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정 폐지해야

전삼현 / 2006-05-10 / 조회: 5,568

I. 머리말

현대의 세계경제조류는 규모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 각국들은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종래의 경쟁정책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게 규제완화의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유럽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기업결합에 대한 규제를 정책적으로 완화시킴으로서 대형은행간의 합병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도 1914년 클레이튼법 (The Clayton Act)과 1927년 맥파든법 (McFadden Act)을 통하여 은행에 대한 주간(州間)규제와 업종간 규제를 하여 왔으나 1999년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을 제정함으로써 은행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허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편승하고자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하여 금융기관들이 지주회사형태로 대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정책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선진 외국과의 커다란 차이는 사업지주회사와 순수지주회사를 구분하여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도 1997년까지는 구분하였으나 현재는 구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업지주회사와 순수지주회사를 구분하고 있으며, 순수지주회사도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로 구분하여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선진각국이 커다란 어려움 없이 종래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으로부터 규모의 경제를 위한 기업의 대형화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를 구분하여 규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구분하여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I.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현황

일반적으로 사업지주회사든 순수지주회사든 자회사와의 상호간에 모자관계 또는 계열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상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파산에 의한 재무리스크를 단지 출자자본의 범위 내에서만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법 제331조). 그러나 사실상으로는 채무지급보증 등의 방법을 통하여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리스크를 상당히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주회사를 운영하는데 직ㆍ간접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에 대하여는 간접적인 규제만 하고 일반지주회사에 대하여는 직·간접적인 모든 규제를 가하고 있다. 간접적인 규제에는 상법 및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호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금지, 계열사채무보증제한 등을 들 수 있으며, 직접적인 규제로는 공정거래법상의 대상규제, 설립규제, 행위규제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이상과 같이 일반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에 대하여는 직ㆍ간접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반면에, 금융지주회사에 대하여는 특별법을 통하여 촉진시키고 있어 일반지주회사는 거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금융지주회사는 비교적 활발하게 설립 및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우리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지주회사규제원칙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III. 현행 지주회사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1. 지주회사조직구조상의 문제점

2005년 8월 기준 일반지주회사의 경우 상장 자회사에 대한 평균지분율은 39.9%, 비상장회사에 대하여는 80.0%이며,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각각 54.5%, 91.7%라고 한다. 이는 사실상 외형은 순수지주회사이지만 실질은 종래의 계열화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사업지주회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지주회사의 조직구조상 일반지주회사의 경우에는 주로 분사형이며, 금융지주회사의 경우에는 구조조정형이다. 그러나 분사형은 기업이 사업부 중 일부를 분사하여 매각하기 전단계에 일반적으로 택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자회사의 지배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종래 사업지주회사형태의 계열화와 커다란 차이가 없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사업지주회사를 순수지주회사로 직접 전환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오히려 순수지주회사제도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지주회사 산하에 순수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이를 통하여 자회사를 지배하는 중간지주회사형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중간지주회사가 없는 실정이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사업지주회사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의 경우에는 정부 주도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통해 지주회사 조직구조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에 연구보고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주식의 100%를 보유하지 못하여 소액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발생하는 계약비용인 소액주주대리비용과 감시비용이 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방식을 보면 외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주식교환제도방식은 2005년 12월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신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사용한 것 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2중과세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 일반ㆍ금융지주회사의 분리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체제는 전통적인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정책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로 명백히 구분되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둘 수 없으며, 역으로 금융지주회사도 일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최근 발생한 LG카드 사태는 LG카드사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 편입되지 못한 결과이며, 대기업 그룹 중 사업지주회사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그룹의 카드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였다는 점을 비교하여 볼 때에 현재 LG카드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불안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의 2원적 규제가 원인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2003년 6월부터 LG그룹의 계열사였던 LG카드가 부실화되면서 최근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가 LG카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자 삼성 등 현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들은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한 반면 LG그룹의 LG 카드는 계열사들의 지원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주회사 무용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원인은 현행 공정거래법이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구분하여,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편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LG의 지주회사 개편과정에서 LG투자등권과 LG카드 등은 지주회사인 (주)LG의 자회사로 편입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2003년 시행된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과정에서 카드사를 살리기 위해 원래 주주가 아니었던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한 데 대해 시정명령 등 제재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금융자본을 산업자본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하여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구분하여 규제하는 국가는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유럽의 경우에는 금융기관들이 사업지주회사로서 일반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는 전통적인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정책이 지주회사에 대하여도 적용되도록 하여 관치금융의 근본적인 사고가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법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V. 개선방안

현재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완전자회사형태의 지주회사구조를 갖지 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액주주대리비용 및 감시비용의 문제와 LG카드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를 구분하여 양업종간 상호지배를 배제하는 것 또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원래 순수지주회사는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한 경우에만 그 실효성이 있다. 따라서 외국의 대기업들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지 못할 경우에는 거의 모두가 사업지주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는 형태는 순수지주회사지만 실질은 사업지주회사에 불과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사실상 그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제도를 갖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중대표소송이 법원에 제기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제도는 종래 회사법상의 이사책임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볼 때 더 이상 지주회사제도를 공정거래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은 현행 지주회사의 조직구조와 운영을 더욱 비효율적으로 만들 뿐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지주회사제도를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당내부거래문제를 근절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하여서는 이미 공정거래법상의 부당내부거래문제가 위헌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헌재 2003.7.24, 2001 헌가25, 헌재 2001.5.31, 99헌가18, 99헌바71ㆍ111, 2000헌바51ㆍ64ㆍ65ㆍ85).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부당내부거래문제를 근절시키고 순기능적인 지주회사제도를 유지시키겠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사실상 관치경제의 관행만 심화시킬 뿐 투명한 경영관행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지주회사제도의 조직구조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에 관한 규정을 폐지시키고, 이를 전적으로 회사법의 영역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V. 결어

우리나라는 1998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허용하였으며, 최근에는 공정위가 재벌지배구조의 개선책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적극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사전규제방식을 통하여 통제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원리와는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1998년과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과 2001년 상법에 도입된 회사분할제도나 주식이전ㆍ교환제도는 기업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필요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지주회사로의 전환과 신설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한 바 있으나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규제 때문에 사실상 그 실효성이 전혀 없는 규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볼 때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제도는 사실상 제2의 LG카드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지주회사제도의 운영과제는 공정거래법 내에 있는 지주회사관련 규정의 폐지가 급선무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종래의 합병제도와 상법상 신설된 회사분할제도, 주식이전ㆍ교환제도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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