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중고차 딜러들에게는 메기가 필요하다

김호중 / 2021-06-09 / 조회: 1,316

나는 현재 자가용을 굴릴 만한 처지가 전혀 못 되지만 심심할 때마다 미래의 내가 타게 될 차들을 찾아보곤 한다. 찾다 보면 시중에 나와 있는 신차들은 대부분 첫 차로 타기에 가격이 부담스러웠고 중고차들이 그나마 감당할 만한 가격으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중고차들을 관심 있게 검색해보던 중 중고차 관련 소비자 리뷰와 인터넷 기사들을 보게 되었고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업체들의 허위 매물, 성능 조작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었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 및 구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겪은 중고차 딜러들의 폭언, 공갈, 협박 등은 여느 범죄영화 못지않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나는 그 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고차를 사느니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신차를 사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각종 설문조사 등을 살펴보니 나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을 믿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게 된 데에는 중고차 업체들의 탓도 있겠지만 그들이 그런 식으로 장사해도 되도록 만든 정부 규제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중고차 시장은 거래당사자 간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질 낮은 상품들이 주로 유통되는 대표적인 ‘레몬’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은 경쟁 촉진을 통해 서로 경쟁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거래과정을 투명화함으로써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6년간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오히려 경쟁을 축소시킴으로써 해당 시장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였다. 정부 측에서는 이에 대해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자칫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영세 중고차 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정보비대칭 문제에 있어서는 이를 시장 개방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존의 중고차 딜러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측의 바람과는 달리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고차 딜러들에게서 눈에 띄는 자정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중고차 시장의 주요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2019년 2월 만료되자 이번에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번에는 동반성장위원회마저도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시장 개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고차 업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인해 중고차 시장이 소위 ‘우물화’되면서 우물 안 개구리인 중고차 업체들은 그동안 큰 경쟁 없이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주행거리와 사고이력을 조작해 소비자를 기망하고 침수차를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천적 없는 우물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경쟁 없는 중고차 시장에서 자정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안이한 생각이라고 본다. 이제는 우물을 허물고 그들이 사는 물에 ‘대기업’이라는 메기를 풀어줄 때이다. 중고차 시장을 개방해서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 메기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자정 및 혁신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보비대칭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최소화할 것이고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기존의 폐쇄적이고 험악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소비자친화적인 방향으로 영업 방식을 개선해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대기업이 도입하는 선진 시스템을 보고 벤치마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그들은 해외와 같이 인증 중고차 판매제와 오픈 플랫폼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증 중고차 판매제는 제조사가 중고차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수리한 후 회사 인증 마크를 달아 판매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오픈 플랫폼은 모델명, 사고이력, 주행거리, 매매가 등 중고차 시장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이를 일반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선진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중고차와 관련된 거래 안전성과 신뢰성이 효과적으로 증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도 대기업을 따라 이러한 인증제도와 정보공개 서비스 등을 도입한다면 국내 중고차 시장 전체가 선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고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가 높아져 중고차 시장은 이전보다 더욱 성장할 수도 있다. 이로써 시장 개방을 두려워했던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오히려 개방을 통해 신뢰와 수익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고차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고차 업체들은 눈앞의 이해득실만을 생각하며 여전히 시장 개방 움직임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매매산업연합회는 정부 및 완성차 업계와의 만남을 피하면서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 발족을 무산시키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 업체들은 이러한 태도를 버리고 조금 더 장기적인 시선으로 이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해외 중고차 시장과 비교해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보았을 때 시장 개방과 경쟁이 결국 그들의 밥그릇을 크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자각해야 한다. 그들은 우물을 지킬 궁리를 하기보다는 우물에서 나와 더 큰 물에서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우물 안 중고차 딜러들에게는 메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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