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차 거부 문제로 본 시장경제의 필요성

박지원 / 2022-12-07 / 조회: 374

지난 6일 발생한 영등포역 탈선 사고는 나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 시장 경제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나는 저녁 11시에 수서역에 도착했어야 하지만, 앞선 사고로 도착시간이 지연되었다.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새벽 1시가 지나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별다른 대안 없이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나는 사실상 택시 잡기가 불가능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운이 좋아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지만, 직접 경험한 택시 승차 거부 문제는 나에게 불편감을 안겨주며 동시에 문제의 원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택시 승차거부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공급의 측면에서 택시 면허는 정부의 택시 총량제에 따라 제한된 공급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택시 공급의 부족을 야기한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서울시의 택시 수송인구는 1대당 약 140명 정도이며, 내가 사는 경기도 광주시는 무려 택시 1대가 837명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수요의 측면에서, 택시는 심야시간에 어느정도 필수재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게 된다. 심야시간에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체재가 많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야시간 택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택시 수요가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우선 택시 공급의 제한이 초과수요 상황을 유발하고, 초과된 수요가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을 증가시키고 거래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하지만,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거래량의 변화가 거의 없이 가격만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게다가 택시는 단순히 공급이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에도 제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즉, 공급 제한과 비 탄력적인 수요의 영향으로 택시 이용 가격이 상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택시 요금이 고정되어 때문에 일정 가격 이하의 수요가 아예 무시되는, 승차 거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낮 시간대에 10KM 거리를 운행하는 택시의 요금을 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심야 시간의 택시 요금이 초과 수요로 인해 실질적으로 5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택시 기사가 정해진대로만(1KM당 1000원) 요금을 받을 수 있다면, 택시기사는 50KM 미만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5만원 미만의 요금을 지불할 승객들)을 태울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 즉, 초과 수요 상황과 택시 가격의 제한으로 인해 특정 거리 미만의 승객의 승차를 회피하는 승차거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각각의 방법은 문제의 원인인 초과 수요와 가격 제한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첫번째로, 수요 감소시키는 정책이다. 심야시간대 대중교통을 확대하는 정책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올빼미 버스나 24시간 지하철과 같은 대안은 근로자 및 시설 안전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낮시간대 대비 낮은 수요로 인한 비용적 부담 등도 확대 적용을 어렵게 한다.


다음으로, 공급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다. 택시 면허 발급을 증가하거나 우버나 타다와 같은 공유 플랫폼 허용해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택시 공급 증가 정책은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겪게 될 것이며,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격 제한을 해제하는 정책이다. 고정된 요금 하에서 심야 할증이나 시외 할증과 같은 추가요금을 받는 방식이 아닌, 실시간으로 수요의 증감에 따라 상한과 하한이 없이 가격이 정해지는 유연한 요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금제도 하에서는 심야시간대 비 탄력적인 택시 수요로 택시 요금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심야시간대 택시가 일종의 필수재이자 넓은 의미의 대중교통이라는 관점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과중 시킴으로써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으로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택시 승차거부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적인 업계 구조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승차 거부의 발생 원인이 초과 수요와 택시 요금의 제한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나 공급을 알맞게 조절하거나, 보이지 않는 손에 택시 요금을 맡기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어떠한 해결책도 기사와 승객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 즉,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와 승객 어느 한쪽이 불편이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정부는 항상 택시 업계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주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택시 총량제를 통해 택시 면허의 발급을 통제하고 승차 공유 서비스의 유입을 막아주었다. 또한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태도는 택시 운수업 종사자들의 반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택시운송사업 면허를 가진 자들이 제대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선택하든 혹은 현행유지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경제논리를 통제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공유 플랫폼과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승차거부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당연하면서도 꿈만 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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