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시장, 제자리 걸음인 정책

김동은 / 2021-06-09 / 조회: 1,062

매주 화요일 저녁, 야학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어떤 수업 방식이 학생에게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하며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봉사 초반, 필자는 칠판에 문제를 직접 풀어주고 학생은 듣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목표한 진도를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모두에게 좋은 수업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간고사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강조했던 내용을 대다수의 학생이 틀린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한가지 깨달은 중요한 원칙은 바로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이 되어야한다.’ 라는 것이다. 학생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학업 성취도가 극대화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필자는 눈 앞에 보이는 진도라는 수치에만 초점을 맞춘, 학생의 성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업을 해왔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문을 보며, 필자의 이런 모습이 정부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부의 정책을 들여다보기 전에 시장 경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시장 경제의 주체는 크게 가계, 기업, 정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는 바로 가계와 기업이다. 정부는 제3의 경제주체로서 생산자의 역할을 하거나 소비자의 역할을 하며 시장에 개입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줄인다는 목적 아래 오랜 시간 시장에 참여해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시장 경제가 완벽한 경제 체제는 아니지만, 가장 효율적인 경제 체제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 경제 체제와 어느정도 부합하는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즉 정부는 시장을 보조하는 동시에, 효율성과 형평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효율성과 형평성 그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4년 간,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한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는 낙수 효과를 전혀 작동시키지 못했다.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면, 이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가가 경제적 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는 청소와 같은 단순 노무직이 대다수였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세금을 받아야 하는데, 세금을 쓰는 일자리를 만들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공 일자리는 한번 늘리면, 쉽게 줄일 수 없다. 이는 큰 정부를 가져올 것이고, 필연적으로 조직의 비효율성을 키울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가속화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기업은 조직의 유연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 조직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즉 시장 흐름에 맞춘 개혁을 시행하지 않은 채 몸집만 불렸다는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혁신성이 결여된 조직은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 이를 증명하듯 정부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反)기업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사회적 혜택을 줄일 것이라고 보는 낡은 관점을 정부가 여전히 고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시장 경제는 이전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ESG경영은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경영 방식이 아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반비례적 관계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나온 경영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온 곳은 바로 시장이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했을 때, 오래 존속할 수 있다는 투자자와 소비자의 요구에 기업이 답한 결과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전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는 시장 경제를 믿어야 한다. 단순한 지표에만 몰두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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