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대체로 조선이라는 나라와 조선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9세기 말 조선을 비롯해 극동 지역을 여행했던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또한 조선을 방문했던 대부분의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인들을 게으르고 가난하며 상당히 의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숍은 다른 평가들과 달리 그럼에도 조선은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조선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왜냐하면 그는 기근으로부터 벗어나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만주와 연해주로 떠난 상당수 조선인들은 그곳에서 부농이 되었으며 근면하고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로 탈바꿈했다. 만약 그들이 조선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저축하거나 절약하기는커녕 빈곤한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고질적인 나태함과 노예근성을 없애고 주체성과 독립심을 지닌 사람들로 변모시켰을까?
비숍은 그 이유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지배 계급인 양반들의 착취가 사라진 점’에서 찾았다. 다시 말해 ‘수탈 없는 세상’이 조선인들에게 열심히 일할 유인과 동기부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비숍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조선의 백성들이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면서 당당하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과 생활상에 감탄했다. 이를 통해 조선인은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볍게 떨쳐냈다.
그리고 그는 조선인들의 번영을 지켜보면서 “조선에 남아 있는 민중들이 정직한 정부 밑에서 그들의 생계를 보호 받을 수만 있다면 느리긴 하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실제 그의 확신은 무려 한 세기가 지난 후 진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선은 ‘재산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았던 사회였고, 지배 계급의 착취와 수탈 그리고 억압이 지속된 봉건 체제에 머물러 있었다. 한 마디로 백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선은 전혀 바람직하고 좋은 국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백성들의 힘을 국가 발전에 활용하지 못했던 조선은 비참하게 멸망하고 말았다.
이미 수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발전하고 번영할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인간의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본능’과 ‘교환 본능’이 발현되는 것 자체부터 어렵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역사적인 사실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구한말 상황처럼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잘못된 포퓰리즘 정책들을 경계하며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함으로써 시장과 자유를 지키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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