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글을 쓴다.

강규일 / 2022-05-16 / 조회: 615

저는 가끔 글을 씁니다. 어렸을 때는 줄이 그어진 노트에 하루 겪었던 일상을 적곤 했습니다. 지금도 일기장 위로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말 그대로 노트에 적힌 이야기들은 '과거'가 되었습니다. 이젠 그러한 습관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졌습니다. 컴퓨터라고 부르는 기술적 발전에 따른 문물을 맞이하여 시대적이고 문화적 진화를 거친 '블로그(Blog)'라는 공간에 기대며 살고 있답니다. 덕분에 일기장에 쓰던 못생긴 글씨가 어떠했을지 형태마저 잊어 먹을 정도가 되고 말았답니다. 연습장에 낙서하듯 블로그에 썼던 글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기록물이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어제 봤던 영화에 대한 감상도, 지난주 먹었던 어느 식당의 음식 리뷰도, 지난달 다녀왔던 여행 이야기도 죄다 블로그에 기록하곤 합니다. 아마 다음 주에 있을 나들이도 사진과 함께 기록될 것입니다. 그 와중에 열심히 공부했던 전공 이야기나 회사에서 배운 업무 노하우를 쓰기도 합니다. 차곡차곡 정리된 나름의 전문적인 글이라면 시장경제 자체가 이를 인정하는 기회가 아주 가끔 찾아오기도 합니다. 글이라는 콘텐츠가 유익한 정보가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일정 규모의 재화라는 것이 소중하게 작성된 글과 교환되는 것이고 재화를 통해 얻은 글은 일종의 마케팅 도구로 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의 글이 쌓이고 그나마 읽을만한 수준이 되면 마치 인정받는 듯한 기분 좋은 제안을 받습니다. 특정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수용하면 일정한 글의 가이드와 마감일을 함께 부여받습니다. 이때부터 숙제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주어집니다. 시장경제의 기본적 특성 상 계약서를 쓰기도 하지만 이메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마감일을 지켜 글을 내어주면 조금씩 다듬고 수정해 결과물을 만듭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재화를 얻게 되고 글을 받은 누군가는 이를 홍보 자료로 사용합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지극히 일반적인 시장경제의 절차 속에 '숨겨진 재능을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글'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글이라는 것이 반드시 재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숨어있는 재능을 기부라도 하듯 쓰였던 사례도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학교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유익한 정보'라며 출처를 밝히고 수업에 활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글을 사용하시려면 돈을 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서툰 글 하나가 학생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학생 하나가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앞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책을 소개해달라'는 뜬금없지만 용기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제 글을 수업에 활용하시겠다던 선생님의 제자였습니다. 사실 그 선생님에게 물어봤어도 될법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지극히 익숙한 방법으로 구글링 했어도 가능했을 일입니다. 몇 종류의 책을 추천하면서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회신을 했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경제 속에서 재화라는 것을 통해 무언가와 맞바꾸는 교환이나 거래의 형태가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때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와 같은 기적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꾸준하게 글을 쌓아왔습니다. 재화를 얻는 경험보다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겠죠.


시장경제 체제에서 글이라는 것은 충분히 거래 가능한 콘텐츠가 됩니다. 그래서 필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외부 기고나 칼럼, 논평, 평론 등이 매일 같이 양산되고 있는 시대가 되었죠.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는 등 재화를 통해 주고받는 실물 거래와 달리 손에 쥘 수 없는 글은 실물의 규모보다 더욱 거대해질 수 있습니다. 때로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쓰는데 그만큼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칼보다 무서운 무기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마케팅 용도로 쓰이는 글이 시장경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정한 재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유튜브나 틱톡 등 영상이 가득한 지금 이 시대의 '글'이 어쩌면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이루는 것 같지만 시장경제를 이루는 기업들의 마케팅 측면으로 보면 굉장히 남다른 힘을 가집니다. A4지 한 장을 가득 채운 글이 때론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때론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시장경제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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