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쯤이였던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한 cm송이 있다. “숯불갈비 갈비는 명륜 진사 갈비, 무한으로 즐겨요 명륜 진사 갈비” 중독적인 cm송으로 서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이 갈비 가맹사업은 2017년 7월 1일에 시작되어 현재 무려 545개의 가맹점을 가진 거대한 기업이 되었다. 또한 고기만이 아니라 초밥이나 간장 게장, 회 등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무한리필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학생신분으로 금전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이기에, 부담 없이 원하는 만큼 식사할 수 있는 무한리필 매장을 방문하곤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식비를 아낄 수 있는 알뜰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갈비를 숯불에 구워 양껏 먹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양이 많은 만큼 음식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또 무한리필 집 사장님들은 남는 게 있을까? 첫 번째 의문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남기는 리뷰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요즘은 sns나 가게 리뷰 관련 사이트, 어플 등이 많아져 소비자들이 가게 정보에 대한 접근이 편리하기 때문에 질 낮은 재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들은 금방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한리필 매장이 질 낮은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기본 이상의 식재료를 최대한 싼값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수의 가맹점을 구성하여 대량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낮은 원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리필 매장은 식자재의 질을 낮추지 않으면서 무한리필이란 차별화를 통해 많은 손님이 방문하도록 만들어 박리다매로 마진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대량구매로 원가를 낮춘다는 전략만으로는 두 번째 의문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음식을 무한으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주류경제학에서 재화나 용역이 증가하고 감소함에 따라 주관적으로 매겨지는 경제적 효용이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같은 재화를 소비한다면 만족감은 소비할수록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땀에 온몸이 젖도록 격렬하게 뛰고 난 뒤에 마시는 물 한잔은 정말 상쾌하다. 그렇지만 한 잔을 마신 뒤에 마시는 물은 시원하긴 하지만 첫 번째 잔에 따를 수가 없다. 결국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고 한계효용에 법칙에 의해 먹으면 먹을수록 만족도는 떨어지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만족도가 떨어지면 소비는 줄어드는 결과를 만든다. 이를 무한리필 매장에 적용하면, 소비자들은 리필을 하면 할수록 리필 되어 나오는 음식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져 결국 리필을 멈추게 된다. 따라서 리필은 평균적으로 2,3번에 끝나게 된다.
또한 매장에서는 몇 가지 전략을 사용하여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극대화한다. 첫 번 째로는 음식의 종류를 매우 많게 하거나, 매우 적게 하는 극단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먼저 음식의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라면 사람들이 한두 개 음식에 집중하게 되어 음식을 소비하는 효용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돼지 고기 매장에서 삼겹살, 갈매기살, 갈비 등 여러 부위를 먹는 것 보다 삼겹살 한 가지만을 먹었을 때 쉽게 질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음식의 종류를 많이 두게 되면 선택의 수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선택을 포기하고 제일 선호하는 음식을 먹게 되어 한계효용이 낮아진다. 예를 든다면,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배치되어 있는 뷔페에서 보통 소비자들은 개인이 선호하는 몇 가지 음식에 집중하게 된다.
두 번째 전략으로는 무한 리필 매장의 음식은 소비자가 직접 가져오게 하는 방법이다. 인건비 감소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서 소비자의 한계효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선택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양에 상관없이 선택하는 주체가 본인이기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만족감이 높아지면 부족한 욕구를 더 빨리 채울 수 있고, 이는 한계효용을 낮춰 리필을 그만두게 한다.
결국 종합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무한리필 매장에는 무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소비자들은 유한한 양을 소비하고, 판매자는 판매량을 예측하여 유한한 양의 음식을 준비한다. 이를 보면, 우리가 양을 정할 수 있는 식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가 금전적인 걱정을 하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건, 이 유별난 경쟁전략 덕분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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