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 뷔페

정지원 / 2022-12-07 / 조회: 260

최근까지 각종 SNS를 도배한 콘텐츠를 말하면 단연 티빙의 <환승 연애2>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직 '티빙’이라는 OTT 플랫폼에서만 취급된 프로그램인데, 티빙은 월 정액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도 티빙과 같은 월 정액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만 방영되었음에도 세계적으로 각종 수상 혹은 패러디가 넘쳐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또 굳이 텔레비전으로 본 방송을 챙겨 보지 않더라도 모바일로 내가 원하는 장소,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간편하게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OTT 플랫폼들의 구독 서비스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으로 소비자들이 집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구매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유형의 구독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당장 나 또한 넷플릭스, 티빙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 제공 업체 외에도 쿠팡의 구독 서비스인 로켓와우를 통해 생활용품을 쇼핑하고, 와인 구독 서비스인 퍼플독을 이용하여 취미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는 은연중에 우리의 실생활에 깊게 스며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구독 서비스 시장이 2000년대에 들어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 있지만 구독 서비스는 이미 익숙하게 과거부터 존재했다. 나 자신이 과거부터 경험했던 구독 서비스 형태는 매일 아침 배달 받았던 종이신문 혹은 우유 그리고 어렸을 때 매주 문고리에 걸려있었던 동화책 배달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2015년 전후로 구독 서비스 시장은 눈에 띄게 규모가 성장했다. 이러한 구독 경제의 성장은 그 주 소비층인 MZ 세대와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MZ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어려움이 없다는 것과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또 과거 세대와는 다르게 소유보다는 공유에 가치를 두고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집단보다는 개인의 선호를 우선시한다. 이러한 MZ 세대의 특징은 구독 경제 서비스가 성장하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었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구독 서비스 업체가 가진 다양한 상품들은 소비자들 개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소비 경험을 통해 트렌드에 더 민감하고 빠른 접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달은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 e-book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과거 우리는 책을 보기 위해 서점에 직접 방문해야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e-book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임대료, 인건비 등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독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 사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고객을 유인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제 원리가 작용하게 될까? 먼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그들에게서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상당한 구독 서비스 업체들은 '구독하면 한 달 무료’ 프로모션을 사용하여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기도 한다. 구독 경제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OTT 플랫폼 업체인 넷플릭스도 과거 한 달 무료 이용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업체들이 이러한 프로모션을 실행하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소유효과’와 '손실회피 성향’이 존재한다.


'한 달 무료’ 프로모션을 통해 유입된 고객들은 결국 서비스를 구독하게 된 서비스 '소유자’가 된다. 우리는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게 되면 소유하게 된 물건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게 되어 소유하기 전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경험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자면, 내가 중고 물품 판매 사이트인 '당근마켓’에 중고거래를 위해 물건을 올리고 가격을 직접 매겼을 때, 구매 의향을 가진 연락은 오지 않고 찜 클릭 수만 존재하거나 가격 흥정을 위한 연락만 온다. 거래 성사를 위해 원하는 가격보다 더 내리거나 가격 흥정에 동의하면 그제야 구매 의향을 가진 연락이 오고 거래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물건의 소유자(판매자)는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구매자)이 보는 객관적인 가치보다 더 높게 물건의 가치를 책정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유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방법이 바로 '한달 무료’ 프로모션인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서비스 이용 전보다 서비스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게 된다.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 중인 현재 상태에서 구독 해지를 하는 상황을 손실로 생각하고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손실회피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주식 투자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익률 +5%보다 -5%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똑같은 양의 이득과 손실에서 우리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한 달 무료체험 후에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것을 손실로 생각하게 되고 이 손실을 회피하려고 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한 달 무료 체험 종료 후에 구독료를 지불하고 지속해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어 구독 서비스 업체가 원하던 신규 고객 유치와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업들은 이렇게 유입시킨 고객들을 자사의 고유 서비스 등을 이용한 락인효과로 지속적인 수익을 꾀하기도 한다. 정기 구독의 특징인 지속성을 이용해 고객들의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한 업체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정보를 통해 점점 더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편리하게 하고 충성도를 높여 다른 경쟁 업체로 빠지지 못하게 한다. 또한 자사의 특전 같은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락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자사 고유의 콘텐츠에 상당한 투자를 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오직 넷플릭스를 구독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할 수도 있고 자사 고유의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존의 고객들 또한 유지할 수 있다. 나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들을 시청했고 만족스러웠으며 이는 곧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와 신뢰로 이어졌다.


이처럼 정기 구독의 특징인 지속성은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요금제를 자주 바꿀 경우 고객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수요 탄력성을 감안해 적정한 가격을 설정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서비스 내에서의 가격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서비스 가치와 기업이 서비스에 소요하는 비용 사이에서 적절한 가격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자신이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들의 은근한 꼼수에 속지 않고 똑똑하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들은 대부분 신용카드 자동 결제로 요금이 지불되는데, 앞서 말한 구독 서비스 업체들의 한 달 무료 프로모션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한 달 이후의 금액이 결제되어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이끌 수 있다. 이 외에도 안내된 가격 외에 추가 비용이 존재하는 등의 상술에 대비하여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리되 그에 속지 않고 꼼꼼하게 선택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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