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 학생이 들려주는 쉬운 경제 이야기: 아빠의 의자공장 그리고 항공 산업

윤예진 / 2022-12-07 / 조회: 441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의자 사업을 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사업자인 부모님의 고민은 당연하게도 “어떻게 하면 최대 매출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아빠는 17살 무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의자 공장을 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본인의 사업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빠는 시장의 도입기 부분에 들어서게 되었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막 출현하게 되면 대게 경쟁사가 아주 적거나 없다. 그래서 우리 제품의 차별화를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기에서는 다르다. 시장이 성장함으로써 경쟁사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결국 경쟁력은 상승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품 차별화이다. 아빠는 이 성장기 부분에서 제품 차별화를 위해 중국과의 거래처와의 협업을 시도했다. 그렇게 중국에도 사업체를 하나 만들어 자유롭게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의자 공장이 가지는 차별성은 180도로 넘어가는 의자, 즉 리클라이너 의자였다. 지금이야 어디서든 리클라이너 의자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방송사에서 의자를 영상으로 찍어 가기도 하고, 그렇게 티비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장은 점점 성장하여 성숙기에 다다랐다. 성숙기는 경쟁의 최고조로 경쟁사가 매우 많다. 초과 수익은 항상 새로운 경쟁사를 부른다. 성숙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서로를 벤치마킹하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가 닮아 있다. 따라서 이미지 차별화와 가격 경쟁이 자연스럽게 대두되었다. 서비스와 제품이 같은 퀄리티를 갖는다면 값싼 것이 먼저다. 굳이 돈을 더 주고 같은 제품을 사는 멍청한 소비자는 시장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아빠의 의자 공장은 성숙기에 머무른 듯하다. OEM 제품이 주로 이루며 주변 의자 도매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수명이 이어 나간다. 타 의자 경쟁업체, 예를 들어 시디즈를 보면 이미지 차별화가 확실히 되어 있다. 검색창에 시디즈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T50이 나올 만큼 유명하고 포지셔닝이 되는 제품이 존재한다. 시디즈 T50 시리즈의 가격은 무려 336,000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경제학적 이론과는 다르게 시디즈 T50 의자는 2007년 출시된 이래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 대를 기록하였다. 어떻게 이런 많은 판매량을 달성한 것일까? 바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상품 차별화이다. 해당 제품은 사용자 체형이 딱 맞는 편안한 착좌감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 높을수록 그에 상응하는 퀄리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상심리이다. 예를 들어 현재 편의점에서 500ml 기준 1,900원에 판매하는 하이엔드 생수 “에비앙”이 어느 날 세일 프로모션을 통해 1,000원에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고객들은 평상시 비싸 사먹지 못했던 에비앙이 삼다수(500ml 기준 편의점 950원)보다 고작 50원밖에 비싸지 않기에 에비앙을 선택한다. 하지만 에비앙이 50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원가 1,900원에서 50원. 무려 1,850원이 저렴해졌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바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에비앙 대신 다른 생수를 구매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퀄리티와 가격은 비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마케팅 하고자 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어떠한 퀄리티 레벨을 가지는지 정해야 할 것이다. 너무 비싸도 안 팔리고 너무 저렴해도 팔리지 않는다.


낮은 가격 구조를 설정하여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마진은 최대한 많이 남기고자 하는 것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모든 사업체들의 숙제이다. 한국항공대학교의 학생으로서 위 숙제를 항공 산업에 대입해보았다. 항공 산업에서는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운 비행기를 최대한 많이 띄우는 것이 숙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첫째, 최대한 많은 승객을 어떻게 태울까? 바로 Overbooking이다. 항공사들은 실제 좌석 수보다 더 많은 자리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이유는 일부의 No-show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한 항공기가 모든 좌석을 다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근데 출국 직전, 일부의 No-show가 발생하여 5개의 좌석이 빈 상태로 비행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5개 좌석을 더 팔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물론 문제는 통계는 통계일 뿐 실제로 예약된 좌석 수만큼 손님이 100% 참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최대한 많이 띄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바로 Turnaround Time을 줄인다. 김포<->제주 공항 스케줄을 예로 들어보자. 김포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제주에 오전 11시에 착륙한다. 그리고 다음 이륙을 위한 준비시간인 Turnaround time을 가진다. 이 시간 동안 객실 청소, 물품 구비 등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12시에 제주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1시에 착륙한다. 또 1시간의 Turnaround 시간을 갖고 이륙한다. 그렇게 오후 3시까지 총 3번의 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다음 비행을 위한 준비 시간을 줄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비행 스케줄 상황에서 Turnaround time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하였다. 그러면 10시부터 15시까지 총 4번의 비행이 가능하다. 한 번의 비행 당 손님을 200명을 태울 수 있다면, 같은 시간 동안 200좌석을 더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High utilization이다. 그러나 이전의 비행이 연착된 경우, 촉박한 준비시간을 가진 비행기의 경우 저조한 퀄리티로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혹은 준비가 계속 느려져서 결국 하루의 비행이 모두 연착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장에서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현명하게 이용하여 소비자에게도, 시장에게도 좋은 경제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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