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대통령 윤석열의 경제철학은?: <선택할 자유>

최승노 / 2022-03-10 / 조회: 8,360

풍요의 길로 안내하는 선택의 자유


필자가 자유주의 사상서로서 가장 먼저 접한 책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을 다닐 때였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를 말하는 것이 어색한 시절이었다. 운동권 서적이 많았던 시대적 상황일 때 읽어서인지 좀 색달랐다. 다른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현실에 잘 부합하는 메시지를 포함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필자의 세계관과도 잘 부합하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시 대학가 분위기는 유난히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의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었다. 바람직한 비판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부정적 사고는 비관론으로 빠지기 쉽다. 하지만 『선택할 자유』를 통해 접해 본 자유주의 사상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 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넓은 세상에는 현실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체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를 합리적이고 수준 높게 제시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지만 책은 개인적으로 부합하는 논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힘이 있었다.


이 책은 자유주의 사상의 바탕을 밝히고, 그 정책적 대안까지 내놓은 현실성을 갖추었다. 결국 1980년대 자유주의는 새롭게 조명되었고, 현실정치를 통해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영국의 대처 총리,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자유주의 정책으로 민영화, 감세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신장되면서 민간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선택할 자유』의 등장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 있듯이, 그 시대의 정신을 잘 표현한 책이 있다. 『선택할 자유』는 20세기 후반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결정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민간의 삶을 규제하는 반()자본주의 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가를 파헤치는데 성공한 상징적인 책이기도 하다.


자유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유주의자는 자칫하면 이기주의자로 오해받기 쉽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것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하므로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에 평등을 우선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경직되고 억압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선택할 자유』는 이러한 점에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 책을 통해 당시 대중들에게 “정부가 모든 문제 해결의 중심이라고 믿는 정부개입주의를 맹신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밝혔다. 그의 논리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설득력이 있었다. 이 책은 당시 모두가 옳다고 여긴 케인스 경제학이 범하고 있는 잘못을 당당하고 논리 있게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큰 영향을 주었다.


더욱이 지적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통제를 앞세운 정부가 왜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밝히고 있다. 경제학이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그 이론의 틀을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그의 호소력 있는 논리는 대중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고, 결국 경제역사의 흐름이 자유와 진보의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업적으로 그는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한 위대한 사상가가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한 사람으로 인해 한 나라의 흥망, 또는 세계의 판도가 뒤바뀌기도 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선택할 자유』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경제는 1930년대부터 이어진 정부개입주의로 인해 1970년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엄청난 경제침체에 빠진다. 이 위기에서 세계경제를 구한 사상가가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며, 그의 대표적 저서가 바로 『선택할 자유』이다.


프리드먼은 1780년부터 1929년까지의 미국은 제한된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주의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풍요로운 성공의 역사를 쓴 시기라고 평가한다. 그러한 성공은 개인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라는 두 축이 잘 어울린 결과라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재산권 보호, 무역의 자유, 작은 정부 등의 의미로 설명되었다. 이러한 프리드먼의 논의는 후에 '경제자유지수’라는 구체적이고 계량적(計量的)인 형태로 발전하였고, 세계의 나라들은 경제적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해 경쟁하며 발전을 이룩하였다.


반면 이러한 자본주의의 경제적 자유를 부정하고 공산주의를 주장한 칼 마르크스의 사상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폭압과 가난으로 내몰았다. 공산주의 실험을 했던 국가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완전히 침몰했으며, 결국 소련의 붕괴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처럼 공산주의 국가들은 패망했지만, 1930년대 경제수준이 비교적 높았던 선진국가에서는 또다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에 의존하는 삶을 강요하는 정부개입주의 열풍이 거셌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진영에서 일어난 사회주의 열풍은 주로 정부의 역할을 늘리는 방식에 바탕을 두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정부개입주의 시대를 연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마르크스가 개발도상국을 전체주의 공산국가로 타락시켰다면, 케인스는 선진국이 사회주의에 오염되도록 만들었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대신하여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시대를 열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정부의,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정치의 시대였다. 큰 정부는 지배적 힘의 실체였고, 모든 사고와 해결방식은 정부를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개입주의는 세계경제를 위기로 빠트렸고, 이러한 경제 가뭄 속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등장은 단비와도 같았다. 사회주의 정치 사조를 종결시키고 자본주의의 순수성을 복원하여 인류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선택할 자유』는 정부의 역할을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를 지키는 일로 최소화할 것과 정부의 힘을 최대한 분산할 것을 주장한다. 프리드먼은 “진정한 자유인이라면 나라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도 않을뿐더러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자유인은 “나 또는 나의 동포가 정부라는 조직을 통해서 자유 수호와 사회정의의 실현, 그리고 개개인의 책무를 어떻게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마땅하다.”고 하였다.


성공을 이끄는 선택할 자유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주의식 배급체제와 큰 정부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자본주의 국가들은 점점 경제적인 우위에 서게 되었다. 결국 체제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공산국가들은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바른 사상이 대중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면서 정치, 경제 지도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였고 결국 이는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 것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레이건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공산주의의 사악함을 분명히 인식했고, 타협과 관용으로 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공산권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압박을 가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레이건과 같은 정치인들은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는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정치지도자로서 시대를 바꾸는 그들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레이건의 사상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유주의 철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하이에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상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위대한 사상이 세상을 더 밝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보된 삶을 가능케 함을 지적한 사상가들이다. 이 두 사람에게 영향을 받은 레이건은 현실 정치가로서 세상을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선택할 자유』에서 주목할 점은 프리드먼이 “자유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자유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가 반대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우리는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자유에 어떤 제한이 가해지는 것은 자유에 대한 더 나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가 지나치게 자유에 제한을 가하여 왔다. 오늘날 우리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은 자유에 대한 제한을 추가시키는 일이 아니라 제한을 배제시키는 일이다.”


자유와 평등 중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자유주의와 정부개입주의의 갈등 뒤에는 이러한 문제가 놓여 있다. 프리드먼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평등을 자유보다도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면 자유가 파괴될 것이며, 좋은 목적을 위해서 끌어들인 힘일지라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선택할 자유이다. 정치, 종교, 사회 등 삶의 전반적인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선택을 정부가 대신하는 사회가 잘 살기는 어렵다. 정부가 '훌륭한’ 목적을 내걸고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 것은 대부분 이익집단에 이용되거나 정부의 권력만을 키우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선택의 폭을 넓혀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대한민국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모든 국민 개개인은 선택할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올바른 선택을 통해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려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길이 바로 진보의 길이다.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아직 선택할 자유를 갖고 있다. 정부가 비대해 온 지금까지와 같은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잠시 머물러 방향을 바꿀 것인가 하는 '선택할 자유’ 말이다.”


프리드먼의 말처럼 여전히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는 과거에 연연할 필요 없이 현재 선택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사회도 개인 선택의 폭을 넓히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갈 때다. 정부의 자의적 규제를 축소하고 개혁할 시기이다. 이 길이 바로 경제적 풍요의 길로 나아가는 해법일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여야 한다. 인류는 시장경제를 통해 삶을 풍족하게 발전시켰다. 우리 역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통제와 억압을 해소하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다시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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