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고왕의 배를 탄 스킨푸드

김설희 / 2020-12-08 / 조회: 2,085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신선한 과일을 베어 물려는 사람을 말리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문구를 말하던 광고 모델을 잊기는 지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제품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광고를 앞세운 ‘스킨푸드’는 우리 세대와 굉장히 친숙한 화장품 길거리 직영점 상표다. 초기에 질 좋은 제품을 기반으로 광고의 유명세에 힘입어 무럭무럭 성장한 스킨푸드는 길거리 직영점 브랜드 중 유일하게 노 세일(No Sale)전략을 펼칠 정도로 충성심 높은 고객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 전략이 독이었던 건지, 어느 순간 스킨푸드가 사실상 파산을 선언하며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랬던 스킨푸드가 이번에 다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의 ‘네고왕’에 새로운 대표가 직접 나와 화려한 귀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 품목 7,000원 쿠폰 3개와 함께. 전 품목 7,000원 쿠폰은 말 그대로 가격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제품을 7,000원에 살 수 있는 쿠폰으로, 요즘 슬그머니 오르고 있는 화장품 가격시장 속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할인이다.


하지만 낮은 가격만이 현재의 열기를 이어가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스킨푸드는 과거 길거리 직영점 브랜드 매출 Top 3을 고수하고, 11년간 영업 이익을 유지했던 저력이 있는 기업으로, 여전히 경쟁력 있는 히트 제품들을 보유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로열 허니 프로폴리스 라인은 스테디셀러로, 과거에 사용했던 소비자들과, 이들의 추천을 접한 새로운 고객들까지 구매를 원하여 지금 주문해도 적어도 한 달 후에 제품을 받아 볼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과거에 아르바이트했던 몇몇 소비자들이 이미 유명한 좋은 제품들을 한 번 더 추천해주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었다.


‘네고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할인을 선보인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네고왕’은 인기 있는 진행자가 어떤 상표의 대표를 찾아가서, 소비자의 입장을 직접 속 시원히 대변하며 ‘네고’를 통해 좋은 가격에 그 상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착실히 유명세를 쌓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쇼의 진행자가 스킨푸드의 현 대표에게 이번 홍보의 내용을 협상하기 시작하자, 대표는 진행자의 과감한 제안을 거절하는 듯했지만, 곧 흔쾌히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하여 일부 품목을 제외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을 고려하여,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번 할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10종의 본보기를 20,000명에게 증정하고, 바디 케어 제품을 세트로 묶어 4,000원에 파는 프로모션도 같이 진행된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할인을 제안하는 대표를 직원이 말리는 데도, 소비자의 편을 들며 진행자와 유쾌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소비자가 경영자에 대해 가진 편견을 깼기 때문에 굉장한 호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자칫 가맹점들은 손해 볼 수 있는 할인을 제안하면서도 윤리적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혹시라도 이번 할인 때문에 특정 물품의 재고가 부족하여 가맹점에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본사에서 재생산해서라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러한 스킨푸드의 세심한 계획은 대표의 성정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스킨푸드가 파산의 위험에 처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 점주들에게 돌아갔다. 다른 회사에 인수되어 새로운 경영진의 취임 이후, 가맹 점주들이 떠안았던 채무를 본사 측에서 부담한다고 약속하였고, 실제로 매장을 정리한 점주들의 채무 상태를 해결해주었다. 돈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일화들이 윤리적 소비자들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스킨푸드의 이번 홍보를 보면서 기업의 생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질이 좋은 제품으로 핵심역량을 갖추고 성공 가도를 달려가던 기업이라도, 잘못된 전략으로 회사가 차지했던 자리를 넘겨주고, 경영진의 윤리적 타락 때문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생존하여, 파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진입 장벽을 낮추며, 윤리적 소비자마저 만족하게 해 새로운 입소문의 기회를 노린다는 점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생존임을 알 수 있었다. 스킨푸드가 이대로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네고왕의 배를 탄 스킨푸드의 순항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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