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일하면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

이한빈 / 2022-12-07 / 조회: 345

우리 집 앞 내가 즐겨 찾던 김치찌개집이 있다. 2년 전만 해도 7천원이던게, 작년에 8천원으로 오른 후 어제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갔더니 9천원으로 올라 있었다. 괜히 씁쓸한 것이 나 같은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일상 속 사소한 변화가 물가 상승이 피부에 와 닿는 시점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 김치찌개를 먹다 문득 내가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 시간 시급과 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이러다 한 시간 아르바이트로 김치찌개도 못 먹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최저시급이 내년엔 얼마나 오를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손해보는 입장도 고려하면 얼마나 오르는 것이 적당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최저시급은 매년 비슷한 인상률을 보이며 오르다가 2018년에 무려 16%인상되며 많은 사회적인 쟁점을 불러일으키는 화두가 된 적이 있다. 물론 나와 같은 대학생의 입장에서는 시간당 소득이 오르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구하는 직종의 사업주인 소규모 영세업자들 입장에서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2018년을 돌아보자면, 이 때의 인상폭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새로운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여파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는 무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0,000원을 달성하는 것이었지만, 항상 목표한 바와 결과는 같은 수 없듯이 소득-> 소비 -> 생산 증가로 연계되는 형태를 구축하기에는 목표치가 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기업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생산, 서비스 비용을 증가시켜 이로 인해 고용과 경제성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다시 올해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으로 돌아와 이와 관련하여 살펴보자. 2020년부터 확산되어 전 세계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친 코로나는 사회 봉쇄와 함께 대량 실업과 소비 감소를 일으켜 경제 구조가 작동하는 것을 일시정지 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기저효과가 사라져가며 다시 노동 및 소비 지표가 상승하려는 찰나 러-우 전쟁을 통해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가 주요 수출국인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의 공급불안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전례 없는 규모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몇몇 경제학자들은 2023년에는 경기는 불황인데 물가 역시 높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유력함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기존 인상률을 넘어선 임금 인상이 불러올 파급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기업 및 사업자의 인건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여 고용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상실분의 크기 중 어느 쪽이 큰지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의 명목소득이 감소할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인데, 현재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이 증가되는 현황에서 과도한 인상폭이 결정된다면 고용 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로 최저임금 선에서 시간당 소득이 결정되는 일용직 근로자 및 20대 초반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근무 형태에서의 고용감소와 이로 인한 중, 소규모 사업주들의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다. 또한 물가 상승 측면에서 보자면 최저시급의 과도한 인상은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올 것인 데, 이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화폐가치의 하락과 환율 상승 역시 뒤따를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을 때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재정지원 정책을 마련했음을 되돌아봤을 때,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이미 심각한 수준의 정부 부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즉, 현 시점에서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시기적으로 알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실 2018년을 돌아보자면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이를 하던 대학교 초년생이었던 나는 최저임금의 16%에 달하는 인상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좌에 돈이 늘어난다고 이를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의 거대한 침체의 흐름인 'Great Recession’을 따라가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내년은 올해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것임을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김치찌개가 더 오르지 않으려면, 최저임금은 전년도 인상폭 이하 수준을 유지해야 이 위기 극복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것임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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