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준칙과 함께 다른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 주문
"'360 룰' 합의된 원칙 아냐"…상황에 맞는 지표 활용 제언도
국내외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준칙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다른 제도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비율 3% 이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이하로 대표되는 '360 룰'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라며 우리의 경제 상황에 맞게 기준 지표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14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재정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현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 정부의 부채 압력이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며 "OECD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현재 (한국 정부가) 부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2060년까지 GDP의 10%보다 더 많이 재정을 줄이고 수입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는 OECD 평균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서둘러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바로 피나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이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아일랜드의 경제 상황은 다국적 협력에 상호작용하는 경제 특징을 갖고 있어 미래의 GDP 변화가 큰 나라 중 하나"라며 "재정준칙을 통해 재정을 관리하는 아일랜드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경제학 박사인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에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성이 우리 사회에 부각됐다"면서 "다음 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재정준칙 법제화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의무지출 증가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부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적절히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우리도 살고 미래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는 "건전 재정에 대해 자꾸 오해를 하는데 재정은 아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재정을 필요할 때 쓰려면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맥락에서 재정준칙 도입은 미래에 재정을 잘 쓰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정준칙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도 정비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피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 법제화와 함께 중기재정계획도 법제화해 그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재정준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독립적인 재정감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독립된 재정감시 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투명하게 재정지표나 상황을 보고받고, 그 기구에서 제대로 준칙이 적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제시한 '360 룰'에 대해선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재정준칙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 일명 '360 룰'로 불린다.
황현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채무비율 60% 이하일 때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한다는 그 수치 자체는 어디에도 합의된 룰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한국이 재정준칙에 유럽의 '360 룰'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솔직히 말해 약간 터무니없게 들린다"고도 했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재정준칙과 관련해) 누구에게나 다 맞는 하나의 접근 방식은 없다"며 "어떤 지표를 활용할지에 대한 선택은 국가별 특징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최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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