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한-칠레 FTA 국회 통과 등...

권혁철 / 2004-02-23 / 조회: 10,223       KBS1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2부

■ : 주제, ▶ : 사회자 질문, ▷ : 권혁철(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답변

■ 한-칠레 FTA 국회 통과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4차례의 국회 상정 끝에 지난 월요일인 2월 16일 통과가 되었음. 지난 3번의 처리 시도가 난항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상당히 어렵지 않겠느냐고 예상이 됐었는데, 의외로 무난히 가결되었음.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 농촌 출신 의원들이 지난번과는 달리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고 표결에 임함으로써 순조롭게 통과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찬성당론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데다 의원들이 3번에 걸친 무산에 따른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음.

▶ 이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통과의 의의는?

▷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자유무역체제에 합류하고 글로칼리제이션(Glocalisation)이라 불리는 세계화 속의 지역화라고 하는 국제통상질서의 대변화에 능동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중요함. 또한 칠레와의 당장의 교역증대도 물론 중요하지만 칠레가 남미시장의 전략적 요충지인 점을 감안할 때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함. 또 앞으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에서 수세적 입장이 아닌 좀더 능동적 입장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단초를 잡았다는 점도 중요함. 한편 국내적으로는 그동안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대세라는 국민적 합의를 어느 정도 이끌어 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효과라고 할 수 있음.

▶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던 16일에도 농민 3천여명이 국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등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여전히 심한데, 농촌피해에 대한 대책은?

▷ 이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과 동시에 통과된 ‘농어민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 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FTA 부수법안을 통해 대대적인 농촌지원에 나설 계획임.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10년간의 농업농촌대책과 119조원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함으로써 농민 불안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음. 나아가 칠레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국내 농산물을 보호할 방침임. 아무쪼록 농업지원대책이 단기정책이나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임.


■ 비정규직 쟁점 급부상

▶ 지난 14일 현대중공업 비정규근로자 박일수 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사정 관계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음. 이 문제에 대한 노사정 각각의 입장은?

▷ 먼저 노동계측의 입장인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지도부는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반드시 관철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음. 이미 지난 일요일인 15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노총이 노동자대회를 열고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라’고 주장하고 나섰음. 하지만 기존의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으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노-노 분쟁의 불씨도 안고 있음. 경영계측은 기존인력의 고임금 부담을 그나마 비정규직 채용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철폐를 할 경우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 없다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음. 한편 정부측의 입장인데, 신임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차별을 해소하고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있어 노사정 각각 미묘한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

▶ 한편 이번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세력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 이미 울산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작년에 비정규직노조를 설립해서 현재 활동중임. 최근에는 석유화학업계의 일용 건설업체 비정규직들도 노조를 설립해 머지않아 울산에만 조합원 10만명 규모의 비정규직 노조연대가 출범할 수도 있다는 분석임. 한편 현대차 노조는 대형 제조업체로선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흡수통합을 추진하고 있음. 이것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 단일 사업장으로는 조합원이 6만여명에 이르는 거대한 노조가 탄생하게 되는 것임.

▶ 앞서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에 대해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 노-노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현재 이와 관련한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 현대중공업의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비정규대책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 이것은 정규직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임. 또 현대차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직 흡수를 위한 노조규약 변경을 하고자 하지만 노조원들은 이에 대해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음. 따라서 이 사안은 이번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리파와 민노총 연대파 등이 서로 갈려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음.


■ 30대 기업 인력 채용규모 확대

▶ 모처럼만에 들어보는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인데, 극심한 실업난과 구직난 속에 삼성 LG 등 30대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 30대 대기업 중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겠다고 한 기업은 2개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채용을 늘이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음. 전체적으로 볼 때 30대 기업의 올 채용규모는 작년에 비해 약 10~30% 가량 늘어날 전망임.

▶ 기업별로 채용계획과 규모는 어떤가?

▷ 삼성그룹은 올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지난해 6900명에 그쳤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올해는 25%가량 늘어난 8600명 정도를 뽑을 계획임. LG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지난해 5300명보다 200명 늘린 5500명으로 확정했음.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을 줄이기 위해 이 중에서 80%인 4400명을 이공계 출신 인력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임. SK의 경우에는 정확한 채용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의 600명에 비해 10~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또 현대와 기아차는 올해 대졸신입사원 1200명, 연구경력직 140명을 채용하고, 이와는 별도로 생산직과 영업직 사원을 채용할 계획임. 한화그룹도 지난해에 비해 25% 가량 늘어난 2500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제조업 계열사의 경우 이공계 출신을 80% 이상 채용하기로 했음.


■ 1월 실업자 3년만에 최고, 정부 일자리 2백만개 창출

▶ 대기업들이 채용규모를 확대한다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 노동시장의 어두운 그림자는 계속 길어지고만 있는 것 같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실업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지고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 실업률은 3.7%로 1년 전에 비해 0.2%P 높아졌고, 실업자수도 85만4천명으로 6만5천명이 증가했음. 이 같은 실업자수는 3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임. 또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실업률은 8.8%로 2001년 3월의 9% 이후 2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12만4천명으로 늘어나 작년 1월에 비해 무려 82.4%나 증가했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숫자 자체가 감소되고 있다는 것인데, 1월 한달동안 일자리가 16만개나 줄어드는 등 일자리 자체가 축소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임. 노동시장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암울하다고 할 수 있음.

▶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20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음. 발표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회의가 일고 있음.

▷ 매년 5%대의 경제성장을 통해 150만개,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창출 능력확충으로 20만~30만개, 일자리나누기 등을 통해 20만~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임. 하지만 한국경제가 처한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공허한 구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음.
우선 무엇보다도 이헌재 신임 재경부장관이 일자리 숫자놀음은 안하겠다고 언급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또 숫자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구체적 추진계획도 없이 ‘장밋빛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음. 또 기업들이 최근 인건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감소형 투자’에 주력하면서 제조업의 일자리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음. 정부는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서비스업만의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임. 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증대도 단기간에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초래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겨 오히려 고용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성장이 1%P 상승할 때마다 약 6만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5%대의 성장이면 1년에 30만, 5년이면 1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 따라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을 총선용으로 다시 치장해서 내놓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음.

▶ 노동계도 ‘임시처방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는 이해하지만 우리 경제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막연한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 오히려 정부가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자리를 만들다가 나중에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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