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 파충류 시장

권창욱 / 2022-12-07 / 조회: 1,138

각자의 개성이 존중을 받는 이 시대, 사람들은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이라는 것은 개, 고양이, 토끼, 페럴, 기니피그, 햄스터로 국한되지만, 우리는 그 틀을 부수고 뱀이나 미어켓, 지네 등을 기르거나 심지어는 집안의 어항에 곰치 혹은 게를 기르는 경우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종류가 커지는 만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수요와 공급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반려동물 중 파충류시장의 확대와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나타나는 경제활동에 대해 설명해 보이겠다.


과거 충식으로 인해 부정적이었던 파충류의 인식은 충식없이 사육할 수 있는 슈퍼푸드(사료)의 개발과 생각보다 쉬운 사육방법 등으로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고, 인식이 바뀌면서 집단사육의 형태로 들어가며 전문 브리더(번식하고 종을 개량하는 사람) 형태의 시장이 형성된다. 집단사육으로 파충류의 공급량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게 되면서 파충류 시장이 확대된다. 공급량이 늘어나자 파충류에 다양한 색상이 등장하게 되었고, 알비노(백색증) 색상처럼 희귀한 색상은 그에 대한 값어치를 더 쳐주기도 하며 마치 그림처럼 각 색상에 등급이 매겨지며 가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파충류 인구는 covid-19사태가 일어난 이후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유튜브 매체의 활성화와 실내생활의 장기화는 사람들의 파충류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키고, 집에서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파충류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해당 산업이 원활히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했듯이 공급자인 브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브리더는 해당 생물의 경제적 가치와 경쟁력을 고려하여 생물을 번식시켜야 한다. 파충류 중에서 쉬운 종류의 사육은 누구나 손을 댈 수 있다는 말이고, 높은 번식률은 숫자의 폭증을 의미한다. 이는 곧 공급과잉으로 파충류시장의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시장성을 훼손시킬 것이다.


파충류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그와 관련된 산업군에 다양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필자는 육지거북, 도마뱀, 개구리 등을 사육하고 있고, 과거 육지거북이 감기에 걸려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했었다. 그 때 당시에는 파충류 시장이 지금처럼 확대되지 않은 터였고, 집 근처 네 군데의 동물병원에 갔지만 육지거북을 진료할 수 없다 하여 결국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특수동물병원에 진료를 맡겨야 했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파충류와 양서류의 구충제를 구하기 위해 처방을 받아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 전화하여 파충류에 관한 진료가 가능하냐 문의했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어 해당 동물병원으로 향하여 구충제 처방을 받았다. 과거의 파충류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적을 때 일반 동물병원은 강아지와 고양이, 기껏 해봐야 햄스터를 진료하는 데에 국한되었지만, 현재의 수의사들은 파충류는 물론이고 각종 수요층이 있는 동물들을 진료할 수 있는 데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를 보고 싶다면 직접 동물원에 가서 구경을 해야 했다. 하지만 파충류의 수요가 증가된 지금 파충류 관람 체험장과 카페를 결합한 형태의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색카페로서 경기권에 한 곳을 시작으로, 지금은 경기권이나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파충류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장 우리집 앞만 해도 앵무새와 파충류를 다루고 있는 카페가 존재한다. 파충류 카페는 단순히 파충류를 관람하며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아닌, 파충류를 구경하면서 분양도 할 수 있고, 파충류에게 필요한 사료나 사육장 등 파충류 물품까지 판매하는 형태이다. 동물원과 파충류샵, 카페 이 세가지 산업이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탄생한 것이다.


하나의 산업군이 탄생하게 되면 공급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요자는 그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자를 찾게 되며, 공급자와 수요자는 하나의 공간에 모이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공간을 플랫폼으로 부르며, 플랫폼 경제를 통해 공동의 활용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다. 파충류에 대한 산업군도 마찬가지이다. 파충류를 기르는데 필요한 용품을 한군데에 모아 판매하기도 하고, 사람들끼리 채팅으로 각자가 기르는 파충류를 보여주기도 하며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분양하기도 한다. 지식 공유는 전세계의 파충류 브리더들이 유전학을 공부하여 가족력을 추적하고 최적의 브리딩 기법을 따르며 소매업자들과 고객들의 늘어나는 수요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도록 공급가능한 파충류의 수도 증가시킨다.


파충류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은 파충류 진료 가능 병원, 파충류 카페, 파충류 플랫폼 등 각종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며 수익성을 가지게 된다. 시장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공급자는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파충류 시장은 무한대로 커질 만한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서 파충류를 사육하는 인구가 정말 많이 늘었으며,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로 파충류를 기르는 비율이 2.7%정도 이다. 이는 현재 반려동물법으로 지정되어 있는 햄스터(1.7%)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지금은 파충류가 반려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반려동물법을 통해 보호받지 못하는 실태이고, 파충류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게 되어 법령으로 지정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보인다. 법령으로 지정된 시장은 안전성을 부여 받고 각종 산업에서 더욱 다양하게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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