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는 틀렸다: 수요가 먼저라고?

Frank Shostak / 2020-09-04 / 조회: 7,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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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둔화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 팬데믹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이면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경제 발전에 핵심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또한 이들은 정부나 소비자, 기업이 지출을 증가시키면, 그것의 몇 배만큼 산출량이 확대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1달러를 수령했을 때 0.1달러는 저축에, 0.9달러는 소비에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소비자들이 지출을 1억 달러만큼 늘려서 소매상들의 수입이 증가했다면, 그들도 또한 늘어난 수입의 90%인 9천만 달러를 지출하게 된다. 이때 이 9천만 달러를 수령한 경제주체는 또 그것의 90%인 8천 백만 달러를 지출함으로써 다른 경제 주체의 수입을 만들어주게 된다. 이 같은 연쇄적 증폭 과정을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라고 부른다.


이 승수효과의 신비로움을 전파한 케인스는 이러한 인식 아래 그의 저서 <일반이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가 낡은 병들 속에 은행권을 가득 채워서 폐광에 묻고 도시의 쓰레기들로 그를 덮은 후, 잘 검증된 자유방임주의의 원칙에 따라 민간 기업이 그것들을 파내게 하면 어떨까. 더 이상 실업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지역의 실질 소득과 자본이 증대될 것이다."


돈과 승수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지점은 그 최초의 소비 추동력(initial boost to consumption)이 어디에서든 반드시 유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그 추동력은 중앙은행의 통화 증발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돈' 자체에는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어떠한 힘도 내재되어 있지 않다. 정말 '돈'이 그 자체로 경제 발전을 추동한다면, 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진작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돈은 무언가를 돈과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 그 돈을 다시 다른 무언가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차원에서 돈은 지불의 매개가 아닌 교환의 매개다. 미제스(Ludwig von Mises)의 설명을 빌리자면, "세이(Jean Baptiste Say)가 말했듯 한 상품은 궁극적으로 돈으로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품으로 지불되는 것이다. 판매자가 물건을 팖으로써 대가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그에게 유용한 다른 물건인 셈이다."


만약 누군가가 100만큼 소비를 늘렸다는 건 단지 그의 화폐 수요가 100만큼 줄었다는 점을 의미할 뿐이다. 그 100을 수령한 판매자는 그가 필요할 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판매자의 화폐 수요가 100만큼 증가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가 100의 90%를 소비에 사용한다면, 이는 그의 화폐 수요가 90만큼 줄고 다른 판매자의 화폐 수요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것이 모두 일정할 때, 어떤 재화에 대해 소비를 늘리면 다른 재화에 대한 소비는 반드시 줄이게 된다. 즉 경제 전체에서의 소비는 변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통화팽창으로 인한 지출 증가는 실질 산출을 증대시키지 않는다. 다만 통화팽창은 사람들의 실질 저축을 이리저리 뒤바꿔놓는다. 새롭게 증발한 화폐를 뒤늦게 수령하거나 아예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희생시켜 일찍 수령한 사람만을 배불리는 것이다. 이 같은 자의적인 재분배 효과는 '캉티용 효과(Cantillon effect)'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시행되는 확장적 통화정책은 실질적 생산을 증대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이는 실질적으로 부를 생산하는 경제 주체를 빈곤하게 만들어버린다.


저축이 경제에 나쁘다고?


케인지언들은 저축이 경제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예를 들어 철수가 옥수수를 20개 재배하고 그중 5개를 먹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철수의 실질 저축은 15개의 옥수수가 되고, 이는 철수가 다른 것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철수는 제빵업을 하는 영희로부터 빵 한 조각을 옥수수 다섯 개로 구매할 수 있다. 구두공인 민수에게 옥수수 열 개를 주고 구두 한 켤레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보듯 철수의 구매력은 다른 모든 것이 일정할 때, 그가 가지고 있는 처분 가능한 옥수수들, 즉 그의 '실질 저축'에 의해 결정된다. 이와 같은 거래에서 우리는 철수가 재배한 옥수수가 영희와 민수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영희가 구운 빵과 민수가 만든 구두가 철수의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최종소비재의 저축이 있었기 때문에 농부와 제빵사, 구두 공의 삶이 유지되는 것이고, 공급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최종소비재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들을 다른 소비재로 교환하는 대신 더 좋은 도구와 기계를 사는 데 투자할 수도 있다. 이는 그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의 양과 질이 증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실 이는 그러한 도구나 기계를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 실질 저축을 이전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열심히 도구와 기계를 생산하는 동안 그들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것도 역시 실질 저축이다. 그렇게 도구와 기계들이 만들어지면 소비재 생산은 증대되고 이는 더 많은 실질 저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늘어난 실질 저축은 다시 도구와 기계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형성된다. 즉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저축의 증가는 소비재의 생산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대시키는 것이다.


소비재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경제의 산출량을 몇 배나 증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사실이 아니다. 증가한 소비재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지불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매력은 실질 저축에 의해 결정되고, 이 실질 저축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의 증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생산의 증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질 저축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는 것이다.


결론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은 경제의 동력이 '수요'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침체는 대개 불충분한 수요의 결과인데, 여기서 수요를 조금 늘려주면 경제의 산출이 그의 몇 배 만큼 확대되리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현실 세계에서,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요 부양은 실질 저축을 희석시키고 도리어 실질 부의 흐름을 방해한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입니다.

Frank Shostak, Why Keynes Was Wrong about Consumer Spending, 4 August, 2020

출처: https://mises.org/wire/why-keynes-was-wrong-about-consumer-spending

번역: 조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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