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쇼(SHOW)’가 아니라 ‘다큐(DOCUMENTARY)’다

이상진 / 2020-12-08 / 조회: 915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매듭지을 듯한, 2020년은 그야말로 잊고 싶은 '코로나 시대’다. 어딜 가나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기본이고, 출퇴근이나 등하교 및 어딜 가더라도 체온 체크와 출입 및 이동경로를 파악하는데 쓰이는 QR 코드 확인이 기본이다.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마다 한 칸씩 띄워 앉아서 그저 말없이 음식을 먹는다. 그러다 누군가 기침이나 재채기 소리라도 들리면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가 나는 곳으로 비난의 화살을 쏜다. 말 그대로 언택트의 시대다.


다행히 사람들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나름 적응하며 지내는듯 하다. 그래서일까. 늘 그래 왔듯 저마다의 목소리를 외치는 주말 집회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에서는 집회 인원을 99명 단위의 소규모 집회를 하고, 개인 정보 및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한다는 취지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시대에 집회 참여는 반사회적 살인적 행위라며 절대 금치 및 엄벌을 외쳤는데, 같은 집회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다는 말이 생각나 실소를 금치 못한다.


최근 택배업계에서는 혹독한 노동 환경과 갑질 행위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노조 측은 불합리한 근로 계약 및 노동 인권 개선을 요구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했다. 그 결과 사측에 따라 야간 배송 금지, 근로시간 단축, 택배 시스템 및 시설 확충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인력 확보를 약속했다. 그런데 노조 교섭측과 배송 전담 기사들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다. 왜 그럴까. 노조 측은 현실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이라며 이에 더해 건당 수수료를 제외한 임금 상승을 원했다. 역시 시장경제에서 핵심은 '돈’이다.


이 소식을 접한 사측은 난감한 기색을 표한다. 사비를 털었음에도 아직 배가 고프다는 노조 측의 요구에 그들은 자연스레 머릿 속으로 손익계산서를 그려 보며 오히려 사측에게 불합리한 것임을 역설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맹비난에 그들이 꺼낸 카드는 내년 택배비 인상안이었다. 그러자 놀란 것은 국민 대다수인 소비자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응원한다던 목소리는 쏙 들어가고, 왜 택배업계의 이슈를 왜 소비자에게 떠넘기냐 따지기 시작했다. 격앙된 반응에 몇몇 소비자들이 되묻는다. 이럴걸 몰랐느냐고. 그게 바로 시장 경제라고.


결국 최종 승자는 노조 측이 되었을까. 그 말에 고객의 최접점에 있는 배송 기사들의 반응은 불안함이 엿보인다. 과연 뭐가 문제일까. 첫째는 제한된 근로시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송 건수가 많을수록 고수익을 보장받는데 한정된 시간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며, 이로 인한 소비자의 클레임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자리 확충으로 인해 택배사별로 획정된 자신의 구역, 사실상 독점 계약이나 다름 없는 자신의 밥그릇을 둘로 셋으로 나눠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업계 뿐 아니라 개인간 경쟁을 초래하여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함께 자칫하면 인사평가로 인해 밀려 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해피엔딩이라고 믿었는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 놀랄 것 하나 없다. 이게 바로 시장이기 때문이다.


추석날 저녁,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던 가황 나훈아의 신곡 '테스 형’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중략)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답은 이미 나왔다. '나 자신을 알라.’ 어쩌면 모든 이슈의 시작점과 불안과 불만의 씨앗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구상했던 '타다(TADA)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좌초된 것을 기억하는가. 한때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라 자부하던 '타다’가 하루 아침에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나쁜 사례라며 이에 편승해서 손가락질하는 정치권과 매스미디어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국민 대다수에게 교통수단의 선택권과 합리적 운임을 제공하는 타다 서비스가 똘똥 뭉쳐 외쳐대는 택시업계의 입김보다는 가볍고 약하다고 판단했던 것인가.


그들에게 '소크라테스 형’의 말을 빌려 택배업계와 택시업계에 되묻고자 한다. 그대 자신을 알라고. 그대들이 말하는 그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주체는 바로 당신 스스로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누구나 택배나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좋았던 경험 그 이상으로 불편하고 불쾌했던 것이 많을 것이다. 소중한 택배물품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휙’, '쿵’ 던지거나 내려 놓으며 아무 말 없이 '쾅’ 현관문 두드리며 무심하게 가버리던 그대, 파손된 물품이나 오배송에 따른 클레임 전화에 '어쩌라고’ 외치던 그대, 고객의 시간과 약속의 소중함 따위는 잊은 채 교묘하게 길을 '빙빙’ 둘러 가거나, 카드 결제를 원하는 손님에게 현금 가지고 다니라며 성의 없이 카드를 낚아 채던 그대. 얼굴이 화끈거리는가. 테스 형이 그대들에게 말한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묻기 전에 너 자신을 알라.’


시장은 '쇼’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거짓되고 허황된 '보여주기 식’의 무미건조한 '눈물’이 아니라,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애쓰는 짭쪼름하면서 쓰디 쓴 '피와 땀’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장 경제다.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의미있는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 경제가 추구하는 참된 가치이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움직이게 하는 두 수레바퀴의 축인 것이다.  그 축은 정부가 아닌 시장 경제 그대로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우리네 삶은 고달프다고 했던가. 저마다 속사정 없는 이 없고,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더 서글프고 애처롭게 느껴지는 2020년 겨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인생이란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울다가도 웃는 '쨍’하고 해뜰 날이 있지 않겠는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언택트(UNTACT)’ 시대에 마음만은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온택트(TACT)'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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