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17년 난제 생보사 상장 이번엔 풀릴까

자유기업원 / 2006-06-22 / 조회: 6,442       내일신문, @

금융학회·상장자문위 공청회 잇따라
업계와 시민단체 시각차 좁혀질지 관심

생명보험회사의 상장문제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생보사 상장은 해묵은 사안이다. 1989년 처음 거론된 이래 무려 17년 동안이나 끌어왔다.

생명보험업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와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볼 것인지 여부 등을 두고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상장 자문위가 구성됐다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만 벌써 세 번이다. 현재는 네 번째 상장 자문위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21일 오후에는 한국금융학회 주최 세미나가, 다음달 13일에는 상장자문위원회 직접 개최하는 공청회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대립각을 세운 논객들이 동시에 등장하게 될 이번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17년 동안 꼬인 실타래가 풀리게 될지 주목된다.

◆생보사 상장 핵심쟁점은=21일 오후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는 한국금융학회 주최의 토론회가 열린다. ‘생보사 최적 상장방안 모색’이 주제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두 명의 교수는 미리 발표한 자료를 통해 상장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연세대 김정동 교수는 ‘생보사 주식상장과 계약자 이익배분’이라는 주제발표문을 통해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 온 상장시 계약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주식회사 상장시 계약자 또는 고객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배분한 유례가 없다는 것.

또한 “설사 배분을 하더라도 과거 50년 동안의 계약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기여정도를 평가하는 작업 등 배분방법에 대한 이의제기와 갈등해소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생보사의 성격에 대해서는 “상법을 채택하고 있는 어느 나라에서나 회사조직 성격은 회사설립의 법적 근거와 운영형태, 주주와 이사회 존재여부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국 생보사들은 상호회사성이 없고,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온전한 주식회사임에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끝으로 “한국 생보사 주식 상장에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묘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된 안전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방법 즉 상법과 증권거래법 원칙을 준수하면 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세종대 정재욱 교수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정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생보사 상장의 주요 쟁점사항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국내 생보사의 성격규명 △과거 계약자들에 대한 배당의 적정성 △자산재평가에서 발생한 내부유보액 성격과 처리방안(삼성생명과 교보생명만 국한) △생보사간 차별화된 상장안 적용여부 △유·무배당상품간 자산의 구분계리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핵심논쟁거리인 국내생보사 성격에 대해서는 “국내 생보사가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100%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과거 생보사 운영에 있어 주주본연의 의무인 자본확충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생보사(삼성·교보생명)의 경우 기업공개를 전제로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 발생한 이익 대부분(70%)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계약자에게 할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논쟁거리인 내부유보액의 성격과 처리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보였다.
정 교수는 “자산재평가이익 가운데 현재 자본잉여금 항목에 계상돼 있는 내부유보액은 명백히 자본금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따라서 상장시 계약자에게 합당한 지분만큼 주식으로 배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차는 최근 들어 부쩍 극명해 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내부유보된 돈은 명백히 자본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상장시 같은 금액의 지분만큼을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의 자유기업원은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 재산권을 침해하는 계약자 이익배분이 실현될 경우 어떤 생보사도 기업공개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재안도 나왔다.
지난 3월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제3의 중재안으로 ‘생명보험피해자구제기금’을 설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 이렇게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리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 지난 2월 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키 위해 상장자문위를 설치했다.

자문위는 그동안 수개월의 활동을 거친 끝에 조만간 가시적인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상장 초안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뤄지고 나면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공개적인 의견수렴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의견수렴 후 상장방안이 확정되고 나면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승인을 받게 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그 후 상장을 희망하는 생보사들로부터 개별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최종 결정을 짓게 되는 과정이다.

물론 계약자 배분문제와 우리나라 생보사의 성격 등은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내부유보액의 처리문제와 상장차익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삼성생명과 교부생명의 경우에는 논란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내부유보액 처리와 무관한 중소형 생보사의 상장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이번 상장 논의가 예전과 다른 점은 생보사 상장 자체를 거부하는 기류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해관계와 시각차에 따라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나동민 상장자문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생보사 상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필요하나 각자의 이해를 위해 근거와 논리가 빈약한 주장만을 앞세우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생보사 상장’이라는 오래된 난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심층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냉철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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