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공실로 본 부동산 시장 경제

김성용 / 2024-05-10 / 조회: 184

주말이나 공휴일에 서울에 있는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걷다보면, 강남이나 명동 등 서울 초대형 오피스를 제외하고 장기 공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임대료가 높아 임차인을 못 구했나?’라고 생각을 하다가 ‘임대료를 조금 덜 받더라도 공실을 없애는게 건물주 입장에서 좋은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임대인이라면, 공실로 놓는 것 보단 오피스를 구매할 때 받은 대출의 이자라도 면할 정도면 손해는 안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공실이 높은 것을 단순 수요부족 측면으로 치부하기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우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도입 취지는 임대임과 임차인 간의 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법 제 15조를 보면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한 법임을 알 수 있다. 법의 주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계약갱신요구권: 임차인은 10년 동안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절할 수 없다.


둘째 차임증감청구권: 임대인은 기존에 약정한 차임을 갱신할 때 5%를 초과하지 못 한다.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낮게 책정 하면 ‘차임증가청구권’으로 임대료를 다시 올리기 쉽지 않고,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임차인은 10년 간 장기계약을 할 수 있기에 임대인은 임차인을 가려서 받고, 차라리 공실로 놓기 시작했다. 즉, 임차인을 보호 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오히려 임차인이 오피스를 구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코로나 19가 확산될 때인 20년도 말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으며, 6개월간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해도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는 내용의 개정안이 나왔다. 임차인의 고통을 임대인도 같이 분담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또 집합금지 업종에 대한 임대인이 차임 청구를 막는 ‘임대료 멈춤법’도 발의 되었다.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 모든 법안은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임대인을 사회적 강자로 취급하며 고통 분담을 같이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져 있다.


같은 임대인이라도 임대료로 간신히 생활을 영위하는 임대인이 있을 수 있고, 임차인 이라도 임대인 보다 수익이 훨씬 많은 거대 임차인이 있을 수 있는데, 임대료 수익을 가져가는 임대인을 임차인의 등골을 빼먹는 것처럼 표현되고 나쁜 이미지가 심어졌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주는 착한 건물주가 주목 받고 박수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하해주지 않는다고 나쁜 악덕 건물주가 되는 것은 정부가 임차인과 임대인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꼴이다.


오피스를 공실로 두는 또 다른 요인은 자산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부동산의 가치평가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평가 방법은 수익 환원법이다. 즉,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인 임대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공실로 임대 수익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 차라리 임대료를 유지하고 부동산 가치를 지켜 매매차익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건물주가 코로나 이후로 많아졌다. 법으로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며, 임대료 상한선도 정했지만 임대료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대를 안 하고 공실만 늘어 신규 임차인들은 오피스를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나온 임대차 3법은 부동산 시장 경제를 흔들며 오히려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상가임대차법 개정은 더 많은 공실을 낳았다. 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자유 시장 논리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야기시킨다. 정부는 시장 경제에서 적극적인 참여자 보단 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하며 자유 시장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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