근절하고자 할 때 사회 전체는 한 층 나아질 것이다. 금품 수수 못지 않게 언론인의 광고, 판매, 보급 행위도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속성상 언론사도 이윤을 내지 않으면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조리한 행위를 근절할 묘안은 그런 행위의 감독의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사간 경쟁에 의해 그러한 행위들이 근절되도록 하는 길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4. 기타

헌법은 통신?방송의 시설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이 정한 통신?방송의 시설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이나 단체는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발표할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 점에서 통신?방송의 시설기준을 제거하여 실질적인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

6?29선언 이후 정부의 언론에 대한 통제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대大광고주의 영향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언론 관련 연구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대광고주의 영향력은 먼저 제도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론사의 경영상 대광고주의 영향력을 제도만으로 배제하는 일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도 마련과 언론사주의 인식 전환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5. 요약과 결론

신문사의 소유구조에 대한 제한은 시장에서 나온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로 반反시장적인 것이다. 신문사의 소유구조는 각 신문사가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고 정부는 그것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편집권은 언론기관의 소유자인 언론사주의 것이지 언론인 또는 언론 관련 종사자의 것은 아니다. 편집권의 독립을 요구하는 주장은 그런 의미에서 반자본주의적이다. 언론인의 도덕성은 다른 어떤 산업의 종사자의 도덕성보다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정부가 언론인의 위법성을 엄격한 법 집행으로 다스려야 한다. 통신?방송의 시설기준을 제거하고 대광고주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전용덕, ‘언론 개혁인가, 언론사 파괴인가’, 월간 emerge 새천년, 2001년 5월 호, 24-33쪽.
전용덕, ‘언론산업의 발전방안’, 미발표 원고.
한국언론2000년위원회, 한국언론2000년보고서, 관훈클럽 홈페이지, 2000.
한국언론연구원, 언론인의 책임과 윤리, 1993, 1995, 1997년판.

전용덕(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t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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