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박수민 / 2021-06-09 / 조회: 576

회사원 김자유 씨는 몹시 목이 마르다. 그녀의 주변에는 세 개의 슈퍼가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 A, 동네 슈퍼마켓 B, 그리고 구멍가게 C다.

  

김자유 씨는 A 슈퍼로 들어가 탄산음료 하나를 골라 나온다. 시원한 음료를 들이켜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김자유 씨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근데 이번에는 배가 고프다. 김자유 씨는 주전부리를 구매하기 위해 B 슈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전에 산 탄산음료 가격이 500원이나 싸게 판매된단 걸 알게 된다. 자,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내겠다. 당신이 김자유 씨라면 이때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세상에는 수많은 슈퍼가 있다. 소비자는 물건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고, 기업과 판매자는 이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도 기분 상하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니 김자유 씨의 사례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김자유 씨는 B 슈퍼에서 물건을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또한 화도 났다. 모든 슈퍼의 물건 가격이 동일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이런 김자유 씨의 생각은 모 영화의 대사처럼 오늘만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격은 상승하고 감소한다. 1,000원이던 물건 가격이 물가의 영향을 받아 5,000원이 되고, 10,000원이 되는 상황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조금 더 저렴한 곳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슈퍼를 비교하고, 발품을 팔고, 할인을 기다린다. 근데 이런 물건 가격을 기업과 판매자에게 모두 위임한다면, 우리는 그게 얼마가 됐든 그들이 고지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구매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는 똑똑해져야만 한다. 

 

빤한 결론에 당신이 한숨 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손해를 본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왜 소비자만 달라져야 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근데 말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달라져야 하는 대상이 소비자뿐이라고 생각하는가?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기업을 당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가? 

  

기업과 판매자도 똑똑해지지 않으면 도태한다. 다시 김자유 씨의 사례를 보자. 


세 개의 슈퍼 중 김자유 씨가 A 슈퍼에 들어간 건, 외관이 깔끔하고 그녀가 적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제도가 있어서였다. 널찍한 내부와 밝은 조명 밑에서 보기 좋게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으로 들어간 B 슈퍼는 비록 A 슈퍼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익숙하고 부담 없이 물건을 고를 수 있단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C 슈퍼는 아니었다. 애초에 C 슈퍼는 김자유 씨에게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허름한 간판, 가격이 쓰여 있지 않아서 얼마인지 주인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물건들. 구멍가게에 대한 추억이라고는 딱히 없는 20대 김자유 씨는 C 슈퍼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만약 김자유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C 슈퍼는 도태될 것이다. 소비자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건, 안타깝게도 시장경제에서 내쳐진단 얘기니까 말이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A 슈퍼는 당장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할 것이다. B 슈퍼는 B 슈퍼 나름대로 지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단을 뿌리며 홍보할 것이다. C 슈퍼 또한 위기의식을 느껴 변하고자 한다면, 앞선 두 슈퍼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들이여. 너무 억울해하지 말자. 저들도 도태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는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행복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물론 우리가 기업과 판매자에게 얻는 이익보다, 그들이 우리에게 얻는 이익이 훨씬 많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무조건 손해를 입는 을의 처지는 아니지 않은가. 


김자유 씨는 비록 500원을 잃었지만, 우리의 주머니에는 아직 500원이 남아있다.


이것을 어떻게 똑똑하게 소비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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