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로 보는 경제학, 선한 의도와 나쁜 결과

김유진 / 2021-06-09 / 조회: 1,099

‘정책과 제도에 대한 평가를 결과가 아닌 의도 그 자체로 평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그가 한 말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부터 나는 선한 의도와 나쁜 결과라는 주제에 대해 당신을 내가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로 설득하고자 한다.


서두가 지나치게 짧았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무려 다섯 마리의 고양이 집사이다. 이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은 나이와 성격이 다 달라서 좋아하는 놀이도, 간식도 제각각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모든 고양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에 빠지곤 한다. 웃프게도 나는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고양이들을 대하는 나의 행위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게 되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들이 노후를 좀 더 건강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싼 영양제를 주문하였다. 하지만 내 선한 의도와는 달리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영양제를 먹고 약간의 식욕이 증가했지만 첫째 고양이한테는 영양제 부작용이 생겨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 돈으로 비싼 영양제 대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종류 별로 샀더라면 첫째 고양이를 고생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병원비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여러 종류의 간식을 살 수 있었을 것임으로 모든 고양이들이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단지 내가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결과가 면책이 될까? 


만약에 내가 영양제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영양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았다면, 혹은 영양제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그 돈으로 모든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사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행위들을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그 즉시 보이는 효과’와 ‘널리 퍼진 보이지 않는 효과’이다. ‘널리 퍼진 보이지 않는 효과’는 전자에 대한 기회비용이 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즉시 보이는 효과’보다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내가 고양이들에게 급여한 영양제를 통해 세 마리의 고양이들이 식욕이 증가한 것은 즉시 보이는 효과였다. 한편 기대와 다르게 미미했던 효과와 첫째 고양이한테 영양제 부작용이 생겨 병원에 가게 된 것, 간식을 사는데 돈을 쓰지 못한 것 등은 널리 퍼진 보이지 않는 효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행위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행위 즉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목표와 의도가 있다. 만약 정책의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되고, 그 정책을 시행하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른 부수적인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해당한다. 결국 그것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른 대가이다. 해당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사용된 비용 자체가 될 수도 있고 그 비용을 그 정책에 쓰느라 다른 곳에 쓰지 못했던 것도 될 수 있다.


가령 문재인 정부는 지난 해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돈을 지급한 바가 있다.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한 의도였다. ‘즉시 보이는 효과’로는 침체되었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이 정책에 따른 결과로는 막대한 예산 소비로 다른 필요한 곳들에 사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고정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소득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을 했더라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난지원금 효과가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이렇듯 한 정책과 제도에 대한 결과는 ‘즉시 보이는 효과’와 ‘널리 퍼진 보이지 않는 효과’라는 경제학적인 원리를 통해 예측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정책을 평가할 때 보다 객관적으로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 정책에 따른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여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좋은 의도였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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