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제2의 마라탕이 될 수 있을까

양수현 / 2023-11-29 / 조회: 248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의 한 대학가 골목. 탕후루 가게 두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니, 그 바로 옆 블록에도 다른 가게가 하나 더 있다. 불과 몇 발자국 안에 탕후루 가게가 세 군데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탕후루의 시대다.


탕후루는 열매나 과일에 설탕이나 물엿 등 달콤한 시럽을 바르고 굳힌 중국의 전통 간식이다. 달콤한 맛으로 무장한 탕후루는 MZ 세대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공략하며 빠르게 번져나갔다. 그야말로뜨는 아이템인 탕후루는 국내에서 선두를 점한 프랜차이즈는 물론, 후발 브랜드 창업 문의도 늘어나게 만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탕후루 이전에는 또 다른 강자가 있었다. 바로 마라탕이다.


언젠가 배가 고파 밤늦게 야식을 먹기로 한 날이 있었다. 그날따라 짬뽕이 끌려 배달 앱에서 중식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그런데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짜장면·짬뽕을 파는 곳은 없었다. 늦은 시간에도 문 연 곳은 온통 마라탕 가게뿐이었다. 4년 차 선배 마라탕은 유행을 넘어 야식까지 점령한 강자가 된 것이다.


탕후루와 마라탕. 두 음식이 강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SNS를 이용한 마케팅과 자극적인 맛으로 젊은 소비자의 필요(NEEDS)를 파고들어 소비자의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식사로 찌개나 탕을 즐겨 먹기 때문에 매운맛에 강하다. 스테디셀러 라면이 불닭볶음면이라는 점, 프랜차이즈에서 더 매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균형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단맛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단 음식이다. 따라서 단 음식에 대한 수요도 언제나 균형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실패하지 않는 조합에 SNS 마케팅까지 더해진다면, 소비자의 수요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탕후루와 마라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길거리 위생이 안 좋아진다거나, 너무 달거나 매워서 건강을 해친다는 것 등이 주요 이유이다. 그렇다면 제품에 대해 기준을 둬 규제하는 건 어떨까. 인기에 힘입은 탕후루와 마라탕은 끊임없이 소비자에 대한 공급을 제공하고 있다. 돈이 되고,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돈이 되지 않거나, 수익성이 없다면 공급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초과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은 다시금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독 중국 음식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겨울의 전통 강자 붕어빵과 호떡도 각각 일본, 중앙아시아와 아랍권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문화가 입혀져 지금은 대표적인 우리 간식으로 성장했다. 마라탕도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 인기를 유지하며 다양한 음식에 접목되었다. 마라 떡볶이처럼 신제품으로 탄생하기도 하고, 라면처럼 즉석조리식품으로 개발되기도 하며, 밀키트처럼 보편화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요만 있다면 오히려 다른 제품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촉진할 수도 있다. 10년 전부터 유행한 흑당 버블티는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변형된 제품으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행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 흑당 음료를 즐기는 소비층을 겨냥해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살아남은 것이다.


시장경제에는 경쟁이라는 메커니즘이 있다. 아무리 유행의 흐름을 타고 인기가 치솟아도, 초과공급으로 불붙은 경쟁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게 할 것이다. 경쟁으로 자극된 소비자의 수요는 곧 소비와 투자의 촉진으로 이어지고, 제품 다양화를 통해 넓혀진 시장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라거나, 위생이나 건강 등의 문제로 규제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성될 것이고 이것은 곧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원인이든 소비자의 수요를 감소하게 만든다면, 시장은 기업이 자진하여 퇴출하도록 만들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경제의 힘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탕후루의 운명은 탕후루 산업 자체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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