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배를 이끌고 배달 앱에 들어가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최소주문 만 원, 배달비는 오천 원. 심지어는 거리 당 주문표를 만들어 자신의 동네에 체크하지 않으면 배달을 해 주지 않는 가게도 존재한다.
나는 며칠 전 연어덮밥을 주문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에 접속했다. 다양한 가게가 즐비한데, 배달비는 다 비슷하다. 적게는 4000원, 많게는 8000원까지도 존재했다. 엄청난 스페셜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연어덮밥일 뿐인데, 이렇게 배달비를 많이 받아도 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언젠가 배달비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었다던 배달 업체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 많이 벌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자기들 배만 채우겠다고. 배달비 오천 원이 말이 됩니까?’ 등의 핀잔을 늘어놓았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누구나 처음엔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자꾸만 배달비를 올리는 가게와 배달 앱 회사가 문제라고. 그러나 이 아래에는 놀라운 시장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나의 기억에 의존해 봐도 배달 앱 개발 초기에는 배달비가 크지 않았다. 중국집을 생각해 보자. 배달 주문이 많은 중국집들은 직접 채용한 배달 기사를 통해 주문을 처리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갑작스럽게 커진 이후로 업주들은 배달 기사를 채용하는 대신 배달 업체에 배달을 맡기고 고객들에게 2000원~3000원의 배달비를 받기 시작했다. 배달 기사들은 주문을 한 번에 받아 여러 곳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단건 배달’이 인기 상품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소비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비록 배달비가 약 5000원 정도로 비싸지긴 했지만, 배달 기사가 한 건의 주문만 배달하면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 단건 배달 승부사를 시작으로 배달의 민족도 '배민원’을 내놓으며 시장을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불어나는 배달비와 무슨 연관이 있냐고? 배달 기사가 배달할 수 있는 주문 건수를 함께 생각해 보면 편하다. 만약 과거처럼 다양한 음식을 픽업해 여러 곳에 배달하는 방식이라면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2~3건 정도의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단건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한 번 움직일 때 해결할 수 있는 주문 건수는 단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배달 기사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 적어 소득이 보장되지 않자, 배달 업체들은 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주기로 한다. 하지만 보조금을 지급할수록 배달 업체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 '배달비 인상’이 된 것이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기사님 모시기 전쟁 중이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나온다. 늘어나는 배달 건수를 감당할 만큼의 배달 기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배달 종사자는 50만 명에 다다른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에서는 한 달에 1억 건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다. 한 명의 기사가 한 달 동안 처리해야 할 배달 건수가 200건 이상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배달 기사 수가 더 적어진다. 한 배달 업체는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기사들이 주문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을 더 올려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계절과 날씨, 그리고 적어지는 배달 기사의 수.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오천 원 배달비를 만들었다.
최저임금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단건 배달의 등장. 나는 이것들을 보며 시장경제와 배달비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함을 느꼈다. 배달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서비스와 질 좋은 음식을 원한다. '배달비가 저렴하긴 하지만 느린 배달과 식은 음식은 싫어’, '하나의 주문만 배달?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데!’, '그렇더라도 나는 싸게 배달시켜 먹을래’, '배달비가 비싸도 평점이 좋네. 음식이 맛있다는 건가?’……. 이처럼 배달비는 소비자가 가게를 선택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배달시장경제 구조는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배달비에서 그 비용이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우리는 이 경제를 이상적 균형으로 이끌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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