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反기업 정서'의 해법을 찾아라

자유기업원 / 2004-12-15 / 조회: 8,594       헤럴드경제
'재벌2세=무능ㆍ한량 ' 왜곡된 묘사 일쑤

부모 덕에 출세가도…人事도 제멋대로 '현실과 괴리감 '

뉴스선 강자로 못박고 비판…걸핏하면 정경유착 들먹여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노출되는 드라마나 방송 뉴스 등을 통해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60분짜리 드라마, 1분 짜리 뉴스의 파급효과만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는 드라마와 뉴스를 통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고 있을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와 뉴스 등을 통해 한번 짚어 보자.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기업(인) 묘사=기업인 묘사에서 가장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재벌2세' 다. 여주인공을 '신데렐라' 로 만들기 위한 장치로 주로 등장해 업무능력 없이 단지 오너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 임원 자리를 꿰차고 앉아, 하는 일 없이 '여자 고민' 만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최근 종영된 '발리에서 생긴 일' 을 보자. 오너의 차남인 정재민(조인성 분)이 새로운 회사와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던 중 상대사의 현지 공장을 실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했다. M&A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은 재민은 그러나 언제나 사무실에서 낮잠을 자고 컴퓨터 오락에만 빠져 있는, 능력 없고 철없는 인물로 비쳐진다.

'불새' 의 서정민(에릭 분)도 마찬가지. 서린그룹 사주의 아들로 나오는 서정민은 미국 보스턴의 명문대학을 나온 것으로 묘사되지만 순간순간을 즐기며 사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물론 쌍둥이 동생을 사고로 죽게 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라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 아들들이 받는 사회적ㆍ도덕적 요구와 너무나 동떨어지게 묘사됐다.

그나마 최근 인기작인 '파리의 연인' 에서의 한기주(박신양 분)는 나은 편이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회사 2세로 등장해 창업주 세대의 이사들과 갈등을 빚으며 자기식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재벌2세에 대한 왜곡된 묘사 못지않게 등장하는 것이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회사의 인사정책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다.

'파리의 연인' 의 태영(김정은 분)은 연인인 기주에 의해 회사 사보팀에 입사하고 그 연적은 기주 아버지에 의해 입사하고, 그 아버지는 또 태영을 입사시킬 때 인사담당 임원을 하루아침에 해고해 버린다. 오너 일가족은 회사 인사에 있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발리…' 에서의 이수정(하지원 분)도 재민에 의해 회사에 쉽게 입사한다.

정경유착 등 부정을 은근히 집어넣는 것도 기업과 기업인을 묘사할 때 단골 메뉴다.

한기주의 아버지인 GD자동차 회장이 기주를 국회의원의 딸과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이유도 '그 의원이 (뭔가를)불면 큰일나기 때문' 이다. 불새에서 정민의 아버지는 이지은(이은주 분) 아버지의 회사를 온갖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빼앗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KBS 드라마국 김모 PD는 "드라마 주제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정경유착을 하는 기업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오너 등을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면서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방송의 기계적인 양비론 보도의 폐해=방송 뉴스의 특성 상 짧은 시간에 많은 이해당사자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제약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특히 기업과 기업인, 경제 문제를 다룰 때 암묵적으로 이들을 '강자' 위치에 놓고 대중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왜곡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기계적인 양비론적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한 방송뉴스 '반기업인 정서, 세계 최고' 를 살펴보자. 사실 보도 말미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멘트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른바 기업과 그 오너들을 동일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서 기업 경영을 더욱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해야 될 것입니다" 를 넣었다. 기자는 이와 함께 "기업이 아닌 기업인 개인의 기부활동이 활성화되는 것도 반기업인 정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반기업 정서를 해결하려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 전달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기업과 주식회사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시장에서 효율성을 기준으로 진화한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연유한 법적 제약 때문에 그렇게 형성된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기업인 개인의 기부활동도 이 반기업인 정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인은 기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상기할 때 사람들로 하여금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정경유착에 대한 보도 행태도 기계적인 양비론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반기업 정서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지난 대선자금 당시의 보도도 그렇고 지난해 집중보도된 현대 비자금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 당시 한 방송사의 '현대 비자금 커넥션' 보도 내용을 보자.

"현대 비자금이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은 지난 2000년 초. 현대는 당시 경영권의 분쟁과 잇따른 주가폭락 등으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고,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을 매개로 한 대북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몽헌 회장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각 100여억원과 150억원의 비자금을 당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총선을 목전에 둔 권씨와 남북정상회담 특사였던 박씨의 비자금 필요성과도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보도 내용의 핵심인 정경유착의 원인으로, 기자는 검찰을 인용해 현대의 정몽헌 회장과 권노갑 민주당 전 상임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모두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정경유착 원인의 무게중심을 똑같이 둘 수 없다는 것이 경제인들의 지적이다. 정경유착의 궁극적 원인은 특권 또는 특혜를 쥔 정치권과 정부이지, 기업이 아니다는 얘기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기업을 포함한 이익집단이 정경유착의 궁극적 원인이 아님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우인호 기자(in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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