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주체는 개인이다

최재희 / 2021-06-09 / 조회: 1,821

'나보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선행에 대한 내용이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가정교육 아래에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선행을 해야 하며,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자라온 환경이나 받은 교육의 내용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선행에 대한 의미는 변질됨 없이 모두가 같은 범주 내에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선행 중 가장 자주 접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선행은 단연 기부일 것이다.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이를 사회적 규범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형태가 과연 옳은 것일까?


기부의 사전적 정의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어놓는 것이다. 즉 기부란 나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라는 대단히 이타적인 행위이다. 또한 기부행위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발생하는 효과를 내며 이는 사회의 연대성 향상에 하나의 주체로써 큰 이바지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심에 따른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이지 강제적인 규범이 아니다. 기부행위가 강제적 규범의 성격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기부는 더 이상 본질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강제성을 가지기 시작한 기부는 그 행위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발생을 하게 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였을 땐 규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기부행위를 억제하게 된다. 기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하지만 억제된 기부행위로 인해 공급이 줄게 된다면 필요한 일인당 기부금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다시 적정기준의 상향을 불러일으키고 기부행위에 대한 억제 심리를 더욱 부추기게 되는 악순환의 시작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2020년 2월 배우 이시언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백만 원을 기부하였고, 여론은 이에 적은 금액을 기부하였다고 뭇매를 놓았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로 여기는 연예인의 기부행위에 대해 높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으며 다른 연예인들의 상당한 금액의 기부액을 기준 삼아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껴지는 그의 기부액을 비난하였다. 이는 기부행위에 대하여 본질적인 측면이 아닌 강제적 규범에 대한 기준으로 평가한 사례이다. 여기서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이러한 기준이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이중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2020년 5월 국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신청에 있어 이 금액을 전액 기부하는 것이 디폴트(default)로 설정되어 있었고, 이것을 별도의 클릭으로 해제를 하지 않을 시 자동으로 기부를 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이를 몰랐던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게 기부를 하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기부를 강제한다고 비판하며 취소 문의가 빗발쳤다. 이시언에게 돌을 던진 사람이라면 이러한 국가의 개입에 대하여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기부를 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 그들이 비판받아야 할 상황일 것이다. 나는 이때 사람들의 대단한 이중성에 혀를 내둘렀다. 마찬가지로 default option을 활용한 국가의 넛지 또한 기부행위에 대한 강제성을 국가적인 측면에서 활용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강제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최근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의 루이비통에 대하여 국내에서 큰 매출을 올렸음에도 일말의 기부조차 하지 않았다는 편파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여론 또한 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고객들로 인해 만든 매출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은 과연 합당한 이야기인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업과 소비자는 금전적 거래를 통해 가치를 교환하는 계약의 형태를 갖는다.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고 그에 합당한 물건을 받아 효용을 얻는 것이고, 기업은 받은 돈만큼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싼 값을 주고 명품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명품이 비싼 값만큼 높은 한계효용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즉 기업과 소비자의 계약적 관계는 거래를 마침으로 인해 끝난다.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의 운영은 그 계약을 자주 발생시켜 기업의 매출을 상승시키기 위한 운영전략이지 사회의 환원을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규범 지으려 한다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부가 강제된다면 이는 또 다른 지출이 될 것이고 이 지출에 대한 차익을 얻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상승된 가격은 소비자의 한계효용을 낮추게 되고 이에 또 다른 환원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듯 기부가 강제된다면 수많은 악순환이 반복되며 그 본질적인 의미조차 퇴색된다. 이에 국가적인 개입까지 발생을 하게 되고 이는 전체주의적 사고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기부는 어떠한 상황 속에도 규범화되어선 안된다. 그것은 본질적인 가치를 가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그것에 대한 선택은 오로지 개인의 영역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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