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재래시장은 소상인들이 모여서 갖가지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전통적 구조의 시장을 말한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져온 3일장, 5일장 같이 사람들이 모여서 열리는 정기시장에서 출발하여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엔 소상인들의 연합체 구조를 갖춘 상설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부산의 국제 시장, 서울의 망원 시장, 경상남도의 화개장터와 같이 유명한 시장을 포함해 전국에는 1000개가 넘는 재래시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날씨 좋은 날이면 집 근처 시장에 가서 가족 다 같이 국수를 사먹기도 하고, 월급날이면 아버지께서 장터 치킨이나 족발을 사오셔서 가족들이 다 같이 먹기도 했다. 친구들과 다른 지역에 놀러가서 꼭 들러야 하는 장소 중 그 지역에 있는 시장은 필수적으로 꼭 포함시켰다. 시장을 방문하면 그 지역의 특산물과 맛집을 한눈에 보고 경험할 수 있다. 군것질을 하며 장터에서 먹는 밥은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또 멀리서 놀러왔다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는 상인 분들의 인심과 친절함에 시장이라는 존재는 여행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서 호떡하나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맛있는 음식을 사먹기도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재래시장이 도시화가 진행되고 대형마트들의 출현으로 인해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 간판 설치, 하수도 정비 등의 재래시장의 시설 현대화 및 환경개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 규제와 같은 정책이 있었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와 타협이 아닌 단순한 치우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형마트를 규제당하는 대상인 ‘악’으로 정의하고, 재래시장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약자’의 입장으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도 재래시장의 이용객수와 매출이 대형마트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부의 무작정 떠먹여주기 정책은 올바르지 못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비유를 들자면 손으로 힘들게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에게 낚싯대를 주고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물고기를 대신 잡아주고 받아먹게 하는 행위는 당장 그 사람의 포만감을 해결해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손으로 힘들게 물고기를 잡는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즉, 재래시장의 순간적인 활성화만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단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상가단지까지 가지 않아도 웬만한 물품은 살 수 있어서 단지 내의 사람들의 단골 슈퍼가 됐었다. 문제는 슈퍼 맞은편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컵라면, 삼각 김밥과 같이 사람들의 수요가 많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품을 팔고 할인 등의 이벤트를 함으로써 슈퍼의 이용객은 나날이 줄어갔고 편의점의 이용객은 나날이 늘어갔다. 하지만 슈퍼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편의점에서 팔지 않은 품목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편의점과의 공생관계를 가지게 될 수 있었다. 만약 이를 보면서 나는 정부가 재래시장 떠먹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스스로 대형마트와 공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체적인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정보사회라 할 만큼 정보가 곧 힘이다. sns나 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 및 미디어에 올라간 정보는 삽시간에 퍼지게 된다. 또한 그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하는 것과 동시에 특산물을 판매하는 ‘랜선 장터’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특산물 홍보효과를 보기도 한다. 찰스 다윈의 명언 중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들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도움을 받으려는 행동만 취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홍보하고 변화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