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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재단 풀너 회장의 아시아경제 진단

관리자 / 1998-08-25 / 조회: 6,923       중앙일보

보도일 : 1998년 8월 25일
보도처 : 중앙일보
글쓴이 :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서 자유시장 체제의 옹호자인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풀너2세 회장이 방한, 지난 22일 저녁 신라호텔 숙소에서 자유기업센터의 공병호孔柄淏) 소장과 대담을 가졌다.

풀너 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은 법치와 리더십 확립이 시급하다고 수차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조금 나아지는 듯 하더니 다시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법질서 확립.투명성 확보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개혁 노력을 촉구했다.

□ 대담: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

孔소장:이번 방한은 아시아권 국가들에 대한 방문 일정의 하나로 알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보는가. 점수로 매긴다면 몇점 정도인가.

풀너 회장:다소 실망스럽겠지만 C+학점 정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권에서는 각 나라마다 정치적인 문제가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어 사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각 나라의 정치세력들이 원칙도 없는 의사결정이 잦아 사태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물론 효율성 없는 내부의 복잡한 경제구조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총체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의 공통적인 걸림돌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풀너:우선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준인 법치가 흐트러져 있는 것을 손꼽을 수 있다. 두번째는 투명성의 결여가 아시아권 국가들의 발전에 공통적인 걸림돌이다. 법치와 투명성이 우선 확보돼야 이를 바탕으로 경제 재건도 성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들은 경제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이 너무 큰데다 만연한 부패문제를 안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나.

풀너: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이 완전 분리가 시급하다. 비즈니스맨이나 자본가 뿐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정치세력과는 구별되는 정경분리(政經分離)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아시아 국가와 같이 정치인과 관료가 밀착, 힘이 집중되면 매우 위험하다. 바꿔 말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시장에서 정치가나 관료의 영향력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당신은 그동안 한국을 무려 74번이나 방문한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풀너:한마디로 ‘적색 신호’ 상황이다. 김대중 정권 초기만 해도 파란불이 될 것으로 기대 됐으나 5월을 전후해 ‘황색 신호’로 바뀌더니 그후 여건이 더욱 악화돼 이제는 ‘빨간불’앞에 멈춰서 있는 안타까운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보는가.

풀너:현대자동차 사태와 같이 노동조합의 강경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80년대 민주화 운동 때처럼, 노동자들이 너무 과격하게 해외에 비쳐지는 것이 좋지 않다. 노동조합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나 기업인, 노동자 어느 누구도 시장원리의 기본바탕인 법치를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는 얘기다.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 매우 좋지않다.영국도 과거 구조조정기를 맞았을 때 매정할 정도로 가혹했지만 근본이 바뀌는 일은 없이 각계각층의 고통분담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정치인을 비롯해 사용자·근로자가 고통을 제대로 분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경제가 다시 파란불을 켜고 달릴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풀너:현재의 한국 정부는 일단 정책의 가닥은 올바른 방향으로 잡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선 규제를 풀고 개방경제, 투명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이런 조치들에 대한 실행이 늦은 것이 문제다. 개혁의 진행속도가 너무 늦다는 얘기다. 정치인이나 기득권층이 광범위한 변화를 거부하고 정부가 국민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미국 등 해외의 자본가들은 매일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태를 해결하는 한국정부를 분석하고 한국통신 민영화 처리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그러나 매일 외신을 통해 한국 사태를 보는 사람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과연 사용자와 노동자간 계약으로 성립되는 자유주의 국가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특히 무엇이 문제인가.

풀너:기업이 국제시장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정리해고를 추진할 때 외부요인에 의해 좌절되거나 지연되서는 곤란하다.외국 자본가들이 볼 때 한국은 세계의 여러나라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장(場)을 마련해 줘야 한다.해외 자본은 이윤을 찾아 움직이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이런 시장왜곡 현상이 반복된다면 해외자본이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자본이 러시아에서 마피아를 무서워해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한국은 난국을 타개하는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때다. 리더십이란 법질서와 투명성 보호를 위해 강력히 추진되는 원동력을 말한다. DJ와 JP의 지도력이 현재의 한국경제를 타개하는 중요한 요소다.정치인과 관료, 경제인 모두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며 노동.자본시장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좀 더 유연성을 견지해야 한다.

:아시아를 비롯, 러시아 사태등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며 특히 세계 대공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풀너:물론 세계경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의 금융위기가 세계공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자본주의나 자유시장은 자율 적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무난 극복하리라고 본다.

:일본을 정점으로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침몰은 정실(情實) 자본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풀너: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정실자본주의란 친인척이나 지역주의, 종교 등 개인적인 요소가 경제적인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여기에는 항상 부패가 뒤따른다.또 의사결정이 정실이나 연줄에 좌우되다 보니 해외자본에 대한 차별이나 내·외국인 차별은 물론 개인이나 기업간 차별이 생기고, 이는 결국 비효율과 비생산을 초래하는 것이다.

:풀너 회장은 IMF의 지원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가.

풀너:IMF의 지원방식에 의한 아시아각국의 금융위기 타개책은 수혜국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겨 오히려 사태를 어렵게 할 뿐이다.IMF 지원은 한마디로 ‘같은 기계에서 과자를 구워내는 방식’이다. 이러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보라. 지난해 한국과 태국에 적용된 IMF 프로그램을 올해 똑같이 러시아에 적용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겠느냐.각 나라의 경제문제는 나름대로의 해결방식이 있어야 하는데, IMF는 이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아시아권의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의 향방이 중요하다. 일본의 체제개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풀너:일본은 지도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구조개혁과 거품시대 이후의 일본 경제를 끌고 갈만한 힘이 없다. 게다가 일본은 특히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일본은 아직도 은행·증권 등 금융시스템을 폐쇄적이며, 금융기관의 파산과 합병 등도 자유롭지 않고 경제적인 유연성이 확보돼 있지 못하다.이런 문제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소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일반인의 사고의 전환이 시급히 확보돼야 한다.

:최근 러시아 문제가 국제 경제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되냐 한다고 보나.

풀너:러시아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많이 주는 교역국인데, 불행스럽게도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러시아는 조직범죄가 사회를 뒤흔드는 구조다. 러시아는 마피아를 근절하지 못하는 사회·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세계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다.또 경제의 토대인 은행의 인프라가 너무 초보적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앞날은 아직 까마득하다.

□ 풀너 회장 약력

▶시카고 출생 57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학석사)
▶런던경제학교 수학(발전경제학)
▶영국 에든버러대학원(정치학박사)
▶레이건대통령 국내정치 특별보좌관
▶유엔 군축특별총회 미국 대표(82년)
▶미국 경제발전과 세제개혁 전국위원회 부위원장 (95∼96년 )
▶저서:‘미 의회와 신국제질서’ ‘보수주의자들과 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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