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산업을 위한 경쟁정책

전용덕 / 2002-10-01 / 조회: 5,488
No.031

 

1. 문제제기

산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일에 언론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언론산업은 국민의 자유와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언론산업의 독점을 제거하는 일은 다른 산업의 독점을 제거하는 일보다도 더 긴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산업은 많은 독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신문고시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억제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먼저 언론산업의 독점과 폐해를 규명하고, 공정거래법과 신문고시가 이익집단의 이해를 위하여 제정된 점을 보이며, 마지막으로 언론산업을 위한 경쟁정책을 제안한다.

2. 언론산업의 독점과 폐해

언론산업의 독점과 폐해를 규명하기 위하여 먼저 독점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독점이란 국가 또는 정부가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한 특권 또는 특혜이다. 그러한 특권 또는 특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국가가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보조금, 어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인가나 허가 등이 모두 특혜 또는 특권의 좋은 예이다.

독점의 정의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은 신고전학파의 독점에 대한 정의는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신고전학파는 한 산업에 한 개의 공급자만이 있는 상태를 독점이라고 정의하고 그리고 그 공급자를 독점자라고 부른다. 이 정의에 의하면 언론산업은 독점이 아니고 독점자는 없다. 그것은 통신사와 방송광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복수의 언론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사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생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기초로 하여 신문고시와 같은 반독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즉, 신문고시는 신고전학파의 정의에 의하여도 불필요하고 모순적인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신고전학파의 독점에 대한 정의는 오류가 있다. 이 점은 여기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독점의 정의는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국가나 정부가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한 특권 또는 특혜이다. 이러한 정의를 기초로 언론산업의 독점을 규명해보기로 한다.

신문 발행, 방송, 방송광고, 통신사, 기타 사설 통신망, 인터넷 신문과 방송 시장 등에는 많은 특권이나 특혜가 있다. 언론산업에 존재하는 특권이나 특혜를 차례로 보기로 한다. 첫째, 각종 언론기관의 설립은 인가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이러한 인가나 허가는 기존의 언론기관에게는 특권 또는 특혜로 작용한다. 인가와 허가는 모든 언론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언론산업 전체에 독점이 존재한다. 둘째, 방송과 방송광고는 정부가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투자를 받지 못한 언론기관에 비한다면 투자 그 자체가 특혜가 된다. 셋째, 교육방송과 일부 국영 방송은 운영비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시청료를 징수하여 메운다. 이것도 그렇지 못한 언론기관과 대비하면 분명히 특혜이다. 넷째, 뒤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신문고시와 그것의 기초가 되는 공정거래법이 그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언론기관에게 특권 또는 특혜를 준다.

이제 언론산업의 독점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를 검토해본다. 첫째, 정부가 언론사를 소유하기 위하여 일정한 금액의 세금이 필요하다. 이것은 물론 초기 투자 금액이다. 그러나 언론기관의 크기를 증대시켜야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금액의 세금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 소유 언론기관의 운영비도 세금으로 충당해야하거나 TV시청료처럼 국민으로부터 직접 징수해야 한다. 앞의 두 경우에 국민이 불필요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폐해인 것이다. 셋째, 정부 소유 언론기관은 편파보도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산업의 독점이 공정한 보도를 억제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편파보도는 언론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넷째, 사이비 기자나 언론기관이 각종 사기 행위에 연루되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것은 언론기관의 인가와 허가로 언론기관의 수가 부족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섯째, 통신사를 포함한 언론기관의 독점은 정부가 국내외 정보에 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게 하거나 왜곡된 여론을 전파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세 가지 폐해는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언론산업에서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폐해가 더 크고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3. 공정거래법과 신문고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6월 30일 고시 제2001-7호로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하 ‘신문고시’라 칭함)을 공고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신문고시는 총 12조항과 2조의 부칙으로 되어 있다. 신문고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약칭함) 제23조 제2항, 제3조의 2 제2항,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제2항, 제5조 제6항 등에 근거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은 신문고시의 모법이다. 그러므로 신문고시를 검토하기 전에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억제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목적일 뿐이다. 공정거래법은 실질적으로는 경쟁을 억제하는 장치이다. 그것은 독점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분명해진다. 앞에서 독점은 국가가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특권 또는 특혜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을 공정거래법에 대입해보면 공정거래법 자체가 그것을 이용하여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특권 또는 특혜를 수여하는 장치이다. 즉, 공정거래법을 이용하여 일부 개인이나 집단은 특권 또는 특혜를 받게 된다. 물론 공정거래법으로 인하여 일부 개인이나 집단은 필히 손해를 보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법이 명시하듯이 공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많은 조항들로 이루어진 만큼 단일 이익집단이 아니라 많은 이익집단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거래법으로 인하여 많은 집단은 이익을 보고 다른 많은 집단은 손해를 본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모든 이익집단을 규명하는 일은 복잡하고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이 글의 목적을 벗어나기 때문에 생략한다.

신문고시는 공정거래법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이익집단의 이해를 위하여 만들어진 이상, 그 법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신문고시도 이익집단의 이해를 위하여 만들어졌음이 분명하다. 신문고시는 치열해져 가는 신문발행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한 중소 신문사가 생산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신문사의 경쟁을 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통해 신문발행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경쟁행위이다. 그러므로 신문고시는 신문발행에 있어서 신문사간의 경쟁을 억제하는 장치일 뿐이다.

신문고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히 다음과 같은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1) 지국이 독자에게 7일 이상 신문을 강제 투입하는 행위, 2) 신문사나 지국이 독자에게 무가지와 경품을 합해 유료신문 대금의 20%를 초과해 제공하는 행위, 3) 신문사가 지국에게 사전 협의 없이 그의 의사에 반하여 판매 목표량을 늘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4) 신문사가 광고게재의뢰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후 광고주에게 광고료지급을 강요하는 행위, 5) 신문사가 광고게재를 유도할 목적으로 고객에게 광고게재를 의뢰하지 않으면 그 고객에게 불리한 기사를 게재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이다.

독자에게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신문의 가격을 할인하는 행위로서 경쟁 행위라고 하겠다. 여기에 가격 제한을 두는 것은 경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의 강제 투입은 그것을 억제하는 규정을 소비자 보호법 등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국의 판매 목표량에 대한 결정은 당사자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점에서 강제적으로 판매 목표량을 결정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 행위는 신문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근절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문사와 광고주의 관계도 가장 바람직한 상태는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문제가 커지면 현재의 민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고시에서 그것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영향력이 큰 신문사의 일부 비합리적인 행위를 규제함에 있어서는 독점을 제거하여 언론기관간 경쟁을 촉진하거나 기존의 법률을 이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언론산업을 위한 경쟁정책

언론산업의 경쟁정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독점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언론산업의 독점을 토대로 각 부문별 반독점정책 또는 경쟁정책을 차례로 검토하기로 한다. 첫째, 각종 언론기관의 설립을 완전히 자유화해야 한다. 언론기관의 설립요건을 폐지하고 신고만으로 언론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통신사의 설립도 완전 자유화해야 한다. 둘째, 언론기관의 정부 또는 국가 소유를 민영화하여야 한다. 이 점은 필자가 ‘언론산업의 민영화와 광고시장의 시장원리 도입’에서 자세히 논의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셋째, 시청료 징수와 정부의 언론기관 운영 경비 지원을 모두 폐지하여야 한다. 넷째, 현행 신문고시와 그것의 모법인 공정거래법은 일부 언론기관에게는 특권 또는 특혜를 주게 되기 때문에 독점의 원천이다. 그 점에서 공정거래법과 신문고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산업의 독점은 다른 산업에서의 독점보다 폐해가 더 크다. 언론산업에도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심한 만큼 다양한 독점이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언론산업을 위한 경쟁정책은 독점을 제거하거나 폐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신문발행 시장을 위한 신문고시와 그것의 모법인 공정거래법은 이익집단의 이해를 돌보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점에서 신문고시와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억제하는 독점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에 둘 모두 폐지해야 한다. 언론산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일은 중차대하다. 그것은 언론이 인간의 생명과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적절한 경쟁정책은 언론산업의 독점과 그 폐해를 제거해 줄 것이다.

참고문헌

전용덕, ‘언론 개혁인가, 언론사 파괴인가’, 월간 emerge 새천년, 2001년 5월호, 24-33쪽.
전용덕, ‘독점과 MS 독점 소송’, 자유기업원 홈페이지, BP-24, 2001. 9. 6.
전용덕, ‘언론산업의 발전방안’, 미발표 원고.
한국언론2000년위원회, 한국언론2000년보고서, 관훈클럽 홈페이지, 2000.
한국언론연구원, 언론인의 책임과 윤리, 1993, 1995, 1997년판.

전용덕(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t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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