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까지 LG사에서 신형 스마트폰을 힘들게나마 출시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말, LG사에서 아등바등 버티고 있던 스마트폰 출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것 역시 다들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소수의 기업 중 삼성이 LG를 크게 앞지르고 있던 것은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LG가 스마트폰 출시를 그만둘 것이라는 소식이 큰 충격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LG의 스마트폰 출시 중단은 시장에서 독점과 과점이라는 필연적인 현상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 계기었다. 이전까지는 독과점 현상이 대기업과 개인 사업자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는 인식이 컸었다. 이를테면 동네 분식집의 떡볶이 판매량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떡볶이 판매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우 말이다. 이는 단지 소수의 사례로 내린 판단이 아니라 지금껏 살면서 매우 자주 접한 일이었기 때문에 독과점이 자본력과 기업 규모 차이가 크게 나는 관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나의 다소 고정관념적인 독과점의 인식을 뒤바꿔 준 것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백기를 든 LG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LG가 빠져나간 후 남은 것은 흥미롭게도 삼성과 애플, 즉 국내 기업 대 해외 기업이었다. 이 두 기업만이 경쟁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기업 마케팅 경쟁 전략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사해 본 결과 삼성이 65.8%, 애플이 27.1%인 것을 알 수 있는데, MZ세대는 이 수치에 다소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애플과 삼성이 접전 중이라는 통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과 일치할 것이다.
삼성에서 얼마 전 출시한 Z플립 존재 이전에는 "삼성폰을 쓰면 아저씨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드한 이미지었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굉장히 선호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었더라면 분명 애플이 멀지 않은 미래에 삼성의 시장 점유율을 뛰어 넘어 독점 기업으로서의 위치로 자리매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흐름을 중단시키고 선호도 면에서 경쟁력을 되찾은 것이 Z플립의 출시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던 애플을 삼성이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시장의 흐름을 가져온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 국제 시장은 비율로 판단하면 독점 혹은 과점이 아닌 5개 기업이 경쟁하는 다자간 경쟁시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삼성과 애플의 독점과도 같은 세계적 흐름이 지속되며 두 기업간 경쟁이 과열되고 그로 인해 소비자는 이득을 보기도, 손해를 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삼성이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여 Z플립을 출시하기 전 애플의 아이폰은 신제품이 출시되어도 비슷 비슷한 기능과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시장 흐름이 뒤바뀌며 애플은 스마트폰의 독보적인 색감, 디자인, 기능 등에 훨씬 더 공들인다는 느낌을 필자는 아주 강하게 받았다.
경쟁시장에서의 경쟁은 한 기업이 독점과도 비슷하게 시장을 이끌어 나갈 때는 정체된 기업 전략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신제품의 상품성 역시 정체되지만 두 기업이 매우 비슷하게 경쟁하며 선두를 탈환하려 서로 애쓰는 상황이라면 혁신적인 전략의 필요로 인해 양사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 위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또한 이로 인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이 두 회사는 기존의 기발하고 섬세하게 신제품을 개발하는 전략 뿐만 아니라 중저가 시장, 즉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여 더 많은 소비자 계층을 공략하는 전략에도 공들이고 있다. 프리미엄 소비자와 함께 다양한 계층을 자사의 고객으로 만들수록 시장 점유율을 더 많이 차지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공략해야 하는 고객층이 다양해짐에 따라 기업 경쟁으로 발생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 역시 다양해진다. 대기업 간의 경쟁일수록, 필수재에 대한 경쟁일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더 다채로워진다. 그러니 어떻게 기업 간의 경쟁을 반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G처럼 경쟁에서 패배한 기업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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