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보는 시장경제의 유용성

유다은 / 2021-06-09 / 조회: 1,522

주말이면 오전 시간 내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편한 옷차림으로 카페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한 햇살과 주말이 주는 시간적 여유를 느끼며 문 밖을 나서게 되면, 나는 고민을 시작한다. 물론 내 몸과 정신을 괴롭히는 해로운 고민은 당연히 아니다. 동네에 많은 카페 중에 어디로 발걸음 옮길까 행복한 고민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서인지, 동네에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스타벅스나, 엔젤리너스, 커피의 가격이 다소 저렴한 이디아나 빽다방같은 체인부터, 라떼의 맛이 유독 맛있는 개인 카페와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독서실형 스터디카페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 한참을 고민을 해야만 오늘 하루 내가 보낼 카페를 간택할 수 있다.


오늘은 카페에서 좀 오랜 시간을 노트북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커피 값은 비싸지만 오랜 시간 있어서 눈치가 보이지 않는 스타벅스나 엔젤리너스 같은 대형 체인점을 찾고, 오늘은 커피 한잔을 들고 동네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앞의 체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이디아나 빽다방, 최근에 많이 생기고 있는 메가커피를 가서 테이크 아웃을 한다. 또 자격증 공부나 회사 시험이 있다면 스터디카페를 찾고, 평화롭고 조용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동네카페를 찾는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게 바로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지점이다.


몇 년 전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시장경제체제의 장점을 느낀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일을 하던 건물은 몇십개의 콜센터가 몰려 있었고 그 외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1층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가게들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카페는 하나였다. 가게 분위기도 어두컴컴하고, 담배냄새로 가득하고 주인 또한 불친절하기로 유명했는데 카페가 하나뿐이니 늘 손님이 넘쳤다. 


나도 옆자리 동료를 따라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은 형편없었고, 조금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내가 봤을 때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다) 내쫓는 장면까지 목격할 수 있다. 나중에 들어보니 주인한테 컴플레인을 걸었다가 미움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바야흐로 손님이 왕이 아닌, 주인이 왕인 현장이었다. 그런데도 늘 사람은 넘쳤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카페가 하나라는 이유로 말이다. 콜센터 특성상 늘 밀리는 콜을 받아야 하다 보니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가 그 주인장이 왕인 카페밖에 없으니 할 수 없이 그곳에 방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곧 뒤집어졌다. 그 옆에 새로운 카페 하나가 생긴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커피 맛은 훨씬 좋았고, 주인 분은 친절했고 분위기 또한 밝고 깔끔했다. 당연히 그 새로운 카페로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에 소비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원래 있던 카페는 할 수 없이 커피 값을 내리는 걸로 영업 전략을 바꾸었고, 예전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주인장 또한 제법 친절해졌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의 순기능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건물주가 서비스가 좋은 후자의 커피숍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여겨 세를 올리거나, 월요일에는 휴무를 해야 한다는 불이익을 주었다면, 소비자들은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까? 앞의 예시처럼 정부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마트 문을 닫게 하는 정책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변화하는 곳들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건, 정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무조건 마트 문을 닫는 비효율적인 정책이 아닌,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갈 수밖에 없는 변화에 지원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내가 내 목적과 기분에 맞추어 카페를 선택했듯이,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추어 시장과 마트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만의 확실한 장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서비스가 좋은 새로운 카페를 몰리는 소비자들을 막을 것이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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