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은 없다

이태엽 / 2021-06-09 / 조회: 1,213

현재 세계에서 제일 인기 높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작년 대회에서 한국의 담원 게이밍(DAMWON Gaming)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어릴 적의 막연하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꿈을 떠올렸다.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라는 개념을 낳고 광안리에서 10만의 관중을 동원하던 시절, 프로게이머는 많은 학생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학생들은 네트워크 세계에서 펼쳐지는 프로게이머가 써내려가는 이야기에 열광했고 장래희망 1위를 당당히 프로게이머가 차지했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프로게이머가 인기 직종이었던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이 제일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 당시의 많은 학생들은 프로게이머를 일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는 '불로소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e스포츠의 종목이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옮겨오면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자본이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동시에 프로게이머의 수요도 증가했기에 프로게이머의 소득이나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이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는 더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그 이유는 현재 학생들은 나의 어린 시절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유튜브로 생방송을 진행하며 프로게이머의 빛과 어둠을 말해 주고 있다. 프로게이머는 분명 매력적인 직업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어둠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학생들은 더는 프로게이머를 불로소득으로 인지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어린 시절의 내가 프로게이머를 불로소득으로 인지했던 것은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인식의 한계였다.


우리는 보통 임금과 보수 외에 이자, 주식과 부동산 매매차익, 임대료, 배당소득, 상속, 증여 등을 불로소득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투자’라는, 노동의 일환으로 정의되어 불로소득 꼬리표에서 해방된 주식 매매차익과 배당소득을 제외한 나머지는 불로소득이라는 말 그대로 본인의 생산활동 없이 얻는 소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대로 진짜로 이 소득들은 불로소득일까? 어린 시절의 내가 프로게이머를 생산활동 없이 즐겁게 게임만 하며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이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선 은행의 이자는 불로소득인가는 질문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을 거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시되는 이자율은 명목이자율이고, 여기에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이 실질이자율인데, 만약 이 실질이자율이 음수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 그리고 이자의 이율과 세율을 꾸준히 확인해서 세율이 더 높을 때 빨리 인출하지 않으면 또 손해를 본다. 이 확인 과정을 노동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 다음으로는 현재 대표적인 불로소득으로 언급되는 것이 부동산 매매차익과 부동산 임대료가 있다. 하지만 이 부동산 관련 소득 또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조건 없는 불로소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부동산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게다가 부동산세, 관리비와 같은 고정비용의 지출 또한 피할 수 없다. 리스크가 존재하고, 고정비용 지출 또한 존재하는 부동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고 부를 수는 없다. 실제로 대표적인 리스크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이태원의 공실률은 0%에서 30%로 치솟았고, 비대면강의로 인해 대학가 원룸은 텅텅 비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외에도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이 철수하면 그 지역의 부동산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런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부담하는 노력 또한 노동이다. 결국, 재화의 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배당금, 부동산의 경우에는 임대료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은 별 다를 바가 없는 투자라는 노동을 거치게 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상속과 증여가 된다. 당연히 국가는 상속과 증여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며 이 세금이 일정 부분 순기능도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불로소득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보통 북유럽을 마치 지상락원인 것 마냥 칭송하지만 정작 자산의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북유럽에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거의 없고 시장자유도와 근로유연성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현실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북유럽 모델의 진실은 일종의 '타협’이다. 부자의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시장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상위 근로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 빈자의 불로소득인 복지제도의 혜택을 잘 다져 놓은 타협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델 또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기에 완벽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상속과 증여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부자의 불로소득으로 여겨 나쁜 가치를 부여한다면, 빈자의 불로소득인 복지제도의 혜택에도 당연히 나쁜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한쪽의 불로소득에만 나쁜 가치를 매긴다면 그것은 이중잣대이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게임이나 일상을 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며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방송도 근본적으로는 노동이기에 근로소득에 포함되지만, 그래도 부러운 마음에 표현하자면 불로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이 아닐까 한다. 물론 엄연하게 따지자면 자본소득과는 다르지만, 그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갈고닦아 온 게임 실력과 쌓아온 프로게이머로서의 명성이라는 자본을 활용한 자본소득 말이다. 나는 게임에 재능이 없는 것 같기에 이런 자본을 쌓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다른 방향으로 노력과 공부를 갈고닦아 나만의 자본을 창출해 자본소득을 얻기 위해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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