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가 아닌 엘리트 연대?=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531명의 임원 가운데 직업 정보가 확인된 인물은 모두 416명. 이 중 교수와 연구자를 포함해 학계 인사가 170명(40.9%)으로 가장 많았고 법조계 인사(56명·13.5%), 예술 문화계 인사(29명·7.0%), 종교계 인사(28명·6.7%), 기업 경영자(27명·6.5%) 등의 순이었다. 시민운동가 출신은 26명(6.3%)이고 주부 학생 일반 회원 등 ‘일반 시민’ 출신 임원은 44명으로 10.6%였다.
시민단체 임원진 가운데 일반 시민의 비중이 적었고 대신 그 자리를 특정 학교 출신의 엘리트들이 차지했다. 전체 임원 중 출신 대학이 확인된 인사는 309명. 이 중 서울대가 152명(49.2%)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31명(10%)과 25명(8.1%)이었다. 성균관대와 이화여대까지 합하면 그 비율이 74.1%에 이르렀다.
출신 고교가 확인된 임원 170명의 고교별 분포를 분석한 결과 경기고가 25명(14.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서울고(9명·5.3%), 부산고(8명·4.7%), 전주고(6명·3.5%) 순이었다.
일반 시민들은 임원 참여율도 적을 뿐만 아니라 활동 연수도 1.75년으로 전체 평균치(3.7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정기적인 후원금까지 포함하면 참여연대 재원의 90%가량을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할 정도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의 ‘폐쇄적 지배구조’=유 교수팀은 임원직의 독과점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누적 평균 직책 점유율(누적 직책 수를 누적 사람 수로 나눈 수치)을 분석했다. 그 결과 누적 평균 직책 점유율은 1996년 2.15에서 올해 2월 현재 4.43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신규 진입 임원 수는 1999년 9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해 올해는 14명에 그쳤다. 이는 해가 갈수록 신규 임원이 참여연대의 지배구조에 진입하지 않고 같은 사람이 오랫동안 임원직을 맡고 있음을 뜻한다.
유 교수팀은 참여연대가 엘리트 계층의 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소수의 명망가가 오랜 기간 임원직을 독점하면서 열려 있는 조직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구의 참여연대 인맥=참여연대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의 정부 기관 및 위원회 진출이 두드러졌다. 참여연대 발기인이자 집행위원, 고문, 자문위원, 운영위원 등을 지낸 곽노현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교육부 교육규제완화위원회 위원, 정책기획위원회 국가시스템개혁분과 정치행정위원으로 활동했다.
공동대표를 지낸 김창국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냈고 통일부 통일고문과 KBS 이사로도 재직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소장 등을 두루 지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손혁재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제3심의위원장,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참여연대는 정부 부처의 장관직 인사도 다수 배출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1999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1997년과 1998년 자문위원을 지냈다.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도 공직 진출 이전에 자문위원이었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고문과 자문위원으로 관여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참여연대 운영위원과 정책위원장 출신.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참여연대 선출직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 정부에 들어갔다.
▽‘공직’ 논란=유 교수팀은 참여연대 임원의 범위에 공동대표 감사 고문 자문위원 운영위원 집행위원 정책위원 사무처장단 등 8개 직책을 포함해 분석했다. 또 정부와 산하단체 위원회의 민간출신 위원까지 ‘포괄적 의미의 공직’으로 분류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참여연대의 자문위원이나 운영위원은 이름만 걸어두는 경우가 많아 이들까지 임원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숫자 부풀리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민간 위원 몫인 정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공직 활동이라고 분류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현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해 왔다”며 “단순히 월급을 받느냐, 상근직이냐를 기준으로 공직을 좁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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