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 당신때문에 해고당하였고 오늘 당신 덕분에 고용되었습니다

이은주 / 2020-12-04 / 조회: 2,665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빵가게를 들렀다. 최근 보기 드문 동네빵집이었다. 프랜차이즈가 없던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는 수많은 체인점 중 한 곳에서 많은 재화를 소비하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명색에 걸맞은 청결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보장된 맛, 그리고 적립금, 쿠폰 등 다양한 혜택까지.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동네 빵집보다 프랜차이즈를 선호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동네 빵집이 사라졌다. 동네 빵집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쟁에서 도태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행한 '한번'의 선택이 거대한 소비 경향을 만들고 이로 인하여 경쟁에서 패배한 동네 빵집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었으며 프랜차이즈에서 구인하는 직원의 수가 늘었다. 우리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기업은 경쟁을 하고, 우리는 선택을 통하여 일상속에서 고용과 해고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공급자들의 '고객 쟁탈전'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한 분야에서만 경쟁을 진행하였다. 음식점은 음식점끼리, 옷가게는 옷가게끼리.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서 경쟁의 구도는 다변화 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혀 경쟁자가 아니라 생각한 기업이 경쟁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죽하면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나왔을까. 스포츠 의류를 취급하는 나이키와 게임기인 닌텐도가 왜 경쟁을 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마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경계가 불분명하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재화가 소비되고 버려지는 가운데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을 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을 고운 시선으로 보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경쟁에 대해서 관대해져서는 안된다. 경쟁은 그 자체로 부담스럽고 힘든 과정이지만 기업이 소비자에게 봉사 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경제적 후생을 증대시킨다. 경쟁은 기업과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발판이다. 하지만 만약 이 경쟁을 피하려 한다면 소비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업은 회사의 안전과 이익을 위하여 경쟁을 피하길 원한다.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담합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단통법'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SK, KT, LG이 세 회사가 담합을 통하여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을 피하기 위해 행한 담합으로 얼마간의 이익은 보겠지만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피할 수 없다. 소비자가 기업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소비자가 기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담합과 달리 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로 경쟁을 완화한 사례가 있다. 영국에서 마차와 자동차의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시행된 '붉은 깃발법'에서는 자동차 한대 당 운전수, 기관원, 기수 3명의 사람을 고용하도록 하였다. 게다가 시속에 제한을 두어 마차보다 천천히 달리도록 하였다. 그 결과 프랑스, 독일보다 빨리 시작한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었다. 결국 경쟁을 피하기 위한 법안이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의 기회비용을 놓쳐버린 것이다.


이와 같이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기업과 소비자 전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경쟁을 피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지, 기업의 존립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야만 한다. 


자유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벽과 같다. 우리 앞에 마주하는 경쟁이라는 높고 견고한 성벽은 기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며 기업에게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기업이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소비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 소비에도 '유행'이 존재하며 기업은 시장 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는 올바른 소비를 하기 위해 유행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국에서 많은 음식이 유행했다가 금방 사라지는 현상을 한번쯤은 경험해 본 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대왕 카스테라부터 마카롱, 마라탕까지. 다양한 음식이 확 인기를 얻었다가 금방 사라지곤 했다. 그 사이 수많은 가게가 새로 개업을 하고 금방 페업을 하며 반짝 인기를 끌다가 짧은 수명을 보여주며 사라져갔다.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며 사라지는 동안 적지않은 사람들이 고용되고 해고되길 반복하였다. 물론 '시장'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 우리에게는 항상 있는 일상 중 하나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 오랜시간을 지나온 오늘, 우리는 어디서든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식창조의 시대에 들어서며 우리는 고용의 노마드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내가 어제 고용되었어도 내일 해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게 되었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소비자로써, 기업가로써 소비동향을 살피며 그것을 쫓아가기보다 앞서나가며 선두하길 바란다. 경쟁은 양날의 검처럼 우리에게 득이되는 부분도, 실이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경쟁'을 어느 한 곳에 묻어놓고 피할 수만은 없다. 경쟁이 있기에 우리의 자유로운 경제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경쟁으로 인해 해고가 될 수 있지만 내일 경쟁으로 인하여 또 다시 고용될 수 있다. 고용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어제의 나보다 노력할 것이고 소비자로써 노력하는 자의 재화와 용역을 이용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경쟁시대에서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우리는 경쟁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선택을 지속할 것이다. 나는 당신을 해고시켰지만 당신은 나를 고용하였다. 또 나는 당신을 고용했지만 당신은 나를 해고시켰다. 우리는 선택을 통하여 서로를 고용하며 해고시킨다. 나의 작은 소비 습관이 한 사람의 직장을 책임질 수도, 나의 직장이 한 사람의 선택에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오늘도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경쟁에 참여하는 당신과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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